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6 01:29
고전 발레를 高실업시대에 접목… 29~31일 LG아트센터서 공연
마법사의 저주로 낮엔 백조가 되는 아름다운 공주,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왕자,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백조의 호수'라는 이름은 달콤한 오케스트라와 발레리나들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오는 29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는 그런 기대와 선입견을 박살 낸다. 부서진 마음에서 유머를, 음울한 폐허에서 아름다움을 건져 올리는 역설적 감성의 무용극이다. 세파에 찌든 백조의 얼룩덜룩한 날개, 피날레에 춤추듯 흩날리는 깃털들이 주는 감동은 고전 발레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다.
고전 발레의 플롯을 기반으로 아일랜드 전설과 실제 사건을 결합해낸 독특한 작품. 주인공은 스무 살 지그프리드 왕자가 아니라 30대 중반 실업자 '지미(마이클 머피)'이고, 배경은 동화 같은 유럽의 숲이 아니라 어둡고 우울한 아일랜드의 현실이다. 강제 철거로 옛집에서 쫓겨나게 된 지미는 죽음을 생각하며 간 호숫가에서 백조를 만나 춤을 추다 사랑에 빠진다. 백조는 가톨릭 신부가 성추행한 뒤 발설하지 못하도록 저주를 건 여성들이다.
무대 위 배우와 무용수들은 때때로 모진 독설과 충격적 퍼포먼스를 마다하지 않고, 차이코프스키 대신 아일랜드 3인조 밴드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Slow Moving Cloud)'의 음악이 무대를 휘감는다. 클라이맥스의 비장미는 특기할 만하다. 백조가 죽음을 맞고, 지미 역시 뒤쫓아온 경찰들의 총탄에 숨진다. 하지만 둘은 서서히 다시 일어나 춤을 춘다. 꿈처럼 흰 깃털이 휘날린다. 현실이 아무리 엄혹하다 해도 사랑과 구원은 가능하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영국 옵서버지는 이 작품을 만든 키간―돌란에 대해 "19세기 이야기를 망치로 깨뜨리고 다듬어 새로운 경이로 빚어내는 희귀한 재능을 가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2016년 초연 때 영국 주요 영국 언론이 별 다섯 개 만점을 주며 호평했고, 작년엔 영국 내셔널댄스어워즈 최우수 현대무용안무상을 받았다. 공연은 29~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