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8 17:51
올해로 4회차 맞은 ‘프리즈 2025’ 폐막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성장”
48개국 방문객 7만명
같은 작가 걸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프리즈가 막을 내렸다. 예년의 침체됐던 분위기와는 달리 관람객 수나 판매액에서 확실한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참여 화랑들의 거래액이 1000억 원의 예상치에 근접하며 개막 직후부터 활발한 세일즈와 뜨거운 분위기,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컬렉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체감할 수 있었다.
프리즈는 2025년 9월 3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프리즈 서울 2025에는 28개국에서 121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나흘간 48개국에서 7만명이 찾았으며, 160개 이상의 세계 유수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졌다”라며 “그간의 분위기와 가장 다른 점은 3만불 이하의 중저가 작품에도 꾸준한 수요와 관심이 잇따랐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리즈에는 국내 갤러리 비중이 늘면서 동일한 국내 작가를 각각 내건 두 곳 이상의 갤러리가 많았다. 각 갤러리가 이번 아트페어에 출품하기 위해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전시했는지 보는 것 역시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특히 서도호와 이불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STPI는 서도호와 이불을 포함한 프레젠테이션을 꾸렸다. 부스 입구 정면의 대형 서도호 작품은 아름다운 색감과 더불어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이불의 판화 역시 작가만의 재료실험과 신체, 기계적 요소에 대한 탐구정신이 담긴 작품이 내걸렸다. 유에미(Emi Eu), STPI 총괄 디렉터는 “올해 다시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관객층에서 변화를 느꼈는데,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이는 매우 고무적이다.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을 받았고,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며 서울이 여전히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요한 중심지임이 분명히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서도호의 작품을 내건 리만 머핀은 김윤신, 성능경 등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작가와 더불어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 헤르난 바스(Hernan Bas), 라이자 루(liza lou), 안나 팍(Anna Park)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리만 머핀은 라이자 루(Liza Lou)를 약 3억 3천만원에, 헤르난 바스를 약 3억원에, 데이비드 살레를 약 2억원에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이불의 작품은 전속 갤러리인 BB&M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BB&M은 이불의 평면 작품과 함께 영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의 배영환, 임민욱, 이진준, 성시경, 알렉스 도지(Alex Dodge), 미코 벨드캄프(Miko Veldkamp)의 작품을 출품했다. 관람객들은 같은 작가라도 다른 갤러리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전시된 작품을 보며 작가의 작업관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는 이불의 대규모 개인전 ‘이불: 1988년 이후’가 진행 중이다. ‘이불: 1988년 이후’는 2026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송현숙 역시 학고재와 스프루스 마거스에 출품돼 첫날부터 모두 판매됐다. 송현숙은 절제된 붓질과 반투명한 템페라 기법을 통해 기억과 내면을 응축된 형상으로 그려낸다. 송현숙 작품의 이름은 ‘29 Brushstrokes’처럼 붓질을 의미하는 ‘Brushstrokes’ 앞에 숫자가 붙는 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작가가 작업을 하며 행한 붓질의 횟수를 의미한다.



송현숙의 작품은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송현숙·테아 조르자제(Thea Djordjadze) 2인전 ‘others vs others’는 9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송현숙의 주요작 7점을 선보이며, 10호에서 150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로 작가의 예술적 궤적과 템페라 기법의 정수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프리즈 개막 행사와 더불어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지에서 펼쳐진 야간행사는 식지 않는 열기를 이어갔다.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송은 등 주요 기관과 갤러리를 무대로 다채로운 연장 운영과 이벤트를 선보였다.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개막과 동시에 눈에 띄는 판매 성과와 활발한 참여를 확인했다. 이 모멘텀은 주간 내내 이어지며 서울이 글로벌 아트 캘린더에서 핵심적인 만남의 장으로 자리잡았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무엇보다 서울의 풍부한 예술 생태계와 학계, 헌신적인 컬렉터들이 국제 미술계와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동시에 프리즈 라이브, 프리즈 필름 등 페어의 큐레이션 프로그램은 서울을 단순한 시장 중심지를 넘어, 세계 예술 담론이 교차하는 무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