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 "안주 않겠다"…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피아니스트

입력 : 2018.04.12 10:44
피아니스트 서형민
피아니스트 서형민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는데 딱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평소 하던대로 연습하고 쉬고 했어요."

피아니스트 서형민(28)이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제8회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노버 음대 등에서 공부한 서형민은 여러 콩쿠르에 참가하며 유망주로 꾸준히 손꼽혔다. 12일 서면 인터뷰에서 서형민은 기뻐하면서도 들뜨지는 않았다.

서형민은 작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이 2013년 1위를 차지한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 2016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16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2010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는 본선 2차에 진출했다.

인터내셔널저먼피아노어워드는 인터내셔널 피아노 포럼이 재능있는 젊은 피아노 연주자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2008년 제정한 대회로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나 조성진이 2015년 우승한 쇼팽 국제 콩쿠르 비하면 지명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선우예권이 2015년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 탄력을 받은 것에서 보듯, 내실 있는 대회다. 우승자에게 상금 2만유로(약 2631만원), 유명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 에이전시 계약, 음반 녹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만큼 치열하며 참가자들은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서형민 역시 "콩쿠르 자체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콩쿠르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 대신 첫째날은 아침에 1차 연주, 발표 후 오후에 바로 2차 연주, 발표 후 바로 오케스트라와 첫 리허설을 다 소화해야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날은 더 혹독하다.

오전 10시에 결선 솔로 연주, 점심 이후 오케스트라와 두번째 리허설, 저녁에 오케스트라와 그랜드 결선을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어떤 콩쿠르도 이런 스케줄로 움직이는 콩쿠르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힘들었지만 새롭고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긍정했다.

서형민은 네살때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다. 다섯살에 작곡을 척척 해내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평화', '희망', '도둑의 하루' 등이다. 신동으로 불리며 협주곡, 야상곡, 폴로네이즈, 환상곡, 즉흥곡을 양산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여덟살 때 금호갤러리에서 독주회를 열며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이어 재능을 확신, 미국으로 갔다. 박성용 금호 전 회장(1932~2005), MC 주병진씨, 피아노학원장들, 어머니 친구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전세비용과 독주회 티켓 판매수익도 보탰다.

그렇게 2001년 매네스음대 예비학교에 들어갔고 그해 뉴욕필하모닉 영아티스 오디션에서 덜컥 우승해버렸다. 실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굵직한 대회의 '우승자 프리미엄'이 붙어야 톺아보는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 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특히 둥지를 튼 지 2년 만에 독일의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덕분에 자신감이 좀 더 붙은 모양새다. "많은 콩쿠르가 우승 내지 입상을 해도 연주 기회를 두어번 줄까말까다. 그런데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는 우승 이후 연주, 음반 등등 향후 활동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이 의미가 크다"며 기뻐했다.

또 다른 콩쿠르 도전 의사를 묻자 "글쎄요, 일단 흘러가는대로 상황 보면서 차차 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숨 고르기로 보인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싶어요. 더욱더 나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계속 정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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