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7 09:54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인 '틱틱붐'을 오빠들과 뭉쳐서 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제 인생의 마지막 '틱틱붐'이 될 것 같은 만큼 누구랑 함께 하는지도 중요하죠. 오빠들과 대학교 다닐 때 약속을 했어요. 정상에서 다시 뭉치자고요!"(배해선)
뮤지컬계 대표적인 허리들인 이석준(45)·이건명(45)·배해선(43)이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각자 데뷔 20주년을 넘긴 것을 기념해 오는 29일부터 10월15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의 뮤지컬 '틱틱붐'을 선보이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세 사람이 중심이 된 프로덕션이라는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이들을 위해 '틱틱붐' 라이선스를 기꺼이 빌려줬고, 정인석 아이엠컬처 대표는 제작 대행을 맡고 나섰다. 무엇보다 세 사람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와 스태프의 개런티가 없다. 수익이 생기면 나누는 식이다. 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틱틱붐' 2001년 초연 멤버이자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성기윤을 비롯해 조순창, 오종혁, 정연 등 젊은 배우들은 물론 연출 박지혜, 음악감독 구소영도 함께 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세 사람은 "저희도 이런 프로덕션은 처음이이에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잘 살아왔다'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도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명은 1993년 뮤지컬 '님을 찾는 하늘소리'로, 이석준과 배해선은 1995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했다. 앙상블로서가 아닌 세 사람이 주역을 맡아 처음으로 나란히 출연했던 작품은 2005년 뮤지컬 '아이다'였다. 당시 배해선이 암네리스, 이석준과 이건명이 라다메스를 나눠 연기했다. '틱틱붐'을 통해 12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세 사람은 90년대 초반 서울예대 재학 시절부터 삼총사로 통했다. 이석준·이건명(91학번 동기)이 배해선(94학번)보다 세 학번이 앞선다. 하지만 배해선이 2학년일 때 이석준·이건명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세 사람은 한 팀이 돼 활약했다.
이석준은 "해선이는 그 때 진짜 귀여웠다"고 했고, 이건명 역시 "해선이의 모습을 열쇠고리로 만들어 가방에 걸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고 동의했다.
배해선에게 대학시절 이석준은 '댄디했던 살짝 어려운 선배', 이건명은 '쿨한 선배'였다. "석준 오빠는 여대생들이 꿈꾸던 남자 선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어요. 옷도 잘 입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고, 진지하고. 건명 오빠는 무엇을 하든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시원한 선배였죠."
가만히 배해선의 말을 듣고 있던 이건명은 "나는 얕고 석준이는 깊었다는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석준은 대학 시절에 이건명이 부러웠다고 했다. "건명이는 항상 적극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강했어요. '나는 굳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하하. 그런 친구가 한번 화를 내면 후배들이 다 따를 정도로, 카리스마도 있었죠. 저는 매일 진지하고 화를 내니, 별 소용도 없고. 하하."
이건명은 이석준의 신중하고 꼼꼼한 점이 부러웠다고 했다. "작품을 분석하는데 있어 석준이른 따라갈 수 없었어요. 한번 더, 아니 두 번 더 작품에 깊게 들어가는 친구거든요."
배해선은 "제게는 양(이건명)과 음(이석준)이 같이 있어 든든하고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며 "함께 있으면 항상 즐겁지만 작업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했다.
세 사람의 인연은 주로 두 사람씩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 프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이건명과 이석준은 2004년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각자 미키와 내레이터를 맡아 처음 만났다. 이후 이듬해 '아이다'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2015년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공연 당시 이건명이 '베르사미'를 맡았는데 기존에 '오경필'을 연기한 이석준이 그해 시즌에 특별 출연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이건명·배해선은 '뮤지컬계 최불암·김혜자'로 통하는 남경주·최정원을 이을 정도로 수많은 작품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맘마마아!‘의 스카이와 소피, '아이다'의 라다메스와 암네리스, '갬블러'의 갬블러와 쇼걸,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제이미와 캐서린 등이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틱틱붐'으로도 이미 인연을 맺었다. 이건명은 이 작품의 2001년 초연 멤버로 2007년 다시 출연, 당시 배해선과 호흡을 맞췄다. 이석준은 2005년 이 작품에서 배해선과 호홉을 맞췄다. 세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틱틱붐'은 이번이 처음.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불꽃처럼 살다가 요절한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작품이 공연되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스물아홉살의 존이 주인공이다. 꿈과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의 삶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품만으로 따지면 2010년 공연 이후 7년 만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틱틱붐'은 3인 다역의 재기 발랄한 형식과 자유로운 무대, 생동감 넘치는 비트의 음악이 눈길을 끈다.
이석준과 이건명은 밤에는 작곡을 하고 낮에는 소호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브로드웨이를 향한 꿈을 키워 나가는 젊은 예술 지망생 존을 연기한다. 배해선은 존의 꿈과 열망을 알고 그를 항상 지지해 왔지만 현실에 지쳐가는 여자친구 수잔이다.
이건명은 "현재 음악 연습을 하면서 매일 매일 감탄한다"며 "지금 들어도 전혀 음악이 촌스럽기는커녕 세련되고 너무 좋아요. 음악으로 드라마를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했다.
"제가 이 작품에 처음 출연했을 때 존과 같은 나이인 스물아홉살이었어요. 함께 출연한 형들과 압구정 뒷골목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도중에 밖에 나왔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술에 취해 낭만에 취해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었어요. 라슨을 향해서요. 이 작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하. 소중한 기회가 기적처럼 다시 와서 정말 기뻐요."
이건명이 연기하는 존을 객석에서 지켜본 이석준은 스물아홉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시절이었다고 했다. 뮤지컬에서 유망주로 부상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슬럼프를 맞았었다.
"'틱틱붐'을 보는데 딱 제 이야기인 거예요. 코믹한 부분에서 웃지도 않고 객석에서 내내 울었어요. 이 공연은 진짜 죽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라슨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녹인 만큼 드라마 깊게 잘 녹아들어가 있어요. '왜 아등바등 살아? 고생해서 힘들게 얻은 것들로 행복해? 꿈을 위해 지금 현실을 버릴 거니?'라는 화두를 담고 있죠."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세 사람은 '틱틱붐'이 단지 스물아홉살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했다.
이석준은 "극에서 스물아홉에서 서른살이 되는 의미는 누군가에게 넘어가야 할 시기가 있다는 걸 빗댄 것"이라며 "내 자신이 깨어지는 시간은 10대 또는 50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명 역시 "현재 제 나이가 마흔 여섯이지만 지금도 갈등하고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면서 "스물아홉살 뿐만 아니라 작든 크든 인생에서 산을 넘어가야 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잇는 작품"이라고 했다.
배해선은 "예전의 젊음을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시절을 지내온 사람으로서 표현은 더 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절친한 세 사람이 뭉친 만큼 서로의 모습을 더 투영하면서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킬미나우' '카포네 트릴로지' 등을 통해 드라마 연기도 인정 받은 이석준은 연극 '썸걸즈',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 등을 통해 연출로도 활약 중이다. 이건명은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등 대형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팬을 보유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다는 배해선은 '질투의 화신'과 현재 방송 중인 '죽어야 사는 남자' 등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 사람은 작품 외적으로도 후배들의 전범이 되고 있다. 이석준은 2004년 시작한 토크쇼인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를 통해 뮤지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뮤지컬계 의리파 배우인 이건명과 '여자 김민종'으로 통할 정도로 의리가 있는 배해선 역시 다양한 기부 행사에 참여했다.
이건명은 "나중에는 성취감에 제가 더 뿌듯하다"면서 "제가 가진 작은 재주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아니라 기꺼이 하게 된다"고 했다. 이석준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돕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 '틱틱붐' 공연 역시 비슷한 마음가짐이다. 각자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좋은 작품으로 기뻐했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이석준은 "우리가 재벌집 자식들이었으면 아마 무료로 선보였을 작품"이라며 "20주년 공연인데 (티켓값이 있어서)관객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건명은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뭉쳐서 내는 시너지가 얼마만큼인지 봐 달라"고, 배해선은 "저희가 아끼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계 대표적인 허리들인 이석준(45)·이건명(45)·배해선(43)이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각자 데뷔 20주년을 넘긴 것을 기념해 오는 29일부터 10월15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1960~1996)의 뮤지컬 '틱틱붐'을 선보이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세 사람이 중심이 된 프로덕션이라는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이들을 위해 '틱틱붐' 라이선스를 기꺼이 빌려줬고, 정인석 아이엠컬처 대표는 제작 대행을 맡고 나섰다. 무엇보다 세 사람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와 스태프의 개런티가 없다. 수익이 생기면 나누는 식이다. 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틱틱붐' 2001년 초연 멤버이자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성기윤을 비롯해 조순창, 오종혁, 정연 등 젊은 배우들은 물론 연출 박지혜, 음악감독 구소영도 함께 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세 사람은 "저희도 이런 프로덕션은 처음이이에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잘 살아왔다'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도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건명은 1993년 뮤지컬 '님을 찾는 하늘소리'로, 이석준과 배해선은 1995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했다. 앙상블로서가 아닌 세 사람이 주역을 맡아 처음으로 나란히 출연했던 작품은 2005년 뮤지컬 '아이다'였다. 당시 배해선이 암네리스, 이석준과 이건명이 라다메스를 나눠 연기했다. '틱틱붐'을 통해 12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세 사람은 90년대 초반 서울예대 재학 시절부터 삼총사로 통했다. 이석준·이건명(91학번 동기)이 배해선(94학번)보다 세 학번이 앞선다. 하지만 배해선이 2학년일 때 이석준·이건명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세 사람은 한 팀이 돼 활약했다.
이석준은 "해선이는 그 때 진짜 귀여웠다"고 했고, 이건명 역시 "해선이의 모습을 열쇠고리로 만들어 가방에 걸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고 동의했다.
배해선에게 대학시절 이석준은 '댄디했던 살짝 어려운 선배', 이건명은 '쿨한 선배'였다. "석준 오빠는 여대생들이 꿈꾸던 남자 선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어요. 옷도 잘 입고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고, 진지하고. 건명 오빠는 무엇을 하든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시원한 선배였죠."
가만히 배해선의 말을 듣고 있던 이건명은 "나는 얕고 석준이는 깊었다는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석준은 대학 시절에 이건명이 부러웠다고 했다. "건명이는 항상 적극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강했어요. '나는 굳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하하. 그런 친구가 한번 화를 내면 후배들이 다 따를 정도로, 카리스마도 있었죠. 저는 매일 진지하고 화를 내니, 별 소용도 없고. 하하."
이건명은 이석준의 신중하고 꼼꼼한 점이 부러웠다고 했다. "작품을 분석하는데 있어 석준이른 따라갈 수 없었어요. 한번 더, 아니 두 번 더 작품에 깊게 들어가는 친구거든요."
배해선은 "제게는 양(이건명)과 음(이석준)이 같이 있어 든든하고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며 "함께 있으면 항상 즐겁지만 작업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했다.
세 사람의 인연은 주로 두 사람씩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 프로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이건명과 이석준은 2004년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각자 미키와 내레이터를 맡아 처음 만났다. 이후 이듬해 '아이다'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2015년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공연 당시 이건명이 '베르사미'를 맡았는데 기존에 '오경필'을 연기한 이석준이 그해 시즌에 특별 출연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이건명·배해선은 '뮤지컬계 최불암·김혜자'로 통하는 남경주·최정원을 이을 정도로 수많은 작품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맘마마아!‘의 스카이와 소피, '아이다'의 라다메스와 암네리스, '갬블러'의 갬블러와 쇼걸,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제이미와 캐서린 등이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틱틱붐'으로도 이미 인연을 맺었다. 이건명은 이 작품의 2001년 초연 멤버로 2007년 다시 출연, 당시 배해선과 호흡을 맞췄다. 이석준은 2005년 이 작품에서 배해선과 호홉을 맞췄다. 세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틱틱붐'은 이번이 처음.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불꽃처럼 살다가 요절한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작품이 공연되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스물아홉살의 존이 주인공이다. 꿈과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의 삶과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품만으로 따지면 2010년 공연 이후 7년 만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틱틱붐'은 3인 다역의 재기 발랄한 형식과 자유로운 무대, 생동감 넘치는 비트의 음악이 눈길을 끈다.
이석준과 이건명은 밤에는 작곡을 하고 낮에는 소호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브로드웨이를 향한 꿈을 키워 나가는 젊은 예술 지망생 존을 연기한다. 배해선은 존의 꿈과 열망을 알고 그를 항상 지지해 왔지만 현실에 지쳐가는 여자친구 수잔이다.
이건명은 "현재 음악 연습을 하면서 매일 매일 감탄한다"며 "지금 들어도 전혀 음악이 촌스럽기는커녕 세련되고 너무 좋아요. 음악으로 드라마를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했다.
"제가 이 작품에 처음 출연했을 때 존과 같은 나이인 스물아홉살이었어요. 함께 출연한 형들과 압구정 뒷골목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도중에 밖에 나왔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술에 취해 낭만에 취해 하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었어요. 라슨을 향해서요. 이 작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하. 소중한 기회가 기적처럼 다시 와서 정말 기뻐요."
이건명이 연기하는 존을 객석에서 지켜본 이석준은 스물아홉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시절이었다고 했다. 뮤지컬에서 유망주로 부상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슬럼프를 맞았었다.
"'틱틱붐'을 보는데 딱 제 이야기인 거예요. 코믹한 부분에서 웃지도 않고 객석에서 내내 울었어요. 이 공연은 진짜 죽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라슨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녹인 만큼 드라마 깊게 잘 녹아들어가 있어요. '왜 아등바등 살아? 고생해서 힘들게 얻은 것들로 행복해? 꿈을 위해 지금 현실을 버릴 거니?'라는 화두를 담고 있죠."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세 사람은 '틱틱붐'이 단지 스물아홉살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했다.
이석준은 "극에서 스물아홉에서 서른살이 되는 의미는 누군가에게 넘어가야 할 시기가 있다는 걸 빗댄 것"이라며 "내 자신이 깨어지는 시간은 10대 또는 50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명 역시 "현재 제 나이가 마흔 여섯이지만 지금도 갈등하고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면서 "스물아홉살 뿐만 아니라 작든 크든 인생에서 산을 넘어가야 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잇는 작품"이라고 했다.
배해선은 "예전의 젊음을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시절을 지내온 사람으로서 표현은 더 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절친한 세 사람이 뭉친 만큼 서로의 모습을 더 투영하면서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킬미나우' '카포네 트릴로지' 등을 통해 드라마 연기도 인정 받은 이석준은 연극 '썸걸즈',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 등을 통해 연출로도 활약 중이다. 이건명은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등 대형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팬을 보유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다는 배해선은 '질투의 화신'과 현재 방송 중인 '죽어야 사는 남자' 등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 사람은 작품 외적으로도 후배들의 전범이 되고 있다. 이석준은 2004년 시작한 토크쇼인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를 통해 뮤지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뮤지컬계 의리파 배우인 이건명과 '여자 김민종'으로 통할 정도로 의리가 있는 배해선 역시 다양한 기부 행사에 참여했다.
이건명은 "나중에는 성취감에 제가 더 뿌듯하다"면서 "제가 가진 작은 재주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아니라 기꺼이 하게 된다"고 했다. 이석준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돕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 '틱틱붐' 공연 역시 비슷한 마음가짐이다. 각자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좋은 작품으로 기뻐했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이석준은 "우리가 재벌집 자식들이었으면 아마 무료로 선보였을 작품"이라며 "20주년 공연인데 (티켓값이 있어서)관객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건명은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뭉쳐서 내는 시너지가 얼마만큼인지 봐 달라"고, 배해선은 "저희가 아끼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