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나·아이비 "'혐오스런 마츠코' 다시 살게 하겠다"

입력 : 2017.11.02 09:50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뮤지컬배우 박혜나와 아이비가 상처만 안기는 세상을 오히려 뜨겁게 끌어안고 살다 간 여인으로 변신했다.

박혜나와 아이비는 오는 2018년 1월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더블 캐스팅됐다.

동명영화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제작사 파파프로덕션과 함께 국내 창작진이 뮤지컬로 옮겼다.

소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사랑을 원하고 사랑 받기를 꿈꿨던 개성 강한 여인 마츠코의 기구한 삶을 흡입력 이야기로 표현해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마츠코는 남자들과 세상에 버림받고 배신당하며 결국 처량하게 죽음을 맞는다.

박혜나는 1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마츠코의 삶이 파란만장하지만 공감이 간다"면서 "그녀의 삶이 멋지다. 누군가에는 혐오스러울 수 있으나 그녀의 인생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국어 교사, 마사지사, 유흥업소 여성, 미용사 등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 그녀의 태도 때문이다. 박혜나는 "그래서 마츠코가 빛났다. 나 역시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고 전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작품으로 2006년 개봉)를 좋아해 뮤지컬로 옮겨진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는 아이비 역시 "마츠코가 겪는 일들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 사회에서 더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럼 자신들과 마츠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박혜나는 여성, 눈물, 사랑할 수 있는 감성을 자신과 마츠코의 접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일부분은 무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건데, 마츠코의 삶에서 느껴보고자 한다"면서 "매번 마츠코의 삶을 여행하고 탐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그녀를 살아 있게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시에 한국사회에서 '여배우로서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질문도 안게 됐다. 한국 공연계는 티켓 파워가 있는 (남성) 배우가 살아남는 구조다.

하지만 박혜나는 현재 자연스런 시대 흐름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여성 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것에 방점을 찍기보다 마츠코 캐릭터 자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박혜나는 "여자 배우가 타이틀롤로 나서는 작품이 많아지면 물론 반갑겠지만 지금은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앞으로 남자 관객들이 여자 친구와 가족 등을 데려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혜나와 아이비는 지난해 흥행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에서 각각 초록마녀 엘파바와 하얀마녀 글린다를 맡아 호흡과 우정을 나눴다. 이번에는 같은 역을 맡아 캐릭터의 감정까지 공유하게 됐다.

아이비는 박혜나에 대해 "결이 다른 배우다. 노래로 붙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물처럼 노래를 잘한다"면서 "혜나 씨가 소리내는 걸 옆에서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혜나 씨 덕분에 나 역시 업그레이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웃었다.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연출과 극작은 앞서 '명동 로망스' '파리넬리'로 호평 받은 김민정이 맡았다. 김 연출은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사회성이 진한 작품'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특히 원작 소설은 '여성 혐오'를 비롯해 혐오가 난무하는 지금 대한민국에 투영되는 부분이 많다.

김 연출은 "1막의 마츠코 살인사건과 2막에 마츠코가 노숙자가 되기 전에 등장하는 컴퍼니 송(앙상블이 함께 부르는 넘버)에 혐오에 대한 내용이 녹아 있다"면서 "마츠코를 혐오스럽다고 규정하는 것은 사회의 시선이다. 그녀는 삶을 움켜쥐고 싶어했지만 사회가 밀어내고 그렇게 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사회가 그렇게 혐오스럽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녀를 잡아줄 수 있었다면 마츠코가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뮤지컬도 그렇지만 원작에서 청년 세 명 중 한 명이 마츠코가 자신과 같은 비누 냄새가 난다고 무차별하게 폭행한다.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무차별로 폭행할 수 있는 사회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혐오가 단지 마츠코만을 향하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앞서 소설을 옮긴 영화에 대한 팬이 많은 만큼 뮤지컬과 영화에 대한 차이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다. 김 연출은 "영화와 무대 예술은 모든 것이 다르다"면서 "뮤지컬에서는 사회 맥락 속의 젠더, 마츠코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의 담론을 부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츠코 30년의 일생을 압축하기 위해서 다중채널을 적용했다"면서 "무대에서는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공존한다. 이것이 영화와 다른 시공간의 문법과 해석"이라고 차별을 뒀다.

뮤지컬 넘버는 '빨래' '더맨인더홀'로 유명한 작곡가 민찬홍이 작곡했다. 민 작곡가는 "음악은 대중음악저인 것에 기반을 두지만 워낙 방대하고 내용이 많은 작품이라 다양한 장르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편 스승이었던 마츠코의 제자이자,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류 요이치' 역에는 강정우, 강동호, 전성우 캐스팅됐다. 마츠코의 조카이자,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카와지리 쇼'는 정원영, 김찬호, 정욱진이 나눠 맡는다. '아리랑' '영웅'의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빨래' '심야식당'의 김윤형 음악감독, '베어 더 뮤지컬'의 정도영 안무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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