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원시향

입력 : 2017.05.15 00:22

[노조와 갈등 끝에 사의 표한 김대진 예술감독 인터뷰]

국내 일급 악단으로 성장했지만… 노조, 강압적 연습 방식 불만
지휘자와 단원들 간 갈등 깊어져

2008년 5월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이끌어온 김대진(55·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예술감독이 악단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빚은 끝에 사표를 냈다. 김 감독은 14일 저녁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나서도 사의를 표명했다. 염 시장은 지난 10일 김 감독으로부터 사표를 전달받았지만 퇴진을 만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은 김 감독은 김선욱·손열음·문지영 등 클래식 유망주를 길러냈다. 1982년 창단한 수원시향은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감독을 영입하면서 서울시향과 부천시향 등 지방자치단체 공공 오케스트라 중 선두권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헤렌킴제 페스티벌과 오스트리아 브루크너 페스티벌, 이탈리아 메라노 페스티벌에 연달아 초청받았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김 감독의 방식과 태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교향악단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빡빡한 연습과 연주 일정 때문에 단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수원시향 상주홀인 SK아트리움에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수원시립예술단지부가 쓴 성명서가 붙었다. '김 감독의 전횡과 폭력적인 리허설, 수준 미달의 리더십 등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11~13일 리허설 때 본인의 사적인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단원들에게 고함과 더불어 의자를 걷어차는 폭력, 막말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비판도 함께였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14일 전화 통화에서 "2017 교향악축제(지난달 5일) 연주에서 실수가 많았다. 고질적 부분은 고쳐야겠기에 롯데콘서트홀 부활절 기념 콘서트(지난달 15일)를 앞두고 사흘간 리허설을 하면서 고성으로 질책하고 '박치'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나 의자를 발로 차거나 욕설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2014년 2월 동유럽 4개국 연주투어에 나선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음악당인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김대진 예술감독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4·5번과 아리랑 등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원시향
2014년 2월 동유럽 4개국 연주투어에 나선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음악당인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김대진 예술감독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4·5번과 아리랑 등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원시향
김 감독은 "부활절 공연은 잘 끝났기에 그날 단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 리허설은 우리 모두에게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나흘 뒤 노조에서 온 답글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비이성적, 비인간적 리허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였다. 김 감독은 "'누구를 위한 발전이었고, 무엇이 발전되었는지 괴리를 느낀다'는 대목에서 지난 9년이 허망했다"며 "지난 10일 첫 정기연주회 리허설에서 사과를 하고 바로 사표를 썼다"고 했다.

시향 연주단원 97명과 사무국 직원 6명 등 103명은 김 감독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 날인 11일 사임 찬반 투표를 했다. 93명 참석에 77명이 사임에 찬성했다. 수원시립예술단 노조위원장 홍동길(44) 수원시립합창단원은 14일 전화 통화에서 "감독님이 부임하고 나서 9년간 쌓인 게 많았다"며 "단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감독님은 시향에 오기 전까지 지휘자로서 경험이 없어서 단원들이 힘들어했다. 지방대 출신 단원을 차별대우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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