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어수선할까 걱정했는데… 배우가 더 감동받는 '특별한 뮤지컬'

입력 : 2018.04.19 02:24

발달장애인 위한 무료 뮤지컬 9번째 공연 '이순신의 바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KT체임버홀에서 발달장애인 300여명이 뮤지컬을 보고 있다. /조인원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KT 체임버홀에서 '특별한 관람객'을 위한 공연이 열렸다. 막이 오르자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 어울려 춤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역사 뮤지컬 '이순신의 바다'의 한 장면이었다. 객석에 앉은 300명은 배우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서울 22개 복지시설에서 온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날 공연은 평소 뮤지컬을 접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위해 무료로 열렸다. 이번이 벌써 9번째다. 지난해 8회에 걸쳐 전국 공연장을 돌며 발달장애인 3500여명을 위해 무료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서울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와 '뮤지컬컴퍼니에이'가 손잡고 이어가는 기부 공연이다.

기부의 싹은 2016년 움텄다. 이갑용 서울지적장애인복지협회장이 국립서울농학교 교장이던 때다. 이 회장은 당시 연습실을 구하지 못하던 뮤지컬컴퍼니에이 측에 국립서울농학교의 체육관을 빌려줬다. 어느 날 연습 장면을 본 이 회장은 "장애인들에게도 뮤지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제작사는 "뮤지컬로 역사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뜻깊은 일"이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처음에는 우려가 컸다. 대관 업체와 제작사 직원이 반대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집중력이 낮다. 간혹 돌출행동을 하기도 한다. 혹시나 극장 질서 유지가 어렵고 안전사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 객석에 앉은 발달장애인들은 그 어떤 관객보다 매너 좋은 자세로 공연을 지켜봤다. 지난해 2월 서울에서 2회만 하기로 했으나 1회 공연이 추가됐다. 뜨거운 반응에 전국 투어까지 성사됐다. 제작사와 배우 모두 뿌듯하다는 반응이다.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정도원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연은 진심이 서로 전달돼 잘되는 것 같다"며 "무대 위의 배우들이 더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뿐 아니라 복지사들도 뮤지컬을 보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에서 새로운 보람을 발견했다. 공연 진행 관계자는 "공연을 보다 말고 돌아다니고 떼를 쓸 줄 알았는데 시종일관 진지해서 놀랐다"고 했다. 자리에서 목을 빼고 공연에 푹 빠져 있거나 노래에 맞춰 양손을 흔들며 춤을 추는 이들이 보였다.

앞으로도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무료 뮤지컬 공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갑용 회장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을 위해 꾸준히 관람 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