백남준 外 “지금은 실재와 가상의 혼종 시대”

입력 : 2018.08.09 13:38   |   수정 : 2018.08.09 14:58

한·중·독 작가 3인展 디지털시대… 인간 지각 방식의 확장 다뤄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가상과 실재가 뒤섞이며 인간의 지각 방식과 더불어 예술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독일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트 백남준, 리얼리즘 회화 류 사오동, 사운드 아트 카스텐 니콜라이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디지털 시대 속 인간의 지각 변화와 확장 양상을 짚어보는 전시 <다툼소리아>가 마련됐다.
‘다툼소리아’는 정보를 뜻하는 ‘데이텀(Datum)’과 감각을 뜻하는 ‘센서리아(Sensoria)’의 합성어로, 21세기 정보시대에 현실과 가상 사이에 새로운 인지의 공간이 창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늘날 데이터 환경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융합되며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새로운 매체와 환경에 의해 변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심을 두고 그에 대한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을 펼쳐온 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혁명에 의해 오늘날 우리가 실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을 제시했다.
백남준作 <징키스칸의 복권> 217 x 110 x 211cm 비디오조각, TV모니터, 네온관, 자전거바퀴 외 1993 /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作 <징키스칸의 복권> 217 x 110 x 211cm 비디오조각, TV모니터, 네온관, 자전거바퀴 외 1993 / 백남준아트센터
인터넷으로 즉각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시대를 예견했던 백남준의 <징기스칸의 복권>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실크로드가 전자고속도로로 대체된 것을 형상화한 로봇 작품이다. 이외에도 <퐁텐블로>(1988), <비디오 샹들리에 No. 1>(1989), <버마 체스트>(1990)에서 백남준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을 엿볼 수 있다.
류 샤오동作 <불면증의 무게> 멀티미디어 설치, 2개의 로봇, 2개의 캔버스,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2018 / 백남준아트센터
류 샤오동作 <불면증의 무게> 멀티미디어 설치, 2개의 로봇, 2개의 캔버스,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2018 / 백남준아트센터
인구 이동, 환경 위기 등의 시선을 담아온 중국의 사실주의 화가 류 사오동은 잠들지 않는 도시를 표현한 신작 <불면증의 무게>를 선보였다. 건축용 비계 위에 2개의 대형 캔버스가 설치돼 로봇으로 제어되는 붓이 비디오카메라로 캡처한 풍경을 데이터로 변환해 건물의 윤곽, 인물의 그림자 등을 구불구불하게 표현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경기도 용인의 풍경과 전남도청이 보이는 곳에 설치한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한 데이터를 전시장으로 스트리밍해, 도시가 잠들지 않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로 보는 세계를 그려냈다.
카스텐 니콜라이作 <유니테이프> 리얼타임 프로젝션, 거울 벽, 라우드스피커가 장치된 벤치 2015 / 백남준아트센터
카스텐 니콜라이作 <유니테이프> 리얼타임 프로젝션, 거울 벽, 라우드스피커가 장치된 벤치 2015 / 백남준아트센터
카스텐 니콜라이는 음악, 미술, 과학을 넘나드는 예술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작품 <유니테이프>는 초기 컴퓨터 시대의 천공카드(Punched Card)를 연상케 하는 시각적 구조와 인식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수학적 정밀함을 지닌 이미지와 사운드를 연출하며, 메인 작품 옆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이를 더욱 고조시켰다. 
한편, 이번 전시는 중국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와 독일 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는 국제협력전으로, 9월 16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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