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5 09:41
■정구호 '동백꽃 아가씨' 프리뷰 허허벌판 같은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 붉은 빛 동백꽃이 피어났다. 지름 24m의 원형무대와 그 원형무대의 절반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꽃이다.
유명 색상회사 팬톤의 컬러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빨강, 노랑, 분홍 등의 진한 색상이 스크린을 뚫고 무대를 색색별로 물들었다. 밤하늘 그리고 근거리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예상치 못한 배경으로, 색다른 운치를 안겼다.
24일 오후 8시 프레스콜 리허설을 통해 미리 살펴본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는 흥미를 가질 만한 빅 이벤트였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다.
25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무용연출가로 이름을 드높인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는데 한복, 민화 등이 어우러진 '오페라 사극'이라 부를 만했다. 한국무용수들의 전통 춤사위도 더해졌다. 정구호가 무대, 조명까지 도맡은 이 작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해 마련됐다. 주로 국립오페라단 작품이 공연한 20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아닌 야외에서 회당 관객 7000명을 만나야 한다. 자연음향을 강조해야 하는 보통 공연과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도 대거 사용된다.
결국 오페라적인 완성도 자체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인지 아닌지가 이 작품의 성공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명분이 있는 이벤트였다. 정구호가 국립무용단과 손잡은 '단' '묵향' '향연'으로 인정받는데, 주효했던 하나는 비주얼적이었다.
패션 큐레이팅의 선구자인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와 한복의 패션화를 이끈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디자이너인 김영진 대표를 양날개로 단 정구호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야외오페라에서 LED와 화려한 의상으로 우선 눈길부터 사로잡는다.
다중 턴테이블 무대는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엇갈리며 꽃봉오리 형상 등의 모습을 취했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무대에 변화를 줬다. 검고 하얗고 빨간 부채 등의 소품 활용도 인상적이었다.
◇적극적인 해석이 공감대 형성
'동백꽃 아가씨'는 본래의 오페라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영·정조시대의 양반문화, 즉 귀족·기방 문화로 옮겼다.
정구호는 이 과정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와 당대 명성이 높았던 기생 '황진이'의 공통점을 찾았다. 그는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2007·감독 장윤현)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결국 비올레타는 시도 짓고 노래도 하는 예인이기도 했던 조선시대 기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의 알프레도 대한 순수한 사랑이 강조되면서 팜 파탈 성향보다 고결함에 방점이 찍혔다.
아리아는 원어 그래도 부른다. 대신 언어적, 정서적 차이를 없애고자 스토리텔러인 변사가 등장한다. 유명 배우 채시라다. 막 사이마다 총 4번 등장하는 채시라는 모노드라마처럼 앞서 진행될 막의 이야기를 압축 또는 예고해서 들려준다. 극을 이해하는데, 주석이라기보다는 보완재에 가까웠다.
평소 가깝지 않던 마이크를 착용하고 입에 날파리가 들어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성악가들은 훌륭한 기량을 뽐냈다. 비올레타 역에 내정됐다 건강을 이유로 고사한 소프라노 홍혜경 대신에 구원 등판한 이하영은 급변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소화하며 17년 만의 고국 무대 활약을 예고했다. 음색이 고즈넉한 밤하늘에 어울리는 청량함을 머금었다. 서정적인 미성(美聲)을 자랑하는 알프레도 역의 김우경의 음색은 금상첨화였다.
다만 종종 성악가들의 소리에 묻혀 오케스트라 반주가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원형 무대 구조와 갑작스런 비를 피하기 위해 이번 공연에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지휘자 파트릭 푸흐니에는 야외를 감안해서인지 강렬한 해석을 더한 듯했다.
이번 공연에 마련되는 좌석은 약 7000석. 무대에서 객석 끝까지는 약 80m가량으로 총 65통의 스피커를 사용해 소리가 전달이 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무대 양쪽으로는 무대 위 세세한 연기와 의상, 소품을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야외 오페라의 성공 쟁점은 날씨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주 내내 기상 예보에 매달렸다. 준비가 완벽해도 공연 당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취소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야외 오페라가 주로 봄과 가을에 열리는 이유다.
사실 한국에서 야외 오페라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한 '라보엠'은 완성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두 차례의 태풍이 겹치면서 공연날짜가 오락가락하는 불운까지 떠안았다. 당시 예정됐던 공연 날짜 역시 8월 말이었다.
앞서 푸흐니에 지휘자는 "오페라를 야외에서 작업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페라의 거장 토스카니니의 말을 빌려 야외 오페라의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동백꽃 아가씨' 프레스리허설 역시 애초 24일이 아닌 23일이었으나 비 때문에 하루 미뤄진 것이다. 다행히 공연 당일인 26일~27일에 비와 관련 예보는 없다.
또한 오페라 공연 관람에 방해될 만한 요소는 약간의 소음이다. 이날도 성악가들이 감정에 몰입하는 부분에서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소리가 섞여 들어오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날파리 또는 모기와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부쩍 시원해진 밤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 자체는 색다른 이벤트임에 틀림없었다. 88잔디마당은 팝, 대중, 클래식 음악축제의 대표격인 '서울재즈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파크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야외오페라 공연 또는 축제가 더해질 법하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값은 1만원~3만원. 평소 비싼 가격과 어려운 음악으로 소위 고급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페라가 문턱을 대폭 낮췄다. 모던한 연출로 관람만이 아닌 감상의 기분까지 안겨주니 더할 나위 없다.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새삼 느낄 만한 기회다.
첫날인 26일 공연에는 이하영과 김우경이, 27일 공연에는 손지혜와 신상근이 각각 비올레타와 알프레도를 맡는다. 26일 공연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TV 생중계도 예정됐다.
유명 색상회사 팬톤의 컬러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빨강, 노랑, 분홍 등의 진한 색상이 스크린을 뚫고 무대를 색색별로 물들었다. 밤하늘 그리고 근거리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예상치 못한 배경으로, 색다른 운치를 안겼다.
24일 오후 8시 프레스콜 리허설을 통해 미리 살펴본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는 흥미를 가질 만한 빅 이벤트였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다.
25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무용연출가로 이름을 드높인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는데 한복, 민화 등이 어우러진 '오페라 사극'이라 부를 만했다. 한국무용수들의 전통 춤사위도 더해졌다. 정구호가 무대, 조명까지 도맡은 이 작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해 마련됐다. 주로 국립오페라단 작품이 공연한 20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아닌 야외에서 회당 관객 7000명을 만나야 한다. 자연음향을 강조해야 하는 보통 공연과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도 대거 사용된다.
결국 오페라적인 완성도 자체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인지 아닌지가 이 작품의 성공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명분이 있는 이벤트였다. 정구호가 국립무용단과 손잡은 '단' '묵향' '향연'으로 인정받는데, 주효했던 하나는 비주얼적이었다.
패션 큐레이팅의 선구자인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와 한복의 패션화를 이끈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디자이너인 김영진 대표를 양날개로 단 정구호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야외오페라에서 LED와 화려한 의상으로 우선 눈길부터 사로잡는다.
다중 턴테이블 무대는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엇갈리며 꽃봉오리 형상 등의 모습을 취했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무대에 변화를 줬다. 검고 하얗고 빨간 부채 등의 소품 활용도 인상적이었다.
◇적극적인 해석이 공감대 형성
'동백꽃 아가씨'는 본래의 오페라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영·정조시대의 양반문화, 즉 귀족·기방 문화로 옮겼다.
정구호는 이 과정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와 당대 명성이 높았던 기생 '황진이'의 공통점을 찾았다. 그는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2007·감독 장윤현)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결국 비올레타는 시도 짓고 노래도 하는 예인이기도 했던 조선시대 기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의 알프레도 대한 순수한 사랑이 강조되면서 팜 파탈 성향보다 고결함에 방점이 찍혔다.
아리아는 원어 그래도 부른다. 대신 언어적, 정서적 차이를 없애고자 스토리텔러인 변사가 등장한다. 유명 배우 채시라다. 막 사이마다 총 4번 등장하는 채시라는 모노드라마처럼 앞서 진행될 막의 이야기를 압축 또는 예고해서 들려준다. 극을 이해하는데, 주석이라기보다는 보완재에 가까웠다.
평소 가깝지 않던 마이크를 착용하고 입에 날파리가 들어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성악가들은 훌륭한 기량을 뽐냈다. 비올레타 역에 내정됐다 건강을 이유로 고사한 소프라노 홍혜경 대신에 구원 등판한 이하영은 급변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소화하며 17년 만의 고국 무대 활약을 예고했다. 음색이 고즈넉한 밤하늘에 어울리는 청량함을 머금었다. 서정적인 미성(美聲)을 자랑하는 알프레도 역의 김우경의 음색은 금상첨화였다.
다만 종종 성악가들의 소리에 묻혀 오케스트라 반주가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원형 무대 구조와 갑작스런 비를 피하기 위해 이번 공연에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지휘자 파트릭 푸흐니에는 야외를 감안해서인지 강렬한 해석을 더한 듯했다.
이번 공연에 마련되는 좌석은 약 7000석. 무대에서 객석 끝까지는 약 80m가량으로 총 65통의 스피커를 사용해 소리가 전달이 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무대 양쪽으로는 무대 위 세세한 연기와 의상, 소품을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야외 오페라의 성공 쟁점은 날씨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주 내내 기상 예보에 매달렸다. 준비가 완벽해도 공연 당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취소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야외 오페라가 주로 봄과 가을에 열리는 이유다.
사실 한국에서 야외 오페라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한 '라보엠'은 완성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두 차례의 태풍이 겹치면서 공연날짜가 오락가락하는 불운까지 떠안았다. 당시 예정됐던 공연 날짜 역시 8월 말이었다.
앞서 푸흐니에 지휘자는 "오페라를 야외에서 작업하지 말아야 한다"는 오페라의 거장 토스카니니의 말을 빌려 야외 오페라의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동백꽃 아가씨' 프레스리허설 역시 애초 24일이 아닌 23일이었으나 비 때문에 하루 미뤄진 것이다. 다행히 공연 당일인 26일~27일에 비와 관련 예보는 없다.
또한 오페라 공연 관람에 방해될 만한 요소는 약간의 소음이다. 이날도 성악가들이 감정에 몰입하는 부분에서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소리가 섞여 들어오기도 했다. 많지는 않지만 날파리 또는 모기와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부쩍 시원해진 밤공기와 바람을 느끼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 자체는 색다른 이벤트임에 틀림없었다. 88잔디마당은 팝, 대중, 클래식 음악축제의 대표격인 '서울재즈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파크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야외오페라 공연 또는 축제가 더해질 법하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값은 1만원~3만원. 평소 비싼 가격과 어려운 음악으로 소위 고급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오페라가 문턱을 대폭 낮췄다. 모던한 연출로 관람만이 아닌 감상의 기분까지 안겨주니 더할 나위 없다.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새삼 느낄 만한 기회다.
첫날인 26일 공연에는 이하영과 김우경이, 27일 공연에는 손지혜와 신상근이 각각 비올레타와 알프레도를 맡는다. 26일 공연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TV 생중계도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