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마스터클래스' 2년만에 재개…피셔 '레슨' 공개

입력 : 2017.05.16 09:48
거장 지휘자의 가르침
거장 지휘자의 가르침
■ 35명중 5명 선정…우수 참여자에 재단 소속 지휘자 기회
"지휘자는 본인이 음악적으로 원하는 특징이 있으면 보여줘야 해요. 그것을 설명해서 통일을 시키기나 전체적인 조율이 필요하죠."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최흥식)의 수석 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60)의 '원 포인트 레슨'에 김찬양(23)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1악장 음색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제4회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마스터클래스'는 거장 지휘자의 한마디 조언이 젊은 지휘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 재학 중인 학생인 김찬양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한국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서울시향 단원들 앞에서 초반에 멈칫 하는 듯했다. 하지만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의 부드러운 지도에 용기를 얻은 듯, 자신이 원하는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그려나갔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 지원한 총 35명 중 뽑힌 5명 안에 든 김찬양은 "나이도 어리고 아직 학생이라 이번 마스터클래스에 뽑힐 줄 몰랐다"며 "감사하게 재미있게 지휘했다"고 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명인 투간 소키예프의 마스터 클래스 등 해외에서 여러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김찬양은 "해외에서 생활을 해서인지 한국 마스터클래스가 더 긴장이 됐다"고 했다. "피셔 선생님이 저한테 계속 호흡적인 부분을 강조하셨어요. 악기가 맞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라고 하셨죠."

뉴잉글랜드 음악원과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를 나온 데이비드 이(29)는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에게 몸을 통해 소통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멘토로 나섰던 '제3회 서울시향 지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던 그는 "정 선생님이 당시 '마스터클래스'가 바로 크게 도움이 안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종종 생각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 그랬고 자극이 된다"고 했다.

만하임 국립음대와 함부르크 국립음대를 나와 브장송 지휘콩쿠르 결선에 올라 주목 받았던 윤현진(35) 역시 지난 2014년 '제2회 서울시향 지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다.

그는 피셔 객원지휘자에 대해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님일 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거장"이라며 "세계적인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분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 굉장히 기쁘다"고 흡족해했다.

올해 마르쿠스 슈텐츠(52·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와 함께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로 포디엄에 오르게 된 피셔는 나고야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평소 인자한 성품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는 평이다.

윤현진에게도 '포르테'(강하게), '피아노'(약하게)의 차이를 풍부하게 대비시키라고 부드럽게 주문하면서 이를 실제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윤현진은 "마지막에 이끌어갈 때 원하는 만큼 다 음악을 가져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라고 웃었다.

서울시향에서 작곡가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 중인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겸 공연기획자문역은 "지휘 마스터 클래스는 역동적"이라고 했다.

윤현진은 "지휘자는 절대 혼자 될 수 없다"며 "거장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날 후반부에는 빈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로 활약 중인 정병휘(39), 이스트만 음대 지휘과 박사를 밟고 있고 폴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있는 분 후안 리엔(32)이 피셔 객원지휘자가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다.

피셔 객원지휘자는 정병휘에 대해 "템포가 빠른 감은 있지만, 시도적인 측면에서는 좋았던 것 같다"며 "텐션을 놓지 않는 것은 좋으나 작곡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 하고자 하는 깊은 메시지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분 후안 리엔 지휘와 서울시향 호흡에 대해서는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단원들이 이에 응답한다고 생각하고 연주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는 이날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을 마스터 클래스 곡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1악장 시작부분이 지휘자에게는 매우 어렵고, 다른 곡들과 달리 그 시작만으로 지휘자가 무엇은 말하고자 하는지를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휘자의 음악적 결단력을 보고 기술적 테크닉 또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5명의 참가자에 대해 "모두 각자의 음악적 성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모두 좋은 역량을 지닌 참가자였다"고 봤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좋은 소통능력을 보여줬고,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는 "오케스트라는 힘들었을 텐데 각 지휘자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 줬다"며 "개인적으로 참가자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지휘 마스터클래스는 지난 2013년 9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지도로 처음 개최된 이후 2015년까지 3회 진행됐다. 정 전 예술감독의 사임으로 지난해 중단됐다, 2년 만인 올해 재개됐다.

마스터클래스 출신자들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이날 마스터 클래스를 뒷편에서 조용히 바라본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는 2013년 열린 제1회 지휘 마스터클래스 교육생 출신이다.

같은 해 참가자인 마카오 출신의 지휘자 리오 쿠오크만은 마스터클래스 참가 다음 해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임했다.

서울시향은 마스터클래스 우수 참여자에게 공익 연주회, 연습지휘 등 향후 재단 소속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오는 6월24일에는 슈텐츠가 멘토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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