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 공간에서 탄생한 희망의 메시지 '소년 김부연, 그가 바라본 아이'展

입력 : 2018.05.25 11:44   |   수정 : 2018.07.04 15:29

- 6월 15일부터 24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려

소녀, 162x130cm, oil on canvas, 2010
소녀, 162x130cm, oil on canvas, 2010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나는 아이를 흉내 내는 도리밖에는 없을 것이다. 흉내를 내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진짜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에게 위로하며 말이다. 내 그림의 소재가 유년기의 추억은 아니다. 단지 그 행복했던 유년기에 바라보는 시선을 찾으려는 것이다.” 故김부연 작가의 말이다.


- 진정한 예술의 의미 찾고자


그의 작품에는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묻어있다. 김부연은 어린 아들이 그림을 그렸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줄곧 아이의 시선으로 작업을 해온 작가이다. 예술이라는 영역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이자 행위라 생각했고, 현대미술의 난해한 사유와 관념을 버리고, 어린아이의 유희 공간에서 진정한 예술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봄여름가을겨울, 118x91cm, oil on canvas, 1995
봄여름가을겨울, 118x91cm, oil on canvas, 1995

프랑스 유학 시절, 파울 클레(Paul Klee)와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영향을 받았다. 파울 클레는 기존의 미술사가 주목하지 않은 분야에 집중했다. 그가 생각한 예술은 정제되거나 섬세한 작품이 아닌 아이들과 같이 난해한 사유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희의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장 뒤뷔페 역시 가공되지 않은 원시적이고 본원적인 미술에 역점을 두었다. 현대 문명의 획일성과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면서 예술적인 문화에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창조한 그대로의 미술이야말로 훨씬 더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김부연은 이들의 예술 세계와 더불어 자신만의 색깔로 덧입힌 예술관을 형성하기 시작하였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더 해 밝고 따뜻한 그림으로 완성하였다.


 


- 일상적인 소재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


김부연 작가는 프랑스 유학 생활 이후, 2007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2007년 작품 활동에 전념하던 중 2011년 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에 들어가 병세의 호전과 악화를 거듭하였고, 2013년에 영면했다. 쉽지 않았던 유학생활을 비롯해 국내 작품 활동, 투병생활까지 작가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바라본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화사하다. 밝고 순수한 소녀, 웃음을 자아내는 사자, 알록달록 집들 등 작품 속 세상은 한 편의 동화와 같이 느껴진다.


 

닭과 호랑이, 91x72cm, oil on canvas, 2011
닭과 호랑이, 91x72cm, oil on canvas, 2011

"아이처럼 그린다는 것은 더 많은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섬세한 선, 투박한 터치감에서 느껴지는 색감의 조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들을 활용한 조형적인 구조와 형태는 그의 작품 기법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 기법뿐 아니라 작품 소재 또한 주목할 만 하다. 힘차고 강인한 사자, 기쁜 소식을 가져다 준다는 까치, 재앙을 막아준다는 닭과 호랑이 등 김부연의 작품에는 그의 바람과 소망이 담겨있는 소재로 가득하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예감이라도 한 듯 남겨진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선일보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진행되는 '소년 김부연, 그가 바라본 아이'展에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약식 회고전을 취하면서도 유년기 행복했던 시선 속 김부연의 이야기가 작품에 투영되어, 그의 따뜻했던 삶을 만나 볼 수 있다. '아이' 라는 단어의 전혀 다른 세가지 의미 (I, 兒, eye)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초기작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까지 총망라해 구성되었다.


6월 15일부터 24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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