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보여주니 '국민 러블리'가 됐네요"

입력 : 2017.08.29 03:05

예능 '싱글 와이프'로 인기… 연극배우 정재은 인터뷰

연극배우 정재은(48·사진)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이따금 TV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왔을 뿐 얼굴도, 이름도 낯설었던 이 중년 여배우는 두 달 전 아내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여행 예능 '싱글 와이프'(SBS)에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천윤철 인턴기자
/천윤철 인턴기자
"잘난 구석 하나 없는 평범한 제가 누군가에게 요만큼이라도 용기를 줬다면 진짜 행복한 일이에요." 최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목소리와 말투가 노련한 아나운서 같았다. 차분하고 지적인 외모에 패션 스타일도 우아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길을 못 찾고 기계 다룰 줄도 모르며 깜빡깜빡 잘 잊어버린다. "옷을 우아하게 입는다고요? 하체가 통통해서 치렁치렁 긴 치마로 가리는 것뿐이에요. 하하!"

난생처음 혼자 떠난 해외여행. 도쿄 공항부터 숙소까지 지하철로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 영화 같았다. 당황하고 겁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사소한 일에도 감동했고, 외국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길에서 맞닥뜨린 수많은 사람들 도움을 받아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좋은 사람들이 마치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필요한 순간마다 나타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펑펑 울었다.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훔치면서 그에게 '국민 러블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정재은은 "또래 중년 여성들이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해줄 때 덩달아 치유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원래 굉장히 비관적인 성격이에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경우의 수를 전부 계산해서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방송을 보니 제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더라고요. 좋은 남편 만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진 것 같아요."

정재은은 배우 서현철(52)과 연극 무대에서 만나 8년 전 결혼했다. 둘 다 마흔 넘은 나이였다. "남편은 안정적 직장 그만두고 늦게 연극을 시작하면서 결혼은 안 하기로 다짐했대요. 저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야 연극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결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서로를 만나 무너졌다. "저는 덜렁거리고 흥분 잘하는 성격인데 남편은 섬세하고 차분해요. 화가 난 남편 얼굴 보면 웃음이 터져서 싸움이 잘 안 돼요."

정재은은 일본에 갔을 때나 최근 러시아 여행을 혼자 갔을 때도 한국말에 손짓 발짓 섞어 현지인에게 무턱대고 말을 건넸다. 신기하게도 서로 얼마쯤 알아듣고 대답을 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어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아요. 소통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속 깊은 얘기까지 나눌 수 있다고 믿었어요. 어느 나라에 가든 우린 다 사람이고 같이 살아가는 거잖아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