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김금나 "뮤지컬 도전, 지금껏 살면서 가장 큰 일탈"

입력 : 2017.09.01 09:59
김금나
김금나
뮤지컬배우 김금나(29)는 '뮤지컬계 신데렐라'로 통한다. 2013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그녀는 앙상블을 따로 거치지 않고 '그리스'와 대작 뮤지컬 '체스', '신데렐라', '맘마미아!' 등에 출연하며 단숨에 젊은 주역 배우군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오는 11월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의 '나'(I) 역시 신데렐라다. 고아로 부잣집 홀로 사는 여성의 말동무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 그녀는 갑부 집안의 상속자인 막심 드 윈터와 사랑에 빠져 대저택 맨덜리의 안주인이 된다.

하지만 막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곳에서 나의 미래는 핑크빛일 수만은 없다. 레베카를 여전히 추종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도 그녀를 마뜩치 않아 한다.

최근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김금나는 벌써 4번째 시즌에 돌입한 '레베카'의 유명세와 함께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대선배들인 김선영·신영숙·옥주현과 맞붙어야 함에도 떨리기보다는 설렌다고 웃었다. "사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긴장이 됐는데 막상 제 공연날이 되니까 떨리지 않았어요. 나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성장해가는 과정에 더 몰입이 돼 더라고요."

'레베카' 속 '나'는 뮤지컬에서 성장하는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극 초반에는 연악하고 지켜주고 싶은 순수한 모습이 부각되지만, 전개가 될수록 댄버스 부인은 물론 레베카의 그림자에도 지지 않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뮤지컬배우로 데뷔하기 전인 2013년 '레베카' 초연을 우연히 보게 됐던 김금나는 "한 배역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완벽하게 성장하는 이야기라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면서 "내내 행복하거나 내내 불행한 작품이 아닌, 다양한 것이 섞여 있어 꼭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서를 꿈 꿨던 김금나는 정확한 발성은 물론 깨끗한 음성과 순수한 얼굴 그리고 도화지 같은 해석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대학에서 디지털미디어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금나는 하지만 사실 입학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다.

2011년 말 우연히 다니던 교회에서 성극으로 창작 뮤지컬을 올렸는데 마리아를 맡아 노래 3곡을 부르면서 이 장르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김금나는 "대사로 해야 하는 부분을 노래로 하는데 너무 신기했다"면서 "가사와 음들이 만나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임팩트가 열배는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다.

이후 하와이에 있는 학교에서 공연예술을 접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물네살 때부터 각종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처음부터 첩첩산중이었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녀에게 처음이 될 뻔했던 뮤지컬은 중간에 제작이 중단됐다. "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오디션에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고 제가 우겼대요."

이후 수차례 오디션에 낙방했다. 하지만 천성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김금나는 전혀 속상하지 않아다고 웃었다. "뮤지컬이 너무 좋아 이 장르에 미쳐 있었던 때였거든요.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김금나는 지난해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특히 스테디셀러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 역을 따내 화제가 됐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에 대해 함께 출연한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은 "어디서 뚝 하고 떨어진 배우냐?"며 볼 때마다 그녀에 대한 신상을 물었다고 한다.

김금나는 갑자기 주목 받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해온 일이 아니라 매번 부족한 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낙천적인 성격이 빛을 발한다. "노래, 호흡 등 배울 게 너무 많아서 좋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잘해줘서 좋죠. 또 더 재미있어지죠"라며 싱글벙글이다.

스물다섯살에 인생을 새로 시작한 김금나는 소극장 배우들 사이에서 희망이기도 하다. 이름값도 연줄도 없던 그녀가 소극장에서 대형 뮤지컬에 캐스팅된 자체가 배우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품게 해줬기 때문이다.

"어떤 선배는 '정의는 살아 있다'고 농을 하시기도 했어요. 호호. 소극장 공연으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건 절대 힘들거라고 했거든요. 저 역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희망이 이뤄졌죠."

극을 이끌어가는 커다란 중심 축 중 하나인 '레베카'의 나를 연기하면서 '무대에 진짜로 오롯이 서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김금나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지만 그 만큼 공부가 된다"고 했다.

김금나의 신조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이다. 좋은 배우가 좋은 메시지와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른을 앞둔 그녀에게 지금껏 살면서 가장 큰 일탈은 무엇이었는지 묻자 "뮤지컬에 도전한 것"이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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