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을 위한 동화…뮤지컬 '줄리앤폴'

입력 : 2018.01.02 10:26
뮤지컬 '줄리앤폴'
뮤지컬 '줄리앤폴'
연초부터 대학로를 달구고 있는 창작 뮤지컬 '줄리앤폴'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 부를 만하다. 자석 공장에 다니는 여공 '줄리'와 서커스 곡예사 '폴'의 마법 같은 끌림은, 사랑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자석을 삼켜 버려 '자석의 심장'을 가진 줄리는 심장이 딱딱해지는 병에 걸렸다. 이로 인해 어느 날 쓰러져 죽을 위기를 맞았는데, 폴의 철의 손이 그녀의 심장을 다시 깨우는 묘를 발휘한다.

어릴 때 한쪽 손을 잃은, 폴은 곡예를 할 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손을 철로 대신했다. 폴의 철의 손에 자석이 박힌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낀 줄리는 그에게 단숨에 빠져든다.

1889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실제와 상상력을 버무려 극에 녹여낸 솜씨가 일품이다. 당시 프랑스혁명 100돌 기념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진 약 320m의 격자형 철탑인 에펠탑이 극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줄리의 수술비 1만 프랑을 구하기 위해 고소 공포증을 이겨내고, 철탑 끝에 오르는 폴의 이야기는 파리와 에펠탑이 갖고 있는 낭만성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도시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상징물로서 에펠탑을 치켜세우는 정치권과 파리의 미관을 해치고 예술적으로 형편없다며 흉물로 치부한 예술계의 대립 과정에서 운운하는, 대운하 등은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다. 점심시간까지 없애며 노동을 강요한 탓에 자석을 삼킨 줄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반추하게 만든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에 감동과 생각할 거리까지 스며들게 한 극작과 작사를 맡은 김유정 작가, 낭만적인 선율이 가득한 음악을 만들어낸 김드리 작곡가 등 신인 창작자의 따듯하고 신선한 감각이 물씬 배어 있다.

줄리가 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부러 이별을 고한 뒤 두 사람 사이에 빚어진 오해가 쥐가 쓴 편지로 쉽게 풀리는 등 몇몇 장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감성으로 가득한 이 뮤지컬에서 큰 흠은 아니다. 엉뚱한 줄리에 사랑스런 매력을 가득 부여한 곽선영, 폴의 낭만적 진심을 따듯하게 보여준 송유택의 열연도 돋보인다.

2015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뮤지컬 리딩 공모'에서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고 음악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작년 7월 '리딩 공연'으로 선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다. 오는 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