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들썩이거란 왕자,김기민 "그래도 후배들앞에선 부담감"

입력 : 2017.11.12 09:39
김기민
김기민
지난 10일 밤 한국 발레계가 들썩였다.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통하는 김기민(25·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이 5년 만에 고국 무대를 펼쳤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 러시아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새삼 뽐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김선희 원장,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단장,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 등 발레계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기민은 지난 2011년 동양인 남성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뒤 4년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지난해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기민은 이날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아 역시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오데트·오딜 역을 연기한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호흡을 맞춰 완벽한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 김기민과 함께 공연한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서 깊은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의 산하 단체다. 마린스키 극장은 1극장, 프리모스키 스페이지 발레단은 분관 개념으로 4극장이라 불린다. 지난해 마린스키 극장에 편입됐다.

김기민과 테레시키나는 세계 최정상급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1극장 소속, 이번 내한 상당수의 군무진들은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소속이다. 한국의 발레리나 최예림이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단원으로 함께 내한해 안정적인 기량을 뽐냈다. 하지만 전체적인 앙상블은 고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기민과 테레시키나의 출중함은 그런 아쉬움이 비집고 들어갈 틈마저 없어버렸다. 이미 유명한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는 점프는 물론 완정된 턴과 그리고 더욱 세밀해진 연기력까지.

"김기민은 한국 발레 발전의 대표적인 예"(엘다르 알리예프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단장)라는 평을 받는 김기민을 공연 다음날 전화로 만났다. 빠듯한 스케줄에 피곤할 법도 할 텐데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쁨이 묻어 있었다. 그는 12일 한 차례 더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오른다.

Q. 5년 만에 고국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소감이 어떤가.

A. "정말 긴장이 됐다. 불안한 긴장감이 아닌, 기분 좋은 흥분이 뒤섞인 긴장감이라고 할까. 소중한 가족뿐 아니라 김선희 원장님, 이원국 선생님 등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 앞에서 오랜만에 공연하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Q. 공연 내내 한예종 무용원 후배들이 앉은 객석이 특히 들썩들썩하더라. 환호와 감탄이 내내 끊이지 않았다.

A. "모범이 되는 선배가 돼야 한다. 후배들 앞에 설 때 항상 부담감이 있다. 저보다 크게 된 후배들도 많기 때문에 항상 든든하고 나 역시 자극이 된다."

Q. 또한 '백조의 호수'는 기민 씨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09년 12월 역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국내 직업 발레단 역사상 최연소로 '지그프리트 왕자'를 맡았었다.

A. "당시 많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발탁해주신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이후 역시 '라 바야데르'에 발탁시켜주신 문훈숙 단장님께도 감사하다. 7년 전 한국에서 '백조의 호수'에 출연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은 250년 전통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러시아 발레와 문화를 접하면서 성장했다. 사소한 표현력까지 신경 쓰게 됐다."

Q. 함께 호흡을 맞춘 빅토리아의 기량도 상당하더라. 백조인 '오데트'와 흑조인 '오딜' 모두 완벽했다. 긴 팔로 연기하는 오데트는 정말 백조의 날개 같았고, 오딜의 32회전 푸에테(연속 회전)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서로 존중하면서도 각자 빛을 발하는 두 사람의 시너지가 대단했다.

A. "빅토리아는 워낙 대단한 무용수다. 여러번 호흡을 맞췄는데 그 때마다 느낀다. 살아 있는 무용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다. 대단한 카리스마와 열정을 지녔다. 그녀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국 무대에 더 자주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A. "나로 인해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후배들을 위해 길을 좀 더 닦아놓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리고 한국 무대에는 당연히 자주 오르고 싶다. 아울러 '라 바야데르'의 솔라르 역과 '세헤라자드'의 황금노예 역(김기민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안긴 역할들)로 한국 무대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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