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김상덕 감독 첫 안무···"'리진'은 새로운 3세대 무용극"

입력 : 2017.06.08 09:57
국립무용단 신작 '리진' 주연들, '다정하게'
국립무용단 신작 '리진' 주연들, '다정하게'
"제가 무용수들 중에 낀 세대에요. 14년 차를 달려가고 있는데 무용극을 많이 해본 경험은 없는데 해보기는 한 거죠. 무용단도 그렇고 무용극도 그렇고 과도기에 놓여 있는데 무용수 역시 마찬가지로 움직임이나 사상 가치관, 현 시대에 맞게끔 변해가죠."(장윤나)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이 오는 28일부터 7월1일까지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무용극 '리진'을 선보인다.

궁중무용수를 다루는 이 무용극에서 타이틀롤 리진과 달리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우정을 저버리는 차가운 궁중무희 도화를 연기하는 장윤나는 7일 오후 제작발표회에서 "국립무용단 무용수로 현 시대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이 '그대, 논개여'(2012)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무용극이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김상덕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이다. 1962년 창단 당시부터 한국 무용극의 태동과 발전을 이끌어온 국립무용단은 이번 신작을 통해 무용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나아가 정체되어 있는 한국 무용극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시대 궁중무희 리진을 소재로 삼았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앙 코레'(En Cor?e, 1905)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랜 기록 속의 궁중무희 리진은 김탁환(2006)·신경숙(2007)의 소설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리진의 실존과 기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다.

김 예술감독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부분은 리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궁중무희에 대한 기록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번 작품의 어려움은 리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 예술감독은 "리진은 역사 속에 나와 있는 것이 폭넓지 않아요. 당대 무용수로서 남겨져 있는 춤도 없죠"라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어떻게 모던하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1990년~1992년 국립무용단 단원을 지낸 김 예술감독은 '리진'이 3세대 무용극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송범의 극 중심의 춤사위 형태가 1세대, 국수호·조흥동이 선보인 신화나 굿 소재의 형태가 2세대라고 설명했다.

'리진'은 기존 국립무용단의 무용극과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둔다. 보다 강렬한 드라마를 위해 설명이 아닌 함축, 즉 ‘선택과 집중’을 택한다.

김 예술감독은 "지금은 무용극에 역사 인물이나 드라마와 영화도 주제를 삼아 관객의 소통하는 작품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3세대 무용극에서 무용수들의 역할은 연기적으로 뮤지컬 같기도 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도 제안하고 있다"며 "한국적인 춤 자체를 모던하게 만들어 그런 움직임의 의미를 연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무용극 '대장금' 'AD 암각화' 등을 작업한 김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이 과거의 무용극에 출발점이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무용극도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컨템포러리도 중요하고 협업을 통해 외국 작업도 필요한 것이에요. 무용극은 일부고 다각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궁중무용수의 삶을 다루는 무용극인 만큼 어떤 무용수가 '리진'의 주역을 맡을지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국립무용단은 지난 3월 내부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여성 배역의 경우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춤을 잘 추는 것과 스타성을 배제하고 캐릭터의 느낌을 봐서"(김상덕 예술감독)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주역 리진 역에 이의영·이요음이 발탁됐다.

이의영은 2007년 국립무용단 입단 이후 ‘춤, 춘향’(2009·2010)의 춘향 역을 맡아 주목 받았고, 2014년 입단한 이요음은 '향연' '시간의 나이' 등의 최근작에 꾸준히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는 신예 무용수다. 무용극은 처음이라는 이요음은 "스토리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보니 연기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순수한 리진에 맞는 내면의 감정을 많이 전달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도화 역에는 장윤나와 함께 박혜지가 캐스팅됐다. 장윤나는 2003년 21세의 나이에 국립무용단 수석으로 입단, 그해 4월 정기공연 '바다'에서 주역을 꿰차는 등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왔다. '춤, 춘향'의 춘향, '그대, 논개여'의 논개, 김매자가 안무한 '심청'의 심청 등 무용극 경험이 풍부하다.

장윤나는 "예전에는 무용극하면 최승희 때부터 전해온 신무용의 움직임이 주를 이뤘는데 요새의 움직임은 굉장히 외국 형태처럼 무브먼트가 강조된다"며 "예컨대 관절을 나눠서 쓴다든지 미니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뮤지컬적인 연기 요소도 가미돼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혜지는 입단 전인 2014년 인턴단원으로서 테로 사리넨 ‘회오리’의 주요 역할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음악은 작곡가 김성국이 맡았다. 국악관현악 '공무도하가', 바이올린 협주곡 '이별가'를 비롯해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뮤지컬 '파우스트'의 음악 등 서정적이고 애잔한 선율로 주목 받고 있다.

이번에는 리진의 테마 선율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편성 면에서는 서양악기 중심의 관현악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가창음악인 정가 등을 더한다.

김성국 작곡가는 "'리진'이 서사성을 띤 무용극이라 점에서 한축은 서사성을 감안해 내용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조선 전통 방식인 정가 형식의 주제곡을 만들었다"며 "한편으로는 주제곡이 극 전체를 관통하게 만드는 구조로 2분법적인 형식을 차용했다"고 소개했다.

무대는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무대디자이너 정승호가 맡았다. 곡선 형태의 거대한 발광 다이오드(LED) 패널을 무대 세트로 활용해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시공간의 변화가 이뤄지도록 디자인했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LED와 키네틱 무브먼트 유닛(기술을 접목해 움직이도록 표현한 예술작품)을 사용하는데 LED의 홍수 속에서 자연스런 빛을 통해 최대한 아날로그 느낌이 들게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틸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차갑다 보니 무용의 정서하고 자칫하면 충동할 수 있다"며 "굉장히 절제하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리진'은 국립극장 2016~2017 레퍼토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최근 국립무용단의 방향이 다양해지면서 무용극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는데 기대와 요구가 엄청 크다는 걸 잊지 않았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지 않않았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시즌 첫 작품을 무용극으로 올리면서 시대적 변화를 무용극이 수용해보려고 한다. 무용극의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한다"며 '국립발레단(허난설헌), 국립현대무용단(쓰리 볼레로)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국립무용단의 역할이 크던 작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21세기 초반 한국무용의 부흥을 국립무용단이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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