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도 대스타" 올림픽홀 점령한 유튜버들

입력 : 2018.03.02 01:39

연예인 전유물이던 올림픽공원, 일반인 유튜버 보려는 팬 가득
"매일 영상으로 접해 친숙해"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3200여 석은 관중으로 꽉 들어찼다. 이들은 응원 피켓, LED봉을 흔들며 올림픽홀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질렀다.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부착한 일명 '대포 카메라'도 곳곳에 보였다.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등장한 이들은 가수나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 유튜버였다.

연예인 전유물이던 올림픽공원이 일반인들에게 점령당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기존 테니스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국내 최초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은 그동안 국내외 최정상급 가수들의 콘서트 장소로 애용돼왔다. 나훈아, 신승훈, 존 레전드 등이 거쳐간 이 공간을 유튜버들이 차지했다. 이날 공연에는 게임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마술 채널을 운영하는 마술사 '니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외국인 크리에이터 '영국남자' 등 유명 유튜버들이 출연했다.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화면 속)’이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메이크업 쇼를 하는 장면.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화면 속)’이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메이크업 쇼를 하는 장면. /유튜브

"뮤직 크리에이터로서 가수들만 서는 이 자리에 있는 게 꿈만 같네요." 미국 보스턴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돌아와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버블디아(본명 리디아 안·30)가 첫 무대를 열었다. 그는 발성법 등 보컬 팁으로 인기를 끌다 유튜브 코리아가 마련한 이번 공연에 초대됐다. 음악, 뷰티, 개그, 연애 등 다양한 주제로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인 만큼 무대도 다채롭게 꾸며졌다.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본명 박수혜·28)'은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4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배역 크리스틴에서 팬텀으로 분장을 바꾸는 메이크업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유튜버 ‘라온’을 응원하는 피켓과 LED봉. /‘라온’ 인스타그램

10~20대 젊은 층이 유튜버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공연장을 찾은 홍수진(15), 박은빈(15)양은 "TV는 안 봐도 유튜브는 본다"며 "멀리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연예인들과 달리 유튜버들은 매일 영상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기 유튜브 채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구독자 100만을 넘는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5년 말까지 23개였으나 2017년 말 기준 90개로 2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유튜버들을 응원하는 굿즈(기념품), 팬클럽도 인기다. 이날 공연장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르는 유튜버 '라온'을 응원하는 LED봉과 모자가 등장했다. '대도서관' 팬클럽 회원 10여 명은 함께 모여 공연장을 찾았다. 팬클럽 회원 박준열(26)씨는 "재치 있게 게임 중계를 하는 대도서관님의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의 낙"이라며 "팬 블로그에 오늘 찍은 사진과 영상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황인성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요즘 대중들은 화려한 스타보다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개인 채널로 일상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유튜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며 "소수 스타들이 누리던 팬덤 문화가 일반 유튜버에게 넘어가는 현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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