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정명훈 "난 완전히 자유···중요한건 오직 음악"

입력 : 2017.07.07 09:56
소감 밝히는 정명훈
소감 밝히는 정명훈
"노 샐러리, 노 포지션, 노 머니, 저스트 뮤직. 오직 중요한 건 음악이에요."

6일 오후 서울 한남동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명훈(64)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이제 저는 완전히 자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감독은 올해 내 창단 예정인 롯데문화재단의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직을 최근 확정했다. 지난 2015년 말 서울시향 예술감독 직을 그만둔 정 전 감독이 한국 클래식음악계에서 직책을 다시 맡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지만 그는 상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전 감독은 "저는 책임을 무겁게 느끼는 사람이에요. 서울시향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도 15년만 했다"고 했다. 정 전 감독은 2015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그만두면서 명예음악감독으로 추대된 바 있다."단원들이 정말 잘해줬어요. 천사 같은 사람들과도 같이 일했는데 자리를 내려놓았죠. 아이 원트 비 프리(I want be free), 컴플리트 프리(complete free). 저는 자유로워지기를 원해요. 완전한 자유요. 프로페셔널한 책임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는 맡고 싶지 않아요. (음악감독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파리에서야말로 이해를 못했죠."

2006년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정 전 감독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직원들 간의 갈등 이후 사퇴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직원들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번졌던 항공료 횡령 의혹 등에 대해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향에 10년 간 몸을 담았던 정 전 감독은 "항상 전에도 생각했지만 시향에서 일할 때 시향을 사랑해서 하는 것보다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한 일이다'라고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연주가 많고 행적적인 부분도 일부 책임져야 하는 예술감독에 대한 직책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로 인해 촉발된 서울시향 사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며 진실은 저절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딱 한가지. 직원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어려움을 당한 직원들을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들(도와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안타깝죠. 슬퍼요. 개인적으로는 (예술감독직을 그만 둔 것이) 미안하지만 더 좋아요. 책임이 없어지는 거니까요. 하지만 오케스트라 발전을 위해서는 아쉽죠.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올리는 건 오래 걸리지만 그 반대(수준이 낮아지는 건) 너무 쉽거든요. 10년을 해서 아시아에서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한 단 계 더 나아가려면 또 10년 넘게 걸리거든요. 오케스트라를 잘 잡아줘야 할 사람이 나타나야죠."

정 전 감독은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창단에 앞서 오는 8월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홀의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 '음악으로 하나되는 곳'을 지휘한다.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 연합체로 임시 프로젝트 악단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특히 18일 공연에서 스타피아니스트 조성진과 2년4개월 만에 서울에서 협연을 해 관심을 끈다.

이번 공연과 별개로 '원 코리아'라는 용어에는 정 감독이 평소 바라던 심정을 담았다.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거기에는 북한 사람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들어 있다.

"클래식은 워낙 훌륭한 음악이라 어디서 왔고 어디서 태어났는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미국 중국, 일본에서 다 똑같이 느끼죠. 기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에요. 이번에 이북 사람이 못 오지만 나중이라도 거기에 대한 꿈은 갖고 있죠.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를 통한 수익은 북한 아이를 도와주는데 사용할 예정입이다."

정 감독은 앞서 2012년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 통일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는 없다고 했다. 다만 "어떻게 하면 가깝게 해서, 더 가깝게 지낼 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잘만 지내면 좋을 거 같아요. 음악을 같이 하게 되면 더 좋고요. 그때까지는 우리끼리 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죠."

앞으로 진행할 '원 코리아' 프로젝트는 음악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개인적인 뜻이라도 했다. "음악 감독 직책, 돈 다 떠나서 뜻이 있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역시 풀타임이 아니죠."

곧 단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인 유스오케스트라는 기존 청소년 위주의 유스 오케스트라와 달리 프로 연주자를 눈 앞에 둔 젊은 음악학도들이 대상이다. 롯데문화재단은 선발된 연주자들에게 정 음악감독과 국내외 전문 연주자들과의 리허설 및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기량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단원들은 참가를 확정했고, 빈 필하모닉 단원들의 합류 역시 논의 중이다. 내년 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순전히 나라의 젊은 음악가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뜻이에요. 젊은 친구들의 뜻을 펼쳐주고자 하는 거죠. 연주는 많이 해야 1년에 두 번 정도입니다. 100% 재능 기부죠. 돈에 대해 (이런 저런 소리를) 듣기 싫고 책임을 맡는 것도 싫어요. 롯데도 기부하고 지휘자도 재능 기부하는 거죠. 한국에서 풀 타임(예술감독 또는 상임지휘자)은 안 해요. 10년 간 이미 했고 (그만 둔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아니에요."

그러면서 "한국에서 하는 일은 100% 나라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관련 수익에 대해서는 북한 어린이 기금으로 쓸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정 전 감독은 이날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 '콤멘다토레 오르디네 델라 스텔라 디탈리아'를 수훈했다. 1947년에 제정된 이탈리아 공로훈장은 이탈리아와 타국 사이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통해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키는데 기여한 외국인 혹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시민에게 수여된다. 관련 부처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이다.

그에게 수여된 콤멘다토레는 오르디네 델라 스텔라 디탈리아 중에서 세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예술 발전과 국제적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본 훈장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날 전 정 감독의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를 비롯해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 조현 외교부 제 2차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피아니스트 신수정,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 등이 축하를 위해 참석했다.

정 전 감독은 "이탈리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 기쁘게 받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한 정 전 감독에게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함께 정 전 감독에게 음악적인 고향 같은 곳이다. 그가 "나는 반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수십 년 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온 정 지휘자는 음악을 통해 전 세계에 이탈리아의 위상을 높여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나라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기쁜 일이에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와 연습을 할 때 가깝다는 것이 절로 느껴지죠."

외국에서만 활동해도 충분히 대접 받는 그가 한국 무대에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타고난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죠"라고 말했다. 정 전 감독의 외조부는 독립운동가인 이가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오래 살지 못했어요. 학교도 못 다녔고, 그런데 딱 한 가지. 한국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일평생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책임을 느껴요. 한국에 바라는 것은 없어요. 단 하나. 제가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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