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손지혜 "마농, 성격이 5개"···29년만의 전막오페라

입력 : 2018.04.02 09:49
오페라 '마농'의 프리마 돈나 손지혜
오페라 '마농'의 프리마 돈나 손지혜
가끔 소프라노와 오페라의 인연을 발견한다. 손지혜(37)와 '마농'도 그렇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 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쥘 마스네의 '마농'을 선보인다. 29년 만의 한국 전막 공연이다.

손지혜는 "지난해 '마농'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 올해 공연을 하는줄 몰랐었죠"라며 웃었다.

'마농'은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귀족 출신의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소녀 마농의 우연한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다. 손지혜와 '마농'의 첫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를 거쳐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하면서 마지막 시험을 '마농'으로 치렀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죠."

타이틀롤 마농의 매력은 다채로운 성격에 있다. 사치와 향락,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사랑과 유희만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젊고 매혹적인 여성이다.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섬세하면서 관능적인 음악이 그녀와 한 몸이 된다.

손지혜는 이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5개의 성격은 갖고 있다고 본다. "충동적인 소녀의 모습부터 모든 것을 다 맛보고 허무함을 느끼며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표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손지혜는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물론, 연기력까지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마농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14년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당차면서 순수한 줄리엣으로 급부상한 그녀는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같은 오페라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의 역시 비올레타로 물이 오른 연기력을 보여줬다.

"연기력이 순간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적이 있어요. 연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성과가 바로 바로 나오지는 않았거든요. 저 자신을 드러내는 데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적인 면에서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줬어요."

'마농'은 손지혜에게 성큼성큼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철이 없고 나빠 보이는 캐릭터를 맡은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마농은 누군가를 유혹하거나 부추긴다. 더구나 젊은 감각의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마농을 피해자가 아닌 좀 더 강한 여성으로 그린다.

"개인적으로 마농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하. 그럼에도 그런 부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죠.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주기 싫어,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유럽에서 활약하기도 한 손지혜는 최근 국내에서 러브콜을 잇따라 받고 있다. 그녀가 국립오페라단과 첫 인연을 맺은 건 2008년 영아티스트로서 참여한 '피가로의 결혼'이다. 10년이 흐른 지금은 이 오페라단 대형 공연의 주역을 꿰차고 있다.

전성기가 찾아온 걸까. 손지혜는 "아직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저는 대기만성이 좋아요. 어렸을 때 더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더 감사하죠. 가면 갈수록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스포츠 선수가 신기록을 세운 뒤 또 신기록을 추구하듯, 매번 예술의 최고점을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남의 마지막, 손지혜는 또 다른 예언을 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아가씨'의 '마리'를 맡고 싶다고. 이 또한 국내에서는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다. '마농'에 이은 운명, 계속 이어질 것인가.

"군대에서 생활하는 여자 아이 이야기에요. 남자 같고 당돌하기도 하지만, 여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죠. 그런 역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뤄지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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