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걸·김설진·김보람, 3人3色 '쓰리 볼레로'

입력 : 2017.06.02 10:13
'쓰리 볼레로' 프레스콜
'쓰리 볼레로' 프레스콜
"라벨의 '볼레로'가 친숙한 음악이다 보니 친숙함을 넘어서는 안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 했어요. 다른 작품을 만들 때보다 더 예민해지고 시간도 많이 걸렸죠."(김용걸)

"'볼레로'를 계속 듣고 다니다 이어폰을 빼니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지하철 소리, 길거리의 사람들 말 소리, 차 소리 등이 겹쳐서 일종의 '볼레로'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김설진)

"2008년 볼레로로 무용계에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 7번 정도 볼레로를 했어요. 이번에 주제가 '처절하게 처참하게'인데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에 몸을 콘셉트로 했습니다."(김보람)

현재 무용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안무가들인 발레리노 김용걸(한예종 무용원 교수·김용걸 댄스씨어터 대표), 현대무용수 김설진(현대무용단 '무버' 대표 겸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단원), 현대무용수 김보람(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대표)가 라벨의 '볼레로'를 각자 재해석했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이 오는 6월 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올해의 첫 번째 신규창작 '쓰리 볼레로'를 통해 각각의 개성과 장점을 살린 춤 무대를 선보인다.

같은 멜로디가 수없이 반복되고 그것이 극적인 구성을 만들어내는 이 곡과 합을 맞추는 춤 동작을 통해 세 안무가 모두 자신만의 인장을 분명히 했다.

공연에 앞서 1일 오후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용걸은 "볼레로에는 단호함이 있어요. 무조건 거기에 맞추는 걸로 가보자라고 생각했죠. 37명이 마치 하나가 되는 것처럼요"라고 말했다.

김용걸은 한국발레를 대중적으로 부흥시킨 발레스타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세계 최정상급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 솔리스트로 활약했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볼레로를 수차례 접한 김용걸은 2011년 김보람이 역시 볼레로를 주제로 안무한 솔로 '그 무엇을 위하여…'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용걸은 "볼레로의 반복이 주는 것이 어느새 각인이 돼 있었다"며 "항상 마음에 있었고 안무가라면 다시 소재로 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안무를 정작 할 때는 힘들어서 후회도 했지만요"라고 웃었다.

김용걸의 '볼레로'는 클래식 발레 동작의 베이스 위에 다양한 동작을 조합하고 편집한다. 20개 이상의 프레이즈들로 구성됐다.

김용걸을 비롯해 김다운 이예현 등 37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르고,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85명의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로 힘을 보태는 블록버스터다. 강렬한데 김용걸 작품답게 우아하다. 지난해 초연 이후 군무 등의 구성을 다듬었다.

"작년에 학생들의 교육적 차원에서 안무를 한 작품이에요. 김보람 씨와 작품을 할 때 지금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이 옷을 입었어요. 핀 조명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 빛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춤을 추는 일이 삶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오묘했고 15분 동안 추는 동안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버텨야만 했고 그런 과정과 느낌을 이번에도 주고 싶었어요"

김설진은 음악채널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서 우승하며 현대무용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주역으로, 현재 가장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무용수다. 현대무용의 최강국인 벨기에의 대표 무용단인 피핑톰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재영 등 본인이 대표로 있는 무용단 '무버'에서 활동 중인 무용수들과 함께 한 이번 '볼레로 만들기' 주제는 돌연변이와 이탈의 질감이다. "볼레로를 해체하고 무너뜨리는 것이 진짜 볼레로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무너진 볼레로를 다시 쌓기 위해 일상에서 수집한 사운드를 볼레로 리듬으로 확장하는 작업으로 음악을 준비했다.

김설진은 "라벨이 이야기한 것처럼 볼레로에는 음악이 없어요. 그래서 악기가 없어도 볼레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작품을 시작했죠. 구조만 두고 악기 소리를 들어내려고 한 거죠. 드러나지 않은 일을 반복하고 점층적으로 선율이 쌓이는 볼레로의 구조가 현대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회적이나 철학적인 메시지는 넣지 않으려고 했어요."

김보람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무용단체인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위트있고 역동적인 안무로 가장 대중적인 현대무용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철저하게 처절하게'는 해체와 재조립의 볼레로다. 기존 음악에 대한 전형적 해석을 배제하고 '볼레로' 특유의 선율과 리듬을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표현의 기원'에 접근한다. 김보람은 "과연 얼마만큼 철저하게 처절하게 춤을 출 수 있는지에 대해 작업을 했죠"고 설명했다.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 세 안무가 모두 국립현대무용단과 작업은 만족스러웠다고 흡족해했다.

김용걸은 "금액적으로 '볼레로'를 대규모 오케스트라랑 함께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특히 학생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했다. 아울러 김설진, 김보람과 함께 인터뷰 등을 진행하면서 "볼레로에 대해 두 분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생각이 제게 많이 도움이 됐고 공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설진은 "개인 단체를 운영하는데 이번에 국립현대무용단 시스템에 적응 하다 보니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시스템으로 잘 도와주셨다"고 했다. 김보람 역시 "저도 그렇고 우리 무용수들도 그렇고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으로 확실하게 협업했다"고 했다.

이 스타 안무가들과 국립현대무용단의 홍보, 마케팅 덕분에 이미 3일 공연은 매진됐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은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이라는 걸출한 안무가들 덕분에국립현대무용단이 기대어 갔다"며 "안성수 예술감독 체재의 3년 간은 이렇게 재미있고 엔터테인먼트 적인 현대무용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자주 만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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