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울리는 고요한 파동… 동판화가 준이치 이케다

입력 : 2018.08.07 17:49   |   수정 : 2018.08.07 18:50

“동과 나누는 울림의 대화”
2018 아시아프 히든아티스트 출품, ‘빨간 스티커’ 행렬

<동의 울림 003> 40x40cm Drypoint 2016 / 갤러리LVS
<동의 울림 003> 40x40cm Drypoint 2016 / 갤러리LVS
준이치 이케다의 동판화에선 조곤조곤한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빽빽한 반복 패턴 사이로 알게 모르게 새어 나온 에너지가 보는 이의 마음을 고요히 감싸며 배어든다. 작가와 동이 나누는 울림의 대화다. 
지난달 개막한 청년작가 미술 축제 '2018 아시아프(ASYAAF)' 히든아티스트 부문에 참가한 일본 동판화가 준이치 이케다. 아시아프에 내건 <동의 울림>이 생애 첫 출품작이다. 전시한 동판화 21점은 개막일과 그다음 날 대부분 팔렸다.
작가는 본래 작가가 아니었다. 경제학도였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자동차회사에서 20대를 보냈다. 미술과 거리가 먼 전공과 직업을 가졌었지만 문득 예술의 자유로움에 빠졌다고 했다. 이후 작가로 살기로 결심,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
본격적으로 작업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아시아프에 공개되자 이미 빨간 스티커 천지다. 미처 구매하지 못한 관람객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문의가 잇따르기도 한다. 다음은 그의 작품명 <동의 울림>처럼 관람객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선사한 그와의 일문일답. 
준이치 이케다
- 전혀 다른 일을 하다 갑자기 미술을 하게 됐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할 때부터 미술관과 갤러리를 자주 찾으며 예술작품을 감상하길 좋아했다. 어느 날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작가와 이야기하며 미술의 자유로움에 대해 매력을 느꼈고, 작품 감상을 넘어 작품을 직접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날 이르렀다.”  - 왜 동판화인가?
“미술공부를 위해 오사카예술대학에 뒤늦게 입학했다. 여기서 목판, 동판, 석판, 실크스크린 등 네 개의 판화 수업을 들으며 판화의 재료나 표현방법을 접하게 됐는데 그중 동판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전까진 동에 대해 그저 단단한 물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배우고 보니 철이나 신주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금속이더라. 그러한 동판이 내 두드림에 의해 변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해 몰두하게 됐다. 특히 종이에 인쇄해 올려냈을 때의 동판만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 드라이포인트 기법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나는 동판에 금속 파편을 두고 이를 망치로 두들겨 오목한 홈을 새긴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이는 전통적인 동판화 기법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굳이 정의해야 한다면 드라이포인트와 비슷해서 작품 캡션에 드라이포인트로 표기했다. 부드러운 윤곽을 표현할 수 있고 종이에 녹아들며 하나가 되는 모습이 특징이다.” - 아시아프에 어떻게 출품하게 됐나?
“내가 어시스턴트로 있던 작가를 통해 올해 아시아프의 해외작가 섭외를 담당한 한국 갤러리LVS를 소개받았다. 이때 내 작품과 작업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고 아시아프 출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이곳 김혜인 큐레이터가 일어 통·번역을 도와줘서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동의 울림 006> 57x57cm Drypoint 2016 / 갤러리LVS
<동의 울림 006> 57x57cm Drypoint 2016 / 갤러리LVS
- 출품작 <동의 울림>은?
“울림, 즉 동의 고동과 같다. 동판을 두드릴 때마다 동판의 두께가 얇아지며 작은 울림이 느껴지더라. 이 동판을 종이에 찍어냄으로써 그 작은 울림이 나아가 그림이 걸릴 공간을 채워낼 울림이 되길 바랐다.” - 작품 반응이 좋은데 예상했는지?
“이처럼 규모가 큰 아트페어에 출품한 건 처음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큰 자극을 얻었고 기쁘다. 모든 작품에는 좋은 반응과 반대 의견이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떠한 평을 얻더라도 내 중심이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겠나.” - 향후 전시 일정과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오는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대전국제아트쇼에 출품한다. 또 동판화 이외의 작업방식도 강구하고 있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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