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오빠부대가 외칩니다 "땡스 투 조용필"

입력 : 2018.04.11 03:00

조용필 50주년 맞은 팬클럽들

축하 광고 내걸고 팬미팅도 주최
지난 9일엔 도시락 100인분 들고 조용필 방송 녹화장 찾기도

지난 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꽃다발을 든 20여 명 무리가 이목을 끌었다. 평양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가수 조용필(68)을 기다리는 팬클럽 회원들이었다. 아이돌 연예인 팬들도 있었지만 플래카드와 선물을 준비해 온 사람은 40~50대인 조용필 팬들뿐이었다. 전날 밤 11시부터 기다리기 시작한 이들은 이날 새벽 4시 40분에야 나타난 조용필에게 꽃다발을 건넬 수 있었다.

조용필 팬들은 지난 7일 서울 강남역 근처 한 빌딩에‘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설치 비용은 물론 현수막 디자인도 팬들이 직접 했다. 현수막 설치 후 세 팬클럽별로 티셔츠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조용필 팬클럽연합
조용필 팬들은 지난 7일 서울 강남역 근처 한 빌딩에‘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설치 비용은 물론 현수막 디자인도 팬들이 직접 했다. 현수막 설치 후 세 팬클럽별로 티셔츠를 입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조용필 팬클럽연합
조용필 데뷔 50주년을 맞아 '원조 오빠부대'인 조용필 팬클럽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9일 서울 KBS에는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조용필을 보려고 200대1 경쟁을 뚫고 방청권을 따낸 150여 명 팬이 몰려들었다. 앞자리에서 보려고 입장 시각 3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출연진과 스태프 등 100여 명을 위해 아이돌 팬들이 주로 선물하는 '조공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조용필 측 관계자는 "도시락마다 '땡스 투 조용필'이 적힌 스티커를 일일이 붙였고 특히 조용필을 위해서는 10만원짜리 도시락을 준비했더라"고 말했다. 팬클럽 측은 이날 도시락 마련에 350만원가량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이들은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빌딩 외벽에 가로 10m, 세로 13m 크기의 조용필 50주년 축하 광고도 내걸었다. 이 현수막은 세 팬클럽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 디자인 의견을 모아 직접 만들었다.

조용필 팬클럽은 1997년 시작된 '이터널리', 1999년 생긴 '미지의 세계', 2001년 결성된 '위대한 탄생'이 있다. 온라인 카페로 출발한 '위대한 탄생'이 가장 큰 팬클럽으로, 회원이 10만명에 이른다. 초창기에는 '조용필 팬클럽 모집' 신문광고를 내거나 공연장에서 직접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 이들은 '용필 오빠가 공항에 떴다'는 단체 문자로 서로 연락하며 조용필 동향을 주고받는다. '이터널리' 운영자 중 한 명인 남상옥(여·51)씨는 "세 클럽 모두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열성 회원은 1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동 470석 규모 공연장에서 열린 조용필 팬미팅은 티켓 판매 40초 만에 770명이 입금, 300명은 참석을 포기해야 했다. 팬클럽별로 색깔을 달리해 응원 도구를 맞추기도 한다. '이터널리'는 진노란색, '미지의 세계'는 체리핑크색, '위대한 탄생'은 파란색이 대표색이다. 50주년인 올해 연합 활동을 할 때는 모든 팬클럽이 보라색을 쓰기로 했다. '미지의 세계' 회장 이정순씨는 "2008년부터 우리가 쓴 '땡큐 조용필 오빠'란 피켓이 50주년 공연 제목 '땡스 투 유'에 반영된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위대한 탄생' 회장 윤석수(54)씨는 "조립형 부스를 들고 다니며 공연마다 팬클럽 홍보도 하고 있다"면서 "40주년 공연 때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풍선 2만개를 날려보낸 건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고 말했다.

조용필 팬클럽들이 생긴 시기는 조용필이 TV 출연을 중단하고 공연만 하던 시기였다. 전성기가 아니라 오히려 침체기였다는 것이다. 윤석수 회장은 "용필 형님에게 힘이 되려고 모였던 팬들의 마음이 50주년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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