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사진 작가 케빈 아보시, 블록체인 기반 '포에버 로즈' 공개
사진의 가치 담은 단 하나의 코인… 100만달러에 판매돼 논란
아보시는 조니 뎁, 스티븐 스필버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명사들을 찍은 흑백사진으로 이름을 알린 세계적인 사진작가. 이번 사진은 다르다. 작품의 핵심은 그가 찍은 장미 사진이 아니라, 그 사진의 가치를 담았다는 가상 화폐다. 23일 한국에 온 아보시는 "장미를 찍은 사진은 장미의 실물이 아니라 장미가 상징하는 '사랑'이란 가치를 담은 대용품(proxy)이다. 로즈 코인은 사진이란 대용품의 가치를 담은 또 다른 대용품, 즉 대용품의 대용품(proxy of proxy)인 셈"이라고 했다.

"현대 예술의 개념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아닙니다. (탁자 위 녹차 과자를 가리키며) 예를 들어 한 예술가가 이 과자에 어떤 이야기나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으로 명명한다면 그때부터 이건 미술 작품이 되고 가치도 달라집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매기기도 하고, 물건이 가진 실제 가치 말고 다른 추상적 가치를 부여하기도 해요. 그러니 가상 화폐에 그런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포에버 로즈'는 단 1개의 코인만으로 이뤄진다. 이 코인은 가상 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ERC20'이다. 150명 지원자 중 뽑힌 10명의 구매자가 코인 한 개를 10등분해서 나눠 가졌다. 10분의 1짜리 코인은 전자 지갑에 저장되고, 코인을 소유한다는 증명이 블록체인에 기록으로 남는다. 이더스캔(etherscan.io) 홈페이지에서 포에버 로즈에 해당하는 고유 주소를 입력하면 소유자와 거래 내역 등이 모두 공개된다. 사진에 대한 소유권만 코인의 형태로 가질 뿐 원본 사진과 배포권, 저작권 등은 가지지 못한다.
아보시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앤디 티엔(Tian·43) 아시아 이노베이션스 그룹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첫 미술 작품인 데다가 코인이 단 한 개밖에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구매자들이 관심을 가졌다"며 "구매자들은 대부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IT 업계 종사자들이다"고 했다. "블록체인과 미술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공감(consensus)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이 가치를 갖게 된 것은 구매자들이 이 가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듯, 블록체인 미술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런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에 판매가 가능했죠. 구매자를 1명이 아니라 10명으로 정한 것도 '공감'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미술품을 사는 이유가 하나밖에 없는 코인의 가치 때문이라면, 그 작품에 예술적 가치가 있기는 한 걸까? 아보시는 "사람들이 미술품을 사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미술품 자체가 좋아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자랑하려고 사는 사람, 작품의 미래 가치를 계산해 투자용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을 산 이유엔 이 셋이 다 섞여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에버 로즈'는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아 인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의 가치는 가상 화폐에 담겨 있다. 블록체인 미술이 현대 예술에 대한 조롱이나 사기극인지, 미래의 예술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인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