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사악함 무대서 보여주겠다"···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

입력 : 2017.10.11 10:06
알레산드로 탈레비
알레산드로 탈레비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직무대리 최선식)이 베르디의 비극 오페라 '리골레토'를 오는 19일~2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이 오페라단이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리골레토' 프로덕션으로, 현대적 재해석이 눈길을 끈다.

현대적 감각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무대에는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상, 부패한 사회를 상징하는 나이트클럽이 들어선다.

연출과 무대를 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연출가 알레산드로 탈레비는 10일 오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토바 백작이 권력을 누리는 세상에서는 폭력과 사악함이 수면 위로 올라가 있고 그것이 계속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토바 공작은 주인공인 궁정의 어릿광대 리골레토의 딸 질다를 능욕하는 호색한이자 악인이다. '리골레토'는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세상에 대한 분노와 저항심으로 가득 찬 주인공 리골레토에게 닥친 잔혹한 운명과 비극적 최후에 대해 다룬다. 부도덕하고 방탕한 귀족사회를 벌하려다 오히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되는 리골레토의 절망적인 운명을 그린다.

탈레비 연출은 '리골레토'에는 어두운 요소뿐 아니라 사악한 느낌이 배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 사악함을 표현하기 위해 세상에는 권력 싸움이 계속되고, 나약한 여성은 그 사악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목숨 자체가 중요시 되지 않은 세상입니다. 물질 만능주의가 극심하게 퍼져 여성은 그저 물건으로 취급되거나, 여신으로 우상화하거나 둘 중 하나고 중간은 없어요. 그런 사악한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현대적인 콘셉트를 잡았어요. 그런 어둠을 현실적으로 담기 위해 현재의 폭력, 범죄, 갱스터 세계로 무대를 옮겨서 어두움을 표현하게 됐죠."

탈레비 연출이 포인트로 잡은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하나는 리골레토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주변을 맴도는 사악함이 경험이 되면 우리도 사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비정상적인 부녀 관계"라고 짚었다.

리골레토는 사회 자체가 너무 폭력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생각에 딸인 질다를 과잉보호한다.

탈레비 연출은 "아버지가 그렇게 함으로써 질다는 정상적인 소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서 "심지어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너는 나의 모든 것이자, 나는 너의 고향이자 엄마다. 나만 있으면 된다'라고 강요해 부담감을 안긴다. 질다가 결국 반항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사실 아빠인 리골레토는 딸을 많이 사랑해요. 하지만 파괴하게 되죠. 딸은 아빠에게 만토바 백작을 용서하라고 하지만 복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위험한 요소를 풍기는 것이 중요하죠."

탈레비 연출은 이런 분위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동선 등의 연출을 현실적으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에서 음악과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오페라 코치과를 졸업했다.

2007년 유러피안 오페라 디렉팅 어워드 3위, 2012년 맨체스터 시어터 어워드에서 '돈조반니'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하며 일부에서는 영화나 뮤지컬 같다고 보기도 한다. 최근 연출한 독일 작곡가 마이어베어의 오페라 '앙주의 마르게리타' 무대와 의상 역시 모던함과 현대적인 스타일이 묻어났다.

탈레비 연출은 "동시대가 배경이라 요즘 옷을 입은 성악가들이 동작을 했을 때 TV나 영화 속 배우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한다"면서 "무대 중간에 플라스틱 커튼을 설치해서 문을 들락날락하는 것보다 빠른 동선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리골레토가 본인의 딸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장면인 20마디를 현실적으로 채우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베르디는 '리골레토'뿐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등 시대고발의 정신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탈레비 연출은 "베르디는 사회 비판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그의 음악 안에서 사악함과 어두운 요소, 끔찍한 것을 표현했을 때 장조를 사용한다. 음악만 들었을 때는 메이저 풍이라 즐겁지만, 그 안에는 사악함을 즐기는 악의 캐릭터가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골레토'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 '그리운 이름이여' 등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프랑스의 지휘자 알랭 갱갈이 지휘봉을 든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아비뇽 오페라 예술감독을 역임한 명장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 중인 소프라노 캐슬린 김, 떠오르는 신예인 소프라노 제시카 누초가 질다를 나눠 맡는다. 2006년 빈 국립극장 주역 가수로 전격 발탁되며 '리골레토' 만토바 공작 역으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뤘던 테너 정호윤, 독일을 주무대로 활약하는 테너 신상근이 만토바 공작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잔혹한 운명의 주인공 리골레토 역은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와 다비데 다미아니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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