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무용수'로 5년 만에 한국 무대 서다

입력 : 2017.07.20 03:04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김세연

21~22일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 이번 무대 위해 안무도 새로 짜
"영상 창작도 도전해보고 싶어"

"예전엔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더 완벽하게 할까 안달복달하며 이를 악물었는데 요즘엔 손짓 하나 발놀림 하나까지 마냥 즐거워요. '일의 즐거움'을 이제야 좀 깨닫는 달까요? 춤에 대한 욕심은 여전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고심합니다(웃음)."

가녀린 긴 팔로 우아한 몸짓을 만들어낸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 /고운호 기자
가녀린 긴 팔로 우아한 몸짓을 만들어낸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 /고운호 기자
19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38)은 "한국 팬들에게 이렇게 재밌고 위트 있는 무용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유명 안무가에게 직접 의뢰한 작품을 들고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21일과 22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릴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 스타 초청 공연' 무대에 오른다. 한국 무대에 서는 건 5년 만이다.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중국계 안무가 킨순찬(Kinsun Chan)과 함께 머리를 맞댔어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I've got you under my skin(당신에게 푹 빠졌어요)'와 'I get a kick out of you(당신이 너무 좋아요)'을 가지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코믹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죠. 남성 무용수는 립싱크 연기도 할 거예요."

김세연은 세계 유수의 발레단을 거치며 실력을 키웠다.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미국 보스턴 발레단,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을 거쳐 5년 전 스페인 국립무용단에 안착했다. 국내 발레 스타 중 그녀만큼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이도 드물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은 혁신적인 안무로 현대 무용계를 들썩였던 나초 두아토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곳이다. 지금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 출신의 호세 마르티네스가 예술감독이다. 마르티네스가 직접 그에게 연락해 '스페인행'을 강하게 요청했다. 김세연은 현재 수석 무용수 가운데 최고 무용수를 뜻하는 '프리메라 피규라(primera figura)'다.

"2~3년 전 발목 수술에 무릎 부상까지 힘든 일도 많았거든요. 옛날 같으면 재활하면서 불안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굉장히 편해지더라고요. 요즘엔 하루하루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즐거워요. 10년 전 강수진 선생님이 '나는 지금 발레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 있는데 그 뜻을 조금 알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안무가로도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창작 발레 '죽음과 여인'이 그녀 작품이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은 단원들에게 안무나 무대 디자인 같은 새로운 창작 영역에 도전하라고 지속적으로 격려해요. 무용할 때는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게 되는데 안무를 하니까 바깥에 있는 것들을 두루 보게 되고 집중하는 너른 시각이 생기더라고요." 영상 창작가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연 무대도 하나의 액자 같잖아요. 사각 프레임 안에 저만의 시각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에요. 세상은 넓고 해보고 싶은 건 셀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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