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경쟁 아닌 예술… 1등은 없죠"

입력 : 2017.10.08 23:39

절정의 인기 소프라노 네트렙코, 오늘 예술의전당서 남편과 한무대

199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바닥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열 시간씩 오페라 연습을 지켜본 음대생이 있었다. 안나 네트렙코(46). 거대한 '불새'의 한쪽 다리로 서 있으면서까지 무대에 오르기를 갈망했던 그녀는 3년 뒤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올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오페라 '아이다'에 출연했을 땐 그녀의 인기에 힘입어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소프라노 네트렙코와 아제르바이잔 출신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40)가 9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노래한다. 1년 7개월 만에 다시 서는 한국 무대. 2014년 2월 무티가 지휘한 로마 국립 오페라 '마농 레스코'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15년 말 결혼식을 올린 부부 성악가다.


 

안나 네트렙코(왼쪽)와 유시프 에이바조프는 한 무대에 설 때에도 리허설은 따로 한다. “안나는 오케스트라와 하는 걸 좋아하고, 저는 피아니스트와 단둘이 연습하는 걸 좋아해요.” /마스트미디어
안나 네트렙코(왼쪽)와 유시프 에이바조프는 한 무대에 설 때에도 리허설은 따로 한다. “안나는 오케스트라와 하는 걸 좋아하고, 저는 피아니스트와 단둘이 연습하는 걸 좋아해요.” /마스트미디어

7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네트렙코는 "완전히 새로운 곡들을 가져왔다. 베르디와 푸치니, 특히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차르의 신부' 중 마르파의 아리아를 들려 드릴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21세기 최고 소프라노'라는 찬사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노래는 경쟁이 아니라 예술이라 1등이 없죠." 에이바조프가 덧붙였다. "무대 밖 안나는 언제나 악보에 묻혀 있죠. 하루가 아니라 초 단위로 시간을 끊어 쓰는 노력파랍니다."

네트렙코는 러시아 남쪽 흑해 연안 크라스노다르에서 지질학자 아버지와 전자통신 엔지니어 어머니의 둘째로 태어났다.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해 1993년 글린카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마린스키 극장 오디션에 응시해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앞에 섰다.

1994년 '피가로의 결혼' 수잔나로 꿈에 그리던 마린스키 극장에 데뷔한 네트렙코는 '루슬란과 류드밀라' '차르의 신부' 등 러시아 오페라를 섭렵하며 이듬해 샌프란시스코에도 진출했다. '라 보엠' 미미, '리골레토' 질다 등 벨칸토 창법까지 갈고닦았고, 2002년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전쟁과 평화' 나타샤로 데뷔했다.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 트라비아타'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무대를 누빈 네트렙코는 노래와 연기 모두에서 마리아 칼라스를 잇는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했다.

네트렙코는 "나이를 먹어서일까. 이젠 말괄량이 같은 역할보단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나 맥베스 부인처럼 무거운 배역에 더 끌린다"고 했다. "아들을 낳고 13㎏이나 쪘지만 뺄 생각 전혀 없어요. 덕분에 내 노래는 강해졌고 더 진한 감정을 싣게 됐으니…."

그러나 젊고 실력 있는 경쟁자들은 끝없이 등장한다. "물론 그렇겠죠. 유시프는 후학을 가르치는 데 관심이 많아요. 난… 죽을 때까지 노래만 할 거예요. 관객을 즐겁게 해줄 수만 있다면 아주 작은 극장이어도 좋아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듣고 싶은 노래는 무엇일까? 부부는 소꿉친구처럼 마주 웃으며 서로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손자 손녀들이 불러주는 노래! 삶과 사랑과 가족이 우리의 전부예요."


▷안나 네트렙코&유시프 에이바조프 수퍼콘서트=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1-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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