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조각의 조화… 거장의 생애를 만나다

입력 : 2018.01.10 00:31

'현대 추상조각 선구자' 김종영 '붓으로 조각하다'展 열어

1세대 조각가 우성(又誠) 김종영(1915~1982)은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라 불린다. 나무와 돌이 주재료인 그의 조각은 자연 본래의 모습을 띤 것이 많다. 불필요한 새김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원형을 살렸기 때문이다.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를 지향한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불각(不刻)의 미(美)'라 칭했다.

김종영 조각‘작품 75-11’ /예술의전당
김종영 조각‘작품 75-11’ /예술의전당
'김종영―붓으로 조각하다'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2월 4일까지 열린다. 김종영의 조각, 서화, 서예, 드로잉, 사진과 유품 180여 점을 선보인다.

경남 창원 명문 선비 집안에서 태어난 김종영은 부친에게 한학과 서예를 배웠다. 휘문고보를 거쳐 1930년대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서 유학했고, 서울대학교에서 30년 이상 교수로 지내며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그는 생전 "내 작품의 소재는 인물, 식물, 산과 나무"라고 말했다. 자연을 닮은 그의 조각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꾸밈이 없어 담백하지만 뿜어내는 힘은 강렬하다.

전시는 김종영 예술의 뿌리가 된 붓글씨를 비롯해 드로잉, 조각을 아우른다. 서예와 드로잉은 한 맥으로 이어지는 것이 많아, 그림을 통해 글의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기법으로 실험적 드로잉을 그린 것도 특징이다. 같은 산이어도 한 번은 종이 위에 먹으로 산수화를, 그다음에는 수채(水彩)로 삼각형과 선을 사용해 추상적 풍경화를 그렸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은 "김종영은 서예 등의 전통에 기반을 둔 조각을 선보였던 만큼, 조각품만으론 그의 예술 세계를 해독할 수 없다"며 "남들이 서양 미술을 따라갈 때 김종영은 한국 미술의 진로가 어디로 향하는지 고민하며, 동서양의 특징을 다 품고 수용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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