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같은 울릉도에서 황혼을 노래하고 싶다"

입력 : 2018.04.17 22:46

'울릉천국 아트센터' 여는 이장희
은퇴 후 울릉도 정착한 지 14년… 집 앞 부지 등에 공연장 세워

"안녕하십니까. 울릉도에서 온 이장희입니다. 으하하하."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세시봉' 멤버로 유명한 가수 이장희(71)가 회색 중절모를 벗고 팔을 활짝 벌리며 인사했다. 큰 울림 담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17일 서울 덕수궁 돌담을 배경으로 가수 이장희가 통기타를 둘러메고 환하게 웃었다. 음성엔 활기가, 웃음엔 생기가 넘쳤다. /이태경 기자
17일 서울 덕수궁 돌담을 배경으로 가수 이장희가 통기타를 둘러메고 환하게 웃었다. 음성엔 활기가, 웃음엔 생기가 넘쳤다. /이태경 기자
이장희는 다음 달 8일 울릉도 북면 현포리에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연다. 은퇴 후 울릉도에 둥지 튼 지 14년 만이다. 이장희가 자신의 농장 '울릉천국'과 집 앞 부지 일부(연면적 1652㎡)를 제공하고 경북도·울릉군이 70억원을 지원해 지상 4층 규모로 지었다. '울릉천국'은 그가 자연경관에 반해 지은 말이다. 2011년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란 곡도 발표했다.

"처음 (경북도·울릉군에서) 제안받았을 땐 언짢았어요. 은퇴 후 거주 목적으로 마련해 아껴두고 싶은 공간이었죠." 그런데 소질 없는 더덕 농사를 대신해 가꾸기 시작한 정원이 초등학생 소풍지가 됐다. '무릎팍도사' 등 TV 출연 후엔 초인종 누르는 관광객까지 많아졌다. 결국 주변에 버스 정류장, 공중화장실까지 생겨 관광지처럼 됐다. 이장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많은 사람이 만끽하는 공공지가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전시장, 카페 등이 마련된 센터에는 150여 객석의 상설 공연장도 있다. 개관일 공연 첫 곡은 데뷔곡 '그 애와 나랑은'으로 정했다. "가사를 돌아보면 살아온 추억의 편린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이장희는 이 공연장을 '극장'이라 불렀다. "작고 아름다운 소극장 형태를 담고 싶어서"다. "이문세가 와서 보곤 '형, 여긴 인디 밴드가 공연하면 참 좋겠어' 하더라고요. 후배들이 많이 왔으면 해요." 그는 "기타리스트 강근식 등 옛 동료와도 여기서 자주 연습했는데 '야, 이거 좋구나' 싶더라"고 했다.

"1988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만들다 만 곡들이 있어요. 공연 때 선보이고 9월쯤 녹음해보려고요. 일흔 넘은 나이에 잘하는 짓인지(웃음)." 그는 "황혼의 감정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잊히는 기억 조각을 비망록처럼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이 나이만이 갖는 쓸쓸함, 안온함까지 깊이 표현해보고 싶어요."

이날 이장희는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를 불렀다. 스물일곱 살이던 1974년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 초대받고 행사 전날 쓴 곡이다. 담담하게 툭 던져놓는 창법으로 노래했다. "그때도 울 수 있고 가슴 한구석엔 아직 꿈이 남아 있을까…." 지금은 이 가사의 해답을 찾았을까. "예순한 살을 훌쩍 넘겼는데 지금도 설레는 가슴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생각 자체가 살아가는 원동력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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