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불연속연속'

  • 김현 기자

입력 : 2025.08.18 13:47

●전시명: '불연속연속'
●기간: 8. 13 ─ 10. 9
●장소: 아라리오갤러리(율곡로 85)
1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이진주 작가의 모습. /아트조선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5년 8월 13일(수)부터 10월 9일(목)까지 이진주(b. 1980) 개인전 《불연속연속》을 개최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는 일상에서 마주한 낯선 장면과 대상, 풍경을 전통 채색 기법으로 표현한다. 섬세한 채색과 세밀한 필치로 점철된 특유의 표현 방식은 대상에 대한 오랜 관찰을 통해 형성된 작가의 시선과 태도를 드러낸다. 이진주의 회화에 등장하는 막과 같은 구조 및 손과 얼굴 등 신체의 파편은 연결과 단절, 존재와 부재의 감각을 대비시킨다. 화면은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인식과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탐색하며, 가려진 것과 드러난 것 사이를 오가는 회화적 사유의 장으로서 역할한다. 그의 회화는 모순과 은유를 포용하는 시적인 화법으로 ‘보는 것’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관에서 진행되는 본 전시는 최근 제작된 신작을 중심으로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연작, ‘블랙 페인팅(Black Painting)’ 연작, ‘입체 회화’ 등 총 54점의 다양한 연작을 선보인다.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 장소와의 유기적 관계를 탐색하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전시는 이진주의 회화적 방법론이 나아가는 방향성을 조망하는 한편,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의 경험과 감각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완성해 가도록 이끈다.
 
2시의 틈 2o clock Crack, 2025, 39x28x34(d)cm. /아라리오갤러리
'불연속연속' 전시 전경. /아트조선
 
이진주의 작품세계에서 ‘불연속적 연속성’은 화면 구성과 서사 구조, 나아가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특성으로서 나타난다. 그의 화면 위에서 대상 각각은 매우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뚜렷한 필치로서 묘사된다. 한편, 특유의 구성 방식에 따라 대상들 간의 관계는 마치 불완전한 몽타주처럼 비현실적인 불일치를 선보인다. 그러한 ‘불연속적 연속성’은 이진주의 회화 속 연결된 동시에 단절된 서사 구조에 관한 은유이기도 하다. 도상들은 저마다 작가의 내밀한 기억과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전체의 화면은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다 모호한 은유적 상태에 머문다. 자전적 서사를 은닉한 채, 이진주의 회화는 고정되지 않는 의미와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품은 유연한 장으로서 남겨진다.
 
겹쳐진-사라진 Layered-Erased, 2025, 56x37x200(h)cm. /아라리오갤러리
 
전시 제목인 ‘불연속연속’은 이진주가 천착해 온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진주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고유하게 독립된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양가적 속성을 목격한다. 어머니와 자신, 딸로 이어지는 모계의 연결성으로부터 보다 광활한 풍경에 이르기까지, 삶 속에서 목격되는 존재와 사물들, 사건들은 모두가 각자의 ‘불연속적 연속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누구나 이미 알고 있던 것들, 그러나 바라보는 관점 및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새롭게 감각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회화의 언어로 풀어 낸다. 섬세하고 면밀한 관찰을 통하여,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의 연속성으로부터 유난히 낯설고 생경한 불연속성을 감지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진주 작가 프로필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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