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이자람 "4번째 출연...송화의 삶 늘 리프레시"

입력 : 2017.10.19 09:56
이자람
이자람
소리꾼 이자람은 새삼스럽다.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라는 빤한 수식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자람 아닌 뮤지컬 '서편제'의 소리꾼 '송화'를 상상하기 힘들다.

'서편제' 연출 이지나가 이자람 그리고 또 다른 송화 차지연의 스케줄을 미리 알아보고 '서편제' 준비에 들어갈 정도다.

이자람은 2010년 초연부터 11월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는 이번 4번째 시즌까지 매번 송화를 연기해왔다.

이청준 동명 소설이 바탕인 이 뮤지컬에서 송화는 한결 같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었던 의붓동생 '동호'가 떠나도, 아버지 '유봉'이 자신을 한 맺힌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력을 잃게 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자칫 송화가 가부장제 희생자처럼 보여질 수 있음에도, 송화에게 예술가의 혼과 함께 생생함을 불어넣으며 입체적으로 만든 건 이자람의 공이 크다. 갈수록 점점 더 송화에 빠져든다는 그녀를 최근 대학로에서 만났다.

Q. '서편제'에 벌써 네 번째 출연이다. 이 작품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A. "늘 노는 바운더리(판소리)가 있다면 '서편제'는 울타리 너머의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서편제' 출연하는 시간이 오면 '리프레시'가 된다. 이지나 선생님이 4연을 준비할 때 하겠냐고 물으셨는데 '얼마든지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Q. 4연을 하면서 송화를 연기할 때 달라진 지점이 있나?

A. "초연, 재연, 3연의 송화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전에는 소리꾼의 삶을 부각하는데 표현을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소리꾼 이전에 '삶을 버티는 사람'으로서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Q. 삶을 버티어낸다고?

A. "최근에서야 내 또래의 삶에 궁금증을 갖게 됐다. 때때로 힘들 때 삶을 어떻게 버티어내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송화는 '버티는 삶의 축약본'과 같다. 자신의 외로움을 소리로 풀어내고 온갖 욕망을 거기 하나에 꽂아서 달려가는 인생이다. 그렇게 버텨준 송화가 고맙다. 이 지점이 이전 시즌과 다른 지점이다. 그 버틴 아픈 시간이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먹먹함 같다."

이자람은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춘향가·적벽가) 이수자로,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을 기네스북에 올리는 등 국악계에서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전방위 아티스트로 통한다. 소리꾼이라는 본업 외에 배우, 음악감독, 가수 등의 다양한 직함을 달고 있다. 올해도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고선웅 연출의 러브콜로 국립창극단 창극 '흥보씨'의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자신이 보컬로 활약 중인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무대도 꾸준히 섰으며 최근 막을 내린 연극 '20세기 건담기' 음악감독도 맡았다.

향후 일정 역시 빼곡하다. 내년 2월 명동예술극장에 국립극장 '신 창극 시리즈 1 - 이자람'을 올리며, 개인적으로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의 희곡 '아워타운(Our Town)'(1938)을 판소리로 재창작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 '서편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소리는 일체 하지 않는 '안식년'을 보냈다.

Q. 소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A. "26년 간 멈추지 않고 소리를 해왔는데 8개월 동안 입도 뻥긋 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편제' 시작할 때는 목이 말을 안 듣더라. '번 아웃'이 될까봐 안식년을 가졌다. 지인에게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와 닿았다. 기술적으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음악적 죽음, 창작이 없어지는 철학적 죽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정치적 죽음.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음악적 죽음을 잠시 택한 거다. 더 이상 가을바람이 반갑지 않고, 봄바람에 설레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생의 흑백과도 같다.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관객들과 에너지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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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송화와 겹쳐지는 지점이 있나?

A. "송화와 실제 나는 많이 다르다. 나는 명창이 될 욕심도 없다. 스스로에게 바라는 건 삶이 즐거워서 무엇을 계속 만들어냈으면 하는 거다. 그것이 빵 한 조각일지라도 말이다. 야망은 없다. 야망은 없어도 될 거 같다. 다만 욕망이 없어지면 안 될 거 같다. 욕망만 꺼지지 않으면 괜찮다."

Q. 소리꾼으로서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고 소리를 알린 것에 대해 소리 하는 후배들이 항상 롤모델로 꼽는다.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지 않나.

A. "(현재 소리꾼의 다양한 활동이) '이자람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이었고, 후배 역시 그 꼴대로 작품을 빚어내고 창작하고 무대에 서온 것이다. 그러니 부담을 갖는다는 자체가 오만함이다. 워낙 다른 소리꾼들이 잘하니, '나나 잘하자'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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