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상관없이 내가 주인공이란 생각으로 연기"

입력 : 2017.08.09 03:05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변사 역할 맡은 배우 채시라
"오페라 속 우아한 한복에 반해"

배우 채시라(49)가 오페라에서 변사(辯士) 역할을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 공연으로 오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선보이는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가 그 무대다.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에 한복과 민화, 전통 춤사위 등 한국 색채를 입혀 새롭게 내놓은 작품.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맡은 패션디자이너 출신 정구호가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 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정조 때의 양반 문화로 재해석한다.

오페라‘동백꽃 아가씨’에서 변사 역을 맡은 채시라는“변사의 대사는 시(詩)예요. 하지만 입에는 잘 안 달라붙어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내야 하죠”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오페라‘동백꽃 아가씨’에서 변사 역을 맡은 채시라는“변사의 대사는 시(詩)예요. 하지만 입에는 잘 안 달라붙어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내야 하죠”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서릿발 같은 인수대비, 미모와 지략을 겸비한 자미 부인 등 카리스마 넘치는 여걸로 사극에서 열연했던 채시라는 "지난달 정구호 선생님이 변사 역을 해달라고 연락해 오셨을 때 나이 지긋한 남자가 흑백 화면 앞에 서서 '그리하였던 것이었~다'를 읊는 장면부터 떠올렸다"며 웃었다.

변사 역할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대본 큐시트 들고 무대 옆에 서서 편하게 설명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웬걸요. 막과 막 사이에 네 번이나 등장해 작품의 맥을 짚어주는 연기도 해야 하는 거였어요. 비올레타인 양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해내는 저만의 모노드라마를 해야 하고. 어려워요. 이제 와 안 하겠다 할 수도 없고, 하하!"

붉은 치마저고리 입고 속절없는 사랑에 목숨 거는 비올레타, 푸른 도포 자락 휘날리며 미성숙한 사랑에 눈물 흘리는 알프레도와 달리 변사의 복색은 흑백의 무채색 한복이다. 절제된 색감으로 기품이 감돌고 머리엔 탐스러운 가체를 얹어 한없이 우아하다. "어쩌면 제가 그 의상에 빠졌는지도 몰라요. 아름다운 우리 옷을 입고 '동백꽃 아가씨'를 설명한다면 오페라를 높고 멀게 여기던 분들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한국화가 채용신 화백을 고조부로 둔 채시라는 그림을 잘 그린다. 1995년 근대 무용가 최승희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 '최승희'에 출연하면서 김백봉 선생으로부터 춤을 배워 무용에도 일가견이 있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수십 번 봤고, 이름난 전시회와 음악회는 고교생 딸과 초등 4학년 아들을 데리고 꼭 간다. 하지만 오페라 출연에 변사 역은 처음. 어디서든 주인공을 도맡는 그녀가 잠깐 등장해 짧은 대사만 읊는 것도 처음이다.

"분량은 상관없어요. 뒤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고, 옆에서는 가수들이 노래하고, 저는 연극을 하니 이만큼 극적인 콜라보가 또 어디 있겠어요?" 채시라는 "변사로 연기하는 10~15분, 그 순간만큼은 관객에게 이 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일러주는 길잡이가 되니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158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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