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12 09:49
격세지감이다. 지난 2012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당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한의 걸그룹 '소녀시대'가 인기를 누리자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며 검열을 지시했다.
하지만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는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깜짝 등장했다. 2007년 소녀시대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는 팀의 막내로, 최근에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현은 이날 공연 막바지에 삼지연관현악단원들과 마지막 곡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했다.여성 중창단원의 손짓 신호에 맞춰 무대로 나온 서현은 흰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으러 북한 단원들의 그것과 다소 대비됐으나 노래로는 잘 조화가 됐다.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 가도/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의 날 다시 만나자' 하는 가사를 함께 부르며 북한 단원의 손을 잡거나 마주 봤다.앞서 1990년 국립극장에서 진행됐던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에서도 남북 예술단은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객석의 기립 박수가 이어지는 동안 서현과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은 포옹을 나누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 위에서 북측 젊은 악단장은 서현과 긴 시간 동안 악수를 나누며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날 인기 중장년 가수가 아닌 아이돌이 깜짝 등장해 북한 가수와 만난 건, 앞서 2005년 걸그룹 '핑클' 출신 톱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두 사람이 중국 상하이의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삼성 애니콜 CF가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그간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양 문물에 대한 개방화 정책을 보여왔다. 그의 지시로 2012년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파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미국 영화 '록키' 주제 테마 '곤나 플라이 나우(Gonna Fly Now)'를 연주하고, 미국 디즈니사의 캐릭터들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 공연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은 K팝 아이돌 노래를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여자 가수 5명이 핫팬츠 차림으로 K팝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춤과 함께 경쾌하게 노래를 들려준 '달려가자 미래로'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남측 예술가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중문화예술 교류가 중단됐고, 아이돌을 위주로 한 K팝에 대해 북한 역시 대외적으로 기피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소녀시대를 비롯한 한류 문화가 여러 경로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이 북한에서 화제였다. 공연을 앞두고 국제 정세로 인해 무산됐지만, 지난 4일 예정됐던 남측 예술단의 금강산 공연에는 보아 등 K팝 아이돌이 대거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삼지연관현악단 국립극당 공연에서는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 공연과 달리 현송월 단장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그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이기도 하다.
현 단장은 공연 말미에 이례적으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강릉에서 목감기가 걸려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다른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너스레도 떨었다.
그녀는 "저는 이번에 두 번이나 분단의 선을 넘어 여기 남쪽으로 왔습니다"면서 "그 과정에서 너무도 지척인 평양과 서울의 거리와 달리 서로 너무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 단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백두와 한나도 내 조국'을 시작했다. 악단과 여성 중창단원들이 노래와 연주로 합세했다.이 곡은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에서도 울려 퍼졌는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와 일본 보수 언론은 가사 일부를 '독도'로 개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올림픽을 마음껏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공연 내용은 강릉아트센터 공연과 일치했다. 'J에게'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왁스의 '여정' 같은 한국 가요에 빌헬름 텔 서곡,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같은 클래식, '반갑습니다'를 비롯한 북한 가요가 뒤섞여 메들리 형식으로 이어졌다.
역시 미국 대중음악이 대거 등장한 점도 특기할 만한 점으로 꼽혔다. '올드 블랙 조(Old Black Joe)'가 '흑인령감 죠'라는 제목으로 연주됐고 '도즈 웨어 더 데이즈(Those Were the Days)'는 '아득히 먼 길'로 소개됐다. '락엽(Autumn Leaves)'에서 색소폰 솔로, 미국의 카우보이 민요 '레드강 골짜기'(Red River Valley)'에서는 콘트라베이스로 재즈 주법을 흉내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공연은 오후 8시40분께 종료됐다. 남측에서 전달한 꽃다발을 품에 안은 현 단장과 단원들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표정은 대체로 밝았으나 퇴장 할 때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은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약 15년6개월 만이었다. 규모는 14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강릉아트센터 공연을 TV로 보고 이날 공연은 직접 관람한 사물놀이의 선구자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많은 부분이 서양식으로 업데이트 됐다. 재즈의 영향 등 서구적인 부분이 크게 늘었다. 악단의 절반을 차지했던 국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다소 아쉽지만 연주의 수준만큼은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0년과 1998년 북한을 찾아 공연했다. 1990년에는 윤이상 작곡가의 초청으로 가야금 명인 고 황병기 선생이 조직한 남측 악단과 함께 평양 땅을 밟은 바 있다.
이날 공연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내외와 김여정 등 북측 대표단을 비롯해 정재계,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 인사가 1550여 객석을 가득 메웠다. 박원순 서울시장,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 김희중 대주교, 연극배우 손숙과 박정자,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눈에 띄었다.
한편 국립극장 앞 길 하나를 놓고 북한예술단 환영·반대 집회가 동시에 펼쳐졌다. 공연 직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은 극장 주변인 장충체육관 앞에서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 등을 불태웠다. 진보단체 회원?은 "평화올림픽 환영한다" 등의 현수막을 펼쳤다.
하지만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는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깜짝 등장했다. 2007년 소녀시대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는 팀의 막내로, 최근에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현은 이날 공연 막바지에 삼지연관현악단원들과 마지막 곡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했다.여성 중창단원의 손짓 신호에 맞춰 무대로 나온 서현은 흰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으러 북한 단원들의 그것과 다소 대비됐으나 노래로는 잘 조화가 됐다.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 가도/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의 날 다시 만나자' 하는 가사를 함께 부르며 북한 단원의 손을 잡거나 마주 봤다.앞서 1990년 국립극장에서 진행됐던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에서도 남북 예술단은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객석의 기립 박수가 이어지는 동안 서현과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은 포옹을 나누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 위에서 북측 젊은 악단장은 서현과 긴 시간 동안 악수를 나누며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날 인기 중장년 가수가 아닌 아이돌이 깜짝 등장해 북한 가수와 만난 건, 앞서 2005년 걸그룹 '핑클' 출신 톱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두 사람이 중국 상하이의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삼성 애니콜 CF가 전파를 타 화제가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그간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양 문물에 대한 개방화 정책을 보여왔다. 그의 지시로 2012년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파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미국 영화 '록키' 주제 테마 '곤나 플라이 나우(Gonna Fly Now)'를 연주하고, 미국 디즈니사의 캐릭터들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 공연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은 K팝 아이돌 노래를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여자 가수 5명이 핫팬츠 차림으로 K팝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춤과 함께 경쾌하게 노래를 들려준 '달려가자 미래로'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남측 예술가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중문화예술 교류가 중단됐고, 아이돌을 위주로 한 K팝에 대해 북한 역시 대외적으로 기피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소녀시대를 비롯한 한류 문화가 여러 경로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이 북한에서 화제였다. 공연을 앞두고 국제 정세로 인해 무산됐지만, 지난 4일 예정됐던 남측 예술단의 금강산 공연에는 보아 등 K팝 아이돌이 대거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삼지연관현악단 국립극당 공연에서는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 공연과 달리 현송월 단장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그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이기도 하다.
현 단장은 공연 말미에 이례적으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강릉에서 목감기가 걸려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다른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너스레도 떨었다.
그녀는 "저는 이번에 두 번이나 분단의 선을 넘어 여기 남쪽으로 왔습니다"면서 "그 과정에서 너무도 지척인 평양과 서울의 거리와 달리 서로 너무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현 단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백두와 한나도 내 조국'을 시작했다. 악단과 여성 중창단원들이 노래와 연주로 합세했다.이 곡은 지난 9일 강릉아트센터에서도 울려 퍼졌는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와 일본 보수 언론은 가사 일부를 '독도'로 개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올림픽을 마음껏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공연 내용은 강릉아트센터 공연과 일치했다. 'J에게'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왁스의 '여정' 같은 한국 가요에 빌헬름 텔 서곡,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같은 클래식, '반갑습니다'를 비롯한 북한 가요가 뒤섞여 메들리 형식으로 이어졌다.
역시 미국 대중음악이 대거 등장한 점도 특기할 만한 점으로 꼽혔다. '올드 블랙 조(Old Black Joe)'가 '흑인령감 죠'라는 제목으로 연주됐고 '도즈 웨어 더 데이즈(Those Were the Days)'는 '아득히 먼 길'로 소개됐다. '락엽(Autumn Leaves)'에서 색소폰 솔로, 미국의 카우보이 민요 '레드강 골짜기'(Red River Valley)'에서는 콘트라베이스로 재즈 주법을 흉내냈다.
오후 7시에 시작된 공연은 오후 8시40분께 종료됐다. 남측에서 전달한 꽃다발을 품에 안은 현 단장과 단원들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표정은 대체로 밝았으나 퇴장 할 때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은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약 15년6개월 만이었다. 규모는 14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강릉아트센터 공연을 TV로 보고 이날 공연은 직접 관람한 사물놀이의 선구자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많은 부분이 서양식으로 업데이트 됐다. 재즈의 영향 등 서구적인 부분이 크게 늘었다. 악단의 절반을 차지했던 국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다소 아쉽지만 연주의 수준만큼은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0년과 1998년 북한을 찾아 공연했다. 1990년에는 윤이상 작곡가의 초청으로 가야금 명인 고 황병기 선생이 조직한 남측 악단과 함께 평양 땅을 밟은 바 있다.
이날 공연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내외와 김여정 등 북측 대표단을 비롯해 정재계,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 인사가 1550여 객석을 가득 메웠다. 박원순 서울시장,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 김희중 대주교, 연극배우 손숙과 박정자,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눈에 띄었다.
한편 국립극장 앞 길 하나를 놓고 북한예술단 환영·반대 집회가 동시에 펼쳐졌다. 공연 직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은 극장 주변인 장충체육관 앞에서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 등을 불태웠다. 진보단체 회원?은 "평화올림픽 환영한다" 등의 현수막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