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30 09:34
"동현 선배랑은 공동창작 작품만 같이 했다. (김동현 연출의 유작인) '맨 끝줄 소년'은 리메이크 공연에 합류했으니, 선배가 돌아가시고 나서였지. (리메이크 연출자이자 김동현 연출의 아내인) 손원정 연출의 노트를 받아도 선배 연출을 받는 것 같더라. 동현 선배가 이걸(이 연기를) 좋아할까?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우미화)
"연출님은 연습 때마다 '단단하게 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어떻게 하면 단단하지'라고 끊임없이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말을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단단한가'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성여진)
"많은 순간들이 생각난다. 특히 연출님의 농담들. 본인 농담에 다른 사람들이 웃는 걸 좋아하셨다."(전박찬)
배우 우미화, 성여진, 전박찬이 연출가 김동현(1965~2016)을 다시 불러왔다. 성여진과 전박찬은 김 연출이 이끌었고 그의 부재에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코끼리만보 단원이다. 우미화는 극단 이루 소속이지만 코끼리만보 단원처럼 활동해왔다.
세 사람은 김 연출의 1주기 추모 공연 '망각의 방법'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아 유 오케이(are you okay)?'에 출연한다. 오는 12월 1~10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김 연출의 아내인 번역가 겸 전문 드라마투르그 손원정과 연출가 이지영이 공동 연출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다.
'말들의 무덤' '착한사람, 조양규'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와 같은 코끼리만보의 기존 작품과 김 연출이 단원들과 함께 준비 중이었던 미발표작 'Mrs MRI?'의 일부를 더했다.
기존의 작품이자 새로운 작품 또는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연출의 공동창작 작품들을 인용하고 재구성해 망각과 기억에 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김 연출은 '그을린 사랑' '하얀앵두' '먼데서 오는 여자' '맨 끝줄 소년' 등 서사가 있는 연극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평소 애정을 더 품었던 건 공동창작이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우미화, 성여진, 전박찬 세 배우가 함께 출연했던 김 연출의 작품들 역시 공동창작물이다. 2010년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2013년 '말들의 무덤'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성여진은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7년 전에 출연했던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속 대사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에 대해 초반에는 거부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의 내가 전에 했던 말들을 똑같이 반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고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이 연출과 토론 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공연을 못 본 관객들을 위한 선물로 생각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설득됐다. 그렇게 생각하니 편해지더라.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미 그때의 내가 아니니, 똑같은 말을 해도 달라질 거 같더라."
전박찬 역시 '말들의 무덤' 속 대사를 인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똑같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라는 말처럼 했던 말들도 시간이 흐르면 질감이 다르다"고 했다.
기존 작품들의 조각과 파편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새로운 풍경화를 만들어내는 '아 유 오케이?'는 김 연출이 생전에 고민했던 흔적이다. 이전의 것을 복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구성을 하게 되는 기억의 속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아 유 오케이?'가 김 연출을 직업 언급하지 않고도 그를 공연장에 소환해낼 수 있는 이유다.
전박찬은 "누군가를 추모한다는 것이 그 사람을 계속 기억나게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또 다시 100분을 만들고 있다. 연출님이 우리가 연극을 만드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수 있고 낯설 수 있지만 즐거운 시간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연습을 하면서 그 말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우미화도 "김동현의 추모 공연이고,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공연이지만 김동현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면서 "무대가 '김동현의 감각이겠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으면 한다. 김동현의 감각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감각이기도 한, 새롭게 태어나는 감각에 대한 고민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새로운 차원의 공동작업인 셈이다. 김 연출은 생전 정직하고 순결한 질문이 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을 가하게 하고 그게 연극의 재미라고 말했었다.
세 배우가 각자 김 연출을 기억하는 처음은 언제일까? 성여진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연출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뒤늦게 들어와 2000년께 졸업공연을 올릴 때 배우로서 인연을 맺었다. 우미화는 20004년 한예종 연극원 작업에 배우로 참여했는데 김 연출이 당시 제작실습의 지도교수였다고 떠올렸다.
전박찬과 김 연출의 인연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그가 2007년 한예종 연극원 재학 당시 김한내 연출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당시 김 연출이 지도교수로 참여했다. 그런데 김 연출은 전박찬을 향해 "너처럼 연기하는 애가 가장 싫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전박찬은 당시 소화제와 두통약을 수시로 복용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이후 김 연출이 손 연출에게 했던 말을 전해 들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이를 보는데 서늘하고 뭔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전박찬이 연극 '맨 끝줄 소년'에서 연기한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있던 '클라우디오'의 모습 그대로다.
세 배우는 김 연출과 인연 외에 대학로에서 연기력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타이틀롤서 중년 여성 배우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우미화는 "관객을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 활약하며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1945' '1984' 등의 이 극단의 수작에 잇따라 출연한 성여진은 "배우로 산다는 것을 스스로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극단 산울림의 '이방인'을 통해 낯선 공간, 스태프, 배우와 작업하며 또 한번 신비로운 분위기를 뽐낸 전박찬은 "새로운 공간에서 내 중심을 지키는,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싸움을 잘 치러냈다"고 했다.
세 사람은 그러면서 무대에 어떤 존재로 계속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미화는 연습 도중 이 질문을 전박찬에게 던지기도 했다. 전박찬은 "한 마리의 코끼리로 서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코끼리처럼 묵묵한 행보를 이어 온 극단 단원답다.
"코끼리처럼 느릿하지만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크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달래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동물이 코끼리다."
코리끼만보는 지난해 2월 김 연출을 잃은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소속 배우인 이연규를 세상에서 떠나보냈다. 전박찬은 두 사람이 극단의 아빠, 엄마였다고 했다. "극단 멤버들이 모이면 각자 김밥을 싸오고 미역국을 끓여오고 그랬다. 결국 남는 건 사람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
한편, '아 유 오케이?'에 이어 12월 15~25일 같은 극장에서는 김 연출의 또 다른 추모작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공연한다. '먼 데서 오는 여자' 등 김 연출과 호흡을 맞추며 수작을 낸 극작가 배삼식이 쓴 신작이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최용훈 극단 신화 대표,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대표 등 내로라하는 연출가들이 3부작으로 연출한다. 제목은 김 연출이 좋아한 록그룹 '들국화'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연출님은 연습 때마다 '단단하게 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어떻게 하면 단단하지'라고 끊임없이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말을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단단한가'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성여진)
"많은 순간들이 생각난다. 특히 연출님의 농담들. 본인 농담에 다른 사람들이 웃는 걸 좋아하셨다."(전박찬)
배우 우미화, 성여진, 전박찬이 연출가 김동현(1965~2016)을 다시 불러왔다. 성여진과 전박찬은 김 연출이 이끌었고 그의 부재에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코끼리만보 단원이다. 우미화는 극단 이루 소속이지만 코끼리만보 단원처럼 활동해왔다.
세 사람은 김 연출의 1주기 추모 공연 '망각의 방법'의 첫 번째 작품인 연극 '아 유 오케이(are you okay)?'에 출연한다. 오는 12월 1~10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김 연출의 아내인 번역가 겸 전문 드라마투르그 손원정과 연출가 이지영이 공동 연출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배우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다.
'말들의 무덤' '착한사람, 조양규'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와 같은 코끼리만보의 기존 작품과 김 연출이 단원들과 함께 준비 중이었던 미발표작 'Mrs MRI?'의 일부를 더했다.
기존의 작품이자 새로운 작품 또는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연출의 공동창작 작품들을 인용하고 재구성해 망각과 기억에 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김 연출은 '그을린 사랑' '하얀앵두' '먼데서 오는 여자' '맨 끝줄 소년' 등 서사가 있는 연극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평소 애정을 더 품었던 건 공동창작이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우미화, 성여진, 전박찬 세 배우가 함께 출연했던 김 연출의 작품들 역시 공동창작물이다. 2010년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2013년 '말들의 무덤'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성여진은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7년 전에 출연했던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속 대사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에 대해 초반에는 거부감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의 내가 전에 했던 말들을 똑같이 반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고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이 연출과 토론 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공연을 못 본 관객들을 위한 선물로 생각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설득됐다. 그렇게 생각하니 편해지더라.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미 그때의 내가 아니니, 똑같은 말을 해도 달라질 거 같더라."
전박찬 역시 '말들의 무덤' 속 대사를 인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똑같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라는 말처럼 했던 말들도 시간이 흐르면 질감이 다르다"고 했다.
기존 작품들의 조각과 파편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새로운 풍경화를 만들어내는 '아 유 오케이?'는 김 연출이 생전에 고민했던 흔적이다. 이전의 것을 복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구성을 하게 되는 기억의 속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아 유 오케이?'가 김 연출을 직업 언급하지 않고도 그를 공연장에 소환해낼 수 있는 이유다.
전박찬은 "누군가를 추모한다는 것이 그 사람을 계속 기억나게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또 다시 100분을 만들고 있다. 연출님이 우리가 연극을 만드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수 있고 낯설 수 있지만 즐거운 시간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연습을 하면서 그 말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우미화도 "김동현의 추모 공연이고,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공연이지만 김동현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면서 "무대가 '김동현의 감각이겠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으면 한다. 김동현의 감각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감각이기도 한, 새롭게 태어나는 감각에 대한 고민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과 새로운 차원의 공동작업인 셈이다. 김 연출은 생전 정직하고 순결한 질문이 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을 가하게 하고 그게 연극의 재미라고 말했었다.
세 배우가 각자 김 연출을 기억하는 처음은 언제일까? 성여진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연출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뒤늦게 들어와 2000년께 졸업공연을 올릴 때 배우로서 인연을 맺었다. 우미화는 20004년 한예종 연극원 작업에 배우로 참여했는데 김 연출이 당시 제작실습의 지도교수였다고 떠올렸다.
전박찬과 김 연출의 인연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그가 2007년 한예종 연극원 재학 당시 김한내 연출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당시 김 연출이 지도교수로 참여했다. 그런데 김 연출은 전박찬을 향해 "너처럼 연기하는 애가 가장 싫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전박찬은 당시 소화제와 두통약을 수시로 복용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이후 김 연출이 손 연출에게 했던 말을 전해 들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이를 보는데 서늘하고 뭔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전박찬이 연극 '맨 끝줄 소년'에서 연기한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있던 '클라우디오'의 모습 그대로다.
세 배우는 김 연출과 인연 외에 대학로에서 연기력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타이틀롤서 중년 여성 배우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우미화는 "관객을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 활약하며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1945' '1984' 등의 이 극단의 수작에 잇따라 출연한 성여진은 "배우로 산다는 것을 스스로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극단 산울림의 '이방인'을 통해 낯선 공간, 스태프, 배우와 작업하며 또 한번 신비로운 분위기를 뽐낸 전박찬은 "새로운 공간에서 내 중심을 지키는,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싸움을 잘 치러냈다"고 했다.
세 사람은 그러면서 무대에 어떤 존재로 계속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미화는 연습 도중 이 질문을 전박찬에게 던지기도 했다. 전박찬은 "한 마리의 코끼리로 서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코끼리처럼 묵묵한 행보를 이어 온 극단 단원답다.
"코끼리처럼 느릿하지만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크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달래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동물이 코끼리다."
코리끼만보는 지난해 2월 김 연출을 잃은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소속 배우인 이연규를 세상에서 떠나보냈다. 전박찬은 두 사람이 극단의 아빠, 엄마였다고 했다. "극단 멤버들이 모이면 각자 김밥을 싸오고 미역국을 끓여오고 그랬다. 결국 남는 건 사람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사람들이 있었으면 한다."
한편, '아 유 오케이?'에 이어 12월 15~25일 같은 극장에서는 김 연출의 또 다른 추모작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공연한다. '먼 데서 오는 여자' 등 김 연출과 호흡을 맞추며 수작을 낸 극작가 배삼식이 쓴 신작이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최용훈 극단 신화 대표,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대표 등 내로라하는 연출가들이 3부작으로 연출한다. 제목은 김 연출이 좋아한 록그룹 '들국화'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