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상 "노래+연기, 뮤지컬 배우는 종합격투기 선수"

입력 : 2017.09.28 10:12
한지상
한지상
"드라마 '모래시계'가 다룬 시대와 2017년은 서로 거울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격변기였죠. 이번 뮤지컬을 통해서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표현의 자유가 나왔으면 해요."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에 '태수' 역으로 캐스팅된 한지상은 "역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2월5일 개막한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1970년~1990년대 격변의 현대사를 그린 드라마 '모래시계'는 1995년 방송 당시 '귀가시계'로 통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태수 역의 최민수, 우석 역의 박상원, 혜린 역의 고현정, 재희 역의 이정재 모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한지상은"자유가 억압됐을 때,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면서 "부모 세대가 억압을 받으셨을 때 내 나이였고, 내가 지금은 그 나이가 됐는데 다른 것으로 혼란과 격변을 겪고 있다. 자유를 어떻게 만들고 실행해야 하는지 혼란스럽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지상은 캐릭터를 깊게 파고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프랑켄슈타인' '데스노트'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10월22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나폴레옹'의 나폴레옹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밑바닥 인생에서 황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약 3시간 동안 압축한 이 작품에서 나폴레옹의 감정은 자칫 나열에 불과할 수 있지만 한지상의 연기가 하나의 맥락으로 꿴다.

한지상은 나폴레옹 캐릭터에 대해 "다사다난한 산전수전을 겪은 캐릭터"라면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무슨 짓이든 했을 캐릭터인데 첫 장면의 급한 성격 그리고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는 부분 등에서 나폴레옹과 닮은 점을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긍정적인 부분만 짚은 건 아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다. "나폴레옹이 힘을 얻고 나서 자만심과 허세와 오만방자함이 보여지는데, 그래서 모든 것을 잃고 유배당했을 때의 초라함이 의외성을 안기죠. 입장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죠."

한지상은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가창력을 자랑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연극단 '호루라기'에서 한지상과 함께 군 복무를 한 뮤지컬스타 조승우는 그를 '노래 선생'으로 삼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이지나 연출가는 "지상이는 제일 못하는 게 노래"라고 말한다. 그만큼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의 반어법이다.

한지상은 "뮤지컬배우들도 드라마를 표현하는데 연기적인 부분을 일순위로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노래를 업으로 삼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에 있는 편견과 싸워야 하는 것이 뮤지컬 배우죠"라고 했다.

그는 뮤지컬배우를 배우계의 종합격투기 선수에 빗댔다. "종합 격투기는 팔도 쓰고 발도 쓰잖아요. 뮤지컬배우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무브먼트 해야 해요. 그럼에도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절대 연기를 1순위로 놓치지 말라는 것이었죠. 그것이 기반돼 있지 않으면 무대에 오를 수 없거든요. 배우가 해야 하는 건 결국 연기에요."

드라마 '장밋빛 연인들'과 '워킹맘 육아대디'로 활동 보폭을 넓힌 한지상은 최근 뮤지컬스타 김준수뿐 아니라 톱 영화배우 최민식·설경구가 소속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한지상은 스스로를 다른 배우보다 잘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꽤나 도전적이고 안주하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도 나폴레옹도 이번 모래시계도 마찬가지에요. 안정화를 꾀하기보다 항상 초짜로 돌아가야죠. 처음에서 완벽주의로서 출발을 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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