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빛 한줄기,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입력 : 2018.05.03 10:23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정서가 내용·형식보다 먼저 와 닿는 연극이 있다.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별빛이 내려앉은 무대로 마음을 덜컹거리게 한다.

연극 '하나코' '해무(海霧)'로 주목 받은 김민정(44) 작가는 천문대에서 별을 바라보며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본인이 쓰고 2016년 초연한 연극 '아인슈타인의 별'을 모태로 재구성했다.

삶의 여러 에피소드로 인간 존엄과 가치를 이야기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힘겨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의 말을 빌려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연인을 잃거나 보험 상품을 팔지만 정작 삶은 챙기지 않는 여러 에피소드가 섞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캄캄한 우주 밑에서 힘겨운 삶의 찌꺼기를 싱크대 아래로 흘려보내는 현대인들을 먹먹하게 만드는 정서적 힘이 있다. 특히 노인 역을 맡아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최불암(78)이 "별은 네 가슴에 있다"고 울부짖을 때, 별의 잔해 같은 뜨거움이 까마득하게 밀려온다.

지난 3월 별이 돼 세상을 떠난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생전 말했다. "고개를 들어 별을 봐라."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의 막바지에 조명이 별처럼 무대 위로 쏟아질 때 마음껏 우려내지 못해 반짝거림이 덜한 가슴 속의 무엇을 밝힌다.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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