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박칼린표'는 이제부터… 내 무대 인생 지금이 절정"

입력 : 2017.12.14 03:01

[배우부터 연출까지 전방위 활약하는 박칼린]

뮤지컬 '에어포트…'서 연출·연기… 새로운 장르 '국악쇼'도 선보여
"완벽주의, 결과론일 뿐이에요"

"요즘처럼 행복한 시간이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내가 좋아하는 배우·스태프들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40년 무대 인생에 지금이 절정이라고 할까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배우, 음악감독, 연출가로 전방위 활약하는 박칼린(50)은 직설 화법을 썼다. '남자의 자격'이란 예능 프로에서 합창단을 이끌며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던 7년 전 모습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숏 커트가 긴 생머리가 됐을 뿐. "경쟁자? 날 뛰어넘고 싶다는 사람들요? 그런 분들 있다면 시간 낭비하는 거죠. 전 이제 즐기면서 살고 있거든요. 말하자면 은퇴죠. 은퇴하면서 일하는데 즐겁지 않을 수 있나요?"

서울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출가 박칼린은“진실은 3년이면 드러나고, 좋은 작품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게 인생 지론”이라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서울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출가 박칼린은“진실은 3년이면 드러나고, 좋은 작품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게 인생 지론”이라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6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경계를 넘나드는 일에 자연스러웠다. 아홉 살에 미국 LA에서 배우이자 첼로 연주자로 무대에 선 뒤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했고,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한국 무대에 입성, '뮤지컬 음악감독 1호'란 영예를 얻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뮤지컬만 70여 편. 최근 들어선 연출가로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4년 초연해 폭발적 호응을 얻은 '미스터 쇼'가 연말까지 재공연될 예정이고, 그가 "내 아들딸 같은 작품"이라 말하는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에서도 연출 겸 게이 할아버지 역을 직접 연기한다.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선 오랜만에 음악감독이자 협력 연출로 지휘봉을 잡았다.

말로는 "쉬고 싶고 놀고 싶다"고 하지만 그녀의 도전엔 끝이 없다. "한 번도 인생에 목표를 세우면서 온 적은 없어요. 모토는 간단하죠. '잘하자. 고퀄리티로 하자.' 물론 일을 앞두고 공포스러운 시간을 보내요. 앞에 놓인 퍼즐이 안 풀리는데 밤에 잠이 오나요? '완벽주의'라는 건 결과론일 뿐이죠. '박칼린표 연출'에 대해선 훗날 사람들이 평가하겠죠. 베토벤이 '나는 이렇게 평가받아야지'라며 음악을 쓴 건 아니니까요."

박칼린은 자신에 관한 어떤 공연 평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내 인생에 비교란 없어요." 하지만 일단 칼을 들면 '다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를 악문다. 국악을 기반으로 팝·일렉트로닉 음악과 홀로그램·조명쇼 등을 아우르는 국악 난버벌 퍼포먼스 '썬앤문'이 최근 그렇게 탄생했다. "국악으로 난버벌 공연을 한다면 지금처럼 코미디 넣는 방식은 절대 안 하겠다고 했지요. 제 이름만 대충 걸어놓고 베이비 시터 수준의 역할은 절대 하지 않지요. '남자의 자격' 할 때도 편집으로 장난치면 도중하차하겠다고 말했고, 그건 PD가 약속을 지켜줬어요. 예능 아닌 다큐로 봐도 될 거예요."

TV에서도 보여줬듯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발굴하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박칼린이란 이름에 '리더십'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따라붙는 이유다. 그는 "누구를 키웠다는 표현을 정말 싫어한다. 그들이 재능을 갖고 태어났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오디션장에 문을 딱 열고 들어오는 순간 진주를 알아챌 수 있다"며 웃었다. "500명이든 5000명이든 상관없지요. 다만 요리를 뭘 할지 똑바로 알아야 재료를 사잖아요. 김치찌개 만드는데 감자만 사 놓으면 뭐 해요. 아무튼 제 눈에 다 보이고 너무 쉬운데 그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홍시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하는 건데 말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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