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13 15:08
- 자유롭게 생동하는 사유의 향연… 김용문•윤진섭 2인 도판화展
도자예술의 일종으로, 가마에 구워야 비로소 완성되는 도판화. 그래서일까. 김용문과 윤진섭의 도판화는 타오르는 불처럼 자유롭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도판화는 타일에 바른 유약이 마르기 전 순간적인 상상력과 영감으로 재빨리 형과 색을 표현해야 하고 불에 굽기까지 해야 하니 까다로운 예술로 꼽힌다. 홍대 미대 75학번 동기 ‘절친’인 막사발 작가 김용문과 평론가이자 도판화 작가 윤진섭은 이 까탈스러운 예술을 접점으로 하는 첫 우정전을 열어, 비슷한 듯 다른 각자의 화풍을 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간 김용문 작가는 주로 막사발 곡면에 작업을 이어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평평한 도자 타일 위에 특유의 지두문(指頭紋) 화법을 통해 손가락으로 일필휘지하듯 산과 나무를 담아냈다. 도판화와 함께 출품한 먹그림에서도 자연을 향한 그의 애정이 이어진다. 까만 먹이 지나간 자리는 산과 나무가 거친 듯 자유롭게 휘갈겨 있어 역동하는 흑룡같이 보이기도 한다.

윤진섭 작가는 순간의 상상력을 포착해 그가 40년간 이어온 무의식적 퍼포먼스에서 기인한 영감을 도자 타일 위에 담았다. 그중 <HanQ>는 윤 작가가 모아온 명함 3만 장 중 일부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펼치는 퍼포먼스 <My way>에서 착안한 작품. “1981년부터 죽 모아오고 있는 명함이 3만 장을 훌쩍 넘습니다. 2011년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그중 일부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어요. 명함 주인과의 인연을 추억하며 소용돌이 모양으로 명함을 나열했죠. 지금까지의 내 삶의 족적이 압축된 상징이라고나 할까요.”
윤 작가는 도판화를 그릴 때면 위에서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내버려 두곤 한다. 중력에 몸을 맡긴 물감이 떨어지고 흐르는 방향을 타고 유영하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화법에 대해 그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고자 한다”며,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흘려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파란색과 노란색 등 원색을 사용해 유희적인 생동감을 더했다. “어린아이들은 본래 재능을 타고나지만 성장하면서 여러 통제에 놓이며 재능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만약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운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원초적으로 단순하게 작업하는 거예요, 잘해야겠다는 의식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노닐 듯 살아간다는 뜻의 소요유(逍遙遊), 복잡한 심경과 집착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두 작가의 속박 없이 자유로운 그림들. 그것이 장자가 말한 소요유와 이번 전시가 닮은 이유 아닐까.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리서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