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물렀거라"… 원로 배우들의 好演

입력 : 2017.08.01 03:01

- 노장 투혼 빛나는 여름 연극계
'늘푸른연극제''밀양예술축제'
오현경·이순재 등 열연 돋보여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를 지혜롭게 떨치는 방법 중 하나. 바로 공연장을 찾는 것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열연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한증막 더위도 시원하게 날아간다. 올여름은 특히 연극계 '원로' 배우인 오현경·이호재·이순재·손숙 등 무대를 휘어잡는 이들의 에너지까지 합세해 가족 팬들을 모으고 있다. 뮤지컬 대작들 사이에서 빛나는 '공캉스(공연+바캉스)'를 누려보자.

대표주자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늘푸른연극제'.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무대는 노장들 투혼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배우 오현경(81)·이호재(76), 연출 김도훈(75)·작가 노경식(79) 등 연극제를 끌어가는 주축들의 평균 나이가 78세다. 하지만 열정은 청년 그 이상이다.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봄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오현경(가운데). 권위적이고 욕망 가득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이 다분히 녹아 있는‘아버지’를 연기한다. /한국연극협회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봄날’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오현경(가운데). 권위적이고 욕망 가득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이 다분히 녹아 있는‘아버지’를 연기한다. /한국연극협회
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연극 '봄날'(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오현경은 지난 28일 제작발표회에서 "나이 들어 입사시험 보는 느낌이다. 원로들도 '늘 푸르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1994년 식도암과 위암 투병을 한 데다 최근 아내(배우 윤소정)를 잃은 슬픔을 겪었지만 연극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작이기도 한 연극 '봄날'은 권위적이고 탐욕스러운 아버지와 그에 반항하는 일곱 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가 김도훈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4~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연기파 배우 최종원, 차유경 등이 출연한다. 이달 11~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선 노경식 작가의 '반민특위'(김성노 연출)가 오른다. 일제강점기 친일 부역자 등을 처벌하기 위한 반민특위를 소재로 했다. 연극제의 대미는 이호재가 주연을 맡은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최용훈 연출)가 장식한다. 황혼에 접어든 세 친구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달 17~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원로배우 이순재(82)와 밀양 출신 배우 손숙이 홍보대사를 맡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도 그 열기가 뜨겁다. 지난 29일과 30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무대에 올리며 청년 못지않은 에너지를 쏟아낸 두 배우의 공연을 필두로 이달 6일까지 '연극, 그 변화의 힘! 대중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국내외 52개 작품이 122회 공연된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1999년 9월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와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지역 연극 문화 발전을 위해 경남 밀양시 내 폐교를 고쳐 밀양연극촌을 만든 뒤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연극제다. 폐막작은 브레히트 원작의 배경을 6·25전쟁 당시로 바꾼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윤택 연출).

배우 손숙은 "밀양시가 프랑스 아비뇽처럼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