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부터 바른생활까지 '교과서 총정리'

입력 : 2017.06.22 03:04

[우리 곁의 박물관] [7] 세종시 '교과서 박물관'

첫 국정교과서 '국민소학독본' 등 학습자료 20만점 한자리에
1960년대 교실 풍경 재현… 체험장에선 딱지치기·투호놀이

철수·영이·바둑이는 소년·소녀·강아지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 이름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출판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용 국어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에 처음 등장했다.

세종시 연동면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교과서 박물관에 가면 철수와 영이를 만날 수 있다.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교과서 출판업체인 ㈜미래엔(옛 대한교과서)이 설립했다. 옛 서당에서 어린이 글공부 교재로 썼던 천자문(千字文)부터 현대의 국내외 교과서까지 학습 자료 20만 점을 모아놨다. 개관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다녀간 방문객은 39만2000여명.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자료들은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해 교사·교수 등 전문 교육자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세종시 교과서 박물관을 찾은 가족이 옛 교실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연탄 난로와 책걸상, 교복을 입은 학생 등 1960년대 교실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예전에 사용됐던 교과서들도 전시되어 있다. /신현종 기자
세종시 교과서 박물관을 찾은 가족이 옛 교실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연탄 난로와 책걸상, 교복을 입은 학생 등 1960년대 교실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예전에 사용됐던 교과서들도 전시되어 있다. /신현종 기자
연면적 3408㎡, 지상 2층짜리 건물은 교과서 전시실, 인쇄 기계 전시실, 미래엔관, 기획 전시실으로 나뉜다. 1층 교과서 전시실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를 거쳐 1~7차 교육과정에 사용된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다. 조선 세종 때 탄생한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을 원본과 같은 모습으로 복제한 영인본(影印本)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월인천강지곡은 용비어천가와 함께 한글로 표기된 최고(最古) 가사집이다. 올해 1월 보물에서 국보(320호)로 승격했다. 한글을 한자보다 큰 글씨로 기록해 한글 주체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미래엔은 월인천강지곡 진본을 소장하고 있다가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했다. 전시실 입구에는 보존 상태가 좋은 '바둑이와 철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옆에는 동작 인식 시스템이 적용된 스크린이 놓였다. 책장을 넘기는 손짓만 하면 교과서 내용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천자문부터 시대 순으로 전시된 교과서를 따라가면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이 나온다. 이 책은 고종 32년인 1895년에 학부(學部·교육부)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국정교과서이다. 초등 교육용 지리 교과서인 대한지지(大韓地誌·1899년 발행)는 현대 경·위도선으로 그려진 첫 한국전도가 첨부돼 사료적 가치가 크다. 전문주 학예연구실장은 "교과서엔 제작 당시의 사회 모습이 담겨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된다"라고 말했다.

전시실 중앙엔 1960년대 교실 풍경이 펼쳐진다. 성인 무릎 높이의 책상과 의자를 비롯해 난로, 교탁, 풍금 등은 모두 당시에 사용하던 것들이다. 손때 묻은 크레용과 주판, 각도기, 양은 도시락 등이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최준용(67·경기 수원)씨는 "어렸을 적에 배우던 교과서와 옛날 모습을 간직한 교실을 보니 친구들과 뛰어놀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면서 "도시락이 없어 굶거나, 교과서가 없어 짝꿍과 함께 보기도 했지만 공부하려는 열의는 가득했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인쇄기계 전시실에는 활자 자모(字母) 조각기, 활판 인쇄기, 자동 볼록판 인쇄기 등 1950~1980년대 교과서를 만들던 기계 25대가 있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동무들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 특별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 11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기획전은 새총, 구슬, 딱지, 팽이, 수수깡 등 1950~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추억의 놀이 도구가 전시 중이다. 체험장에서는 투호놀이와 제기차기, 딱지치기, 윷놀이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문중근 교과서박물관장은 "교육 문화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과서 전문 박물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육 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 등이 많이 찾아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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