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듯 무용인듯… 몸짓에 품은 생각의 씨앗

입력 : 2017.10.16 00:43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맨투맨
박순호의 '접촉즉흥춤' 인상적

두 명의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를 눈금 저울 위에 누인다. 5개의 저울은 징검다리인 양 누운 무용수의 머리, 다리, 허리, 또 다리 밑을 각각 받치며 아슬아슬하게 지탱한다. 빚어놓은 듯한 무용수의 균형 잡힌 근육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저울의 눈금과 대비되며 보는 이를 긴장시킨다.

지난 1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국립현대무용단 창작 신작 '맨투맨'의 첫 코너로 박순호 브레시트 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의 '경인'이 선보였다. 접촉즉흥(Contact Improvisation)춤 대가로 알려진 박순호 안무가의 한층 유려해지고 안정된 감각이 돋보였다.

미국 현대무용 안무가 조슈아 퓨의 신작‘빅 배드 울프’의 한 장면. 동화‘빨간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국립현대무용단
미국 현대무용 안무가 조슈아 퓨의 신작‘빅 배드 울프’의 한 장면. 동화‘빨간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국립현대무용단
접촉즉흥춤이란 몸이 서로 닿으면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무용의 한 형태다. 함께 춤추는 상대에게 무게를 온전히 실어 무중력 상태처럼 몸을 만들어버리거나, 상대의 힘을 이용해 아크로바틱 묘기를 하듯 몸을 쓴다.

북청사자를 형상화한 탈을 뒤집어쓰고 무대에 등장한 정철인·정재우·류지수 무용가는 마치 수도자 같은 표정으로 단련된 근육을 최대한 살리며 '접촉즉흥'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세 무용수가 뒤엉킨 채 지속적으로 발을 옮기고, 서로 떨어지려다가 결국 모이고 다시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모습을 통해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살려냈다. 박순호 안무가는 "개별적인 듯 집단적이고, 우발적인 듯 계획적인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선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회 구조를 무용 언어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코너로 선보인 '빅 배드 울프'는 유니버설 발레단 출신으로 미국 다크서클즈 컨템퍼러리 댄스컴퍼니 안무가로 활동하는 조슈아 퓨의 신작. 동화 '빨간 모자'를 비롯해 1800년대의 동화를 엮은 '무용극'으로 연극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발레를 바탕으로 한 단단한 동작들이 단지 웃고 즐기는 가벼운 극의 형태에 무게감을 준다. 조슈아 퓨는 "착한 어린이를 만들기 위해 어른들은 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에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즐겁게 즐기더라도 돌아갈 땐 생각의 씨앗을 하나씩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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