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첫곡 '난 알아요'부터 객석 떼창, 아이돌에서 후반엔 로커로 변신
음향·조명·영상 완벽한 무대
이날 공연의 부제는 '타임트래블러(시간여행자)'. 그에 맞춰 서태지는 25년간 나온 그의 앨범 수록곡들을 발매 순서대로 불렀다.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환상속의 그대', '하여가',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노래를 원곡 사운드 그대로 들려줬다. 공연 초반부터 객석의 '떼창'이 이어졌다. 심지어 서태지는 방탄소년단을 거느리고 무대에 올라 '회오리춤' 등 그 시절 안무까지 재연했다. 그가 공연에서 춤을 춘 건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21년 만이다. 서태지가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서태지와 아들들"이라고 농담할 때, 어느새 부모가 된 서태지의 팬들은 아이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단 4년간 활동하면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물줄기를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틀었다. 트로트와 발라드 일색이던 가요를 흑인 음악을 접목한 댄스음악으로 대체한 것도 서태지의 유산이다. 21년 늦게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서태지의 음악을 부르며 춤을 춰도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 K팝이 여전히 서태지 음악의 연장선에 있다는 방증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해체하면서 발표했던 '굿바이'를 기점으로 공연은 마치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이돌 가수가 아닌 '로커' 서태지의 음악이 시작됐다. 1996년 나왔던 첫 솔로앨범의 수록곡 '테이크원', '테이크투'를 부를 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앨범만 내놓고 활동은 하지 않았던 걸 암시하는 무대 연출이었다. '울트라맨이야', '탱크', '인터넷전쟁' 등 서태지 솔로 앨범의 대표곡들이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사운드는 물론, 공연 영상이나 조명, 무대 위 동선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완벽주의자 서태지는 건재했다. 심지어 얼굴마저 25년 전과 별 다를 것 없어보였다. 다만 예전에도 음압(音壓)이 약해 야외 공연에선 번번이 악기 소리에 묻혔던 보컬까지 여전한 점은 아쉬웠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효하듯 노래하던 예전과 달리 한음한음 찍어누르듯 부르는 식으로 바뀐 창법은 공연 후반부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아이'나 '소격동' 같은 노래를 부를 때 더 빛났다. 앵콜곡으론 '시대유감', '마지막축제' 등 또 다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이 이어졌다. 마지막 곡은 21살의 서태지가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 '우리들만의 추억'이었다. "우리 역시 영원토록 너희들을 사랑할 거야"라고 노래하는 45살 서태지와 그걸 따라 부르는 3만5000여 명 관객이 하나로 합쳐졌다. 25년간의 시간여행을 마친 서태지는 여전히 우리가 기억하는 그 서태지였다. 그는 "30주년에 또 만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