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이진성 "이젠 윌리와 비슷한 나이 감회 새로워"

입력 : 2017.05.12 10:16
극단 성북동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극단 성북동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극단 성북동, 12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윌리', 이진성(59)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공휴일이었던 9일 서울 한남동 극단 성북동 연습실은 한 여름이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김현탁 재구성·연출)이 치닫고 있었다. 주인공 윌리 로먼, 그러니까 배우 이진성의 끝없는 달리기가 이어졌다. 끝끝내 달리는 그는 한계를 넘겨 자기를 연소시키는 것도 모자라 소진시키는 지경까지 보였다.

죽기직전까지 가고 있는 배우와 달리 신나게 울리는 컨트리송이 삶의 양면을 보여주는듯 했다. 미국 컨트리 가수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s)', 즉 '고향으로 데려다주오'라는 노래는 윌리 역의 비극을 알아서인지 아련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미국 현대희곡을 대표하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을 60분으로 압축한 이 연극에서 눈에 띄는 무대미학의 핵심은 러닝타임 내내 윌리가 달리는 '트레드밀'(러닝머신).

1949년 발표된 '세일즈맨의 죽음'은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윌리를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무대 중앙에 놓인 트레드밀에서 쉼 없이 뛰는 정장 차림의 윌리가 죽음으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시작해 거꾸로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성북동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재에도 공감 가능한 훌륭한 변형이다.

'전위와 파격'의 대명사로 통하는 극단 성북동비둘기가 2010년 초연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번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공동기획 '세대공감형 공연'의 하나로 선보인다.

경제 성장의 주축 세력으로서 쉼 없이 달려 나가기만 하다가 소모돼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한 윌리를 통해 우리들의 아버지뿐 아니라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다.

초연 때부터 윌리 역을 맡아온 성북동 비둘기의 간판 배우인 이진성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는데 내내 땀이 당일 내린 비처럼 쏟아졌다. 극단의 후배들과 쉴 새 없이 토론하고 극을 만들어나갔다.

50대 초반의 중년에 윌리 역을 처음 맡았던 이진성은 어느새 원작 속 윌리와 비슷한 나이인 환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물리적인 나이가 윌리와 점점 가까워지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트레드밀 위에서 시속 몇킬로로 달리냐는 물음에 "특정 속도를 말해도 관객들이 그 속도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동작으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진성이 이 작품에 출연한 건 대략 200회차. 42.195㎞의 마라톤은 몇번이나 뛰었을 법하다. 그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공연이 한번 오르면 연습 때까지 포함해 매번 체중이 7~8㎏ 감소하는데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체력만큼 심리적인 부분도 부칠 법한데 "윌리의 극한을 표현하고, 무대 위에서 체험한다는 것이 항상 어렵다"고 했다.

트레드밀 주변을 계속 달려야 하는 성북동 비둘기의 다른 배우들의 힘듦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오델로 온 더 옐로'부터 이 극단에 합류한 외국인 배우 아누팜을 비롯해 6명의 배우들은 풋볼 장면 등에서 일사불란한 동선을 선보였다.

약 7년 동안 버전으로 치면 대략 5번이 바뀌었다. 그 때마다 콘셉트가 달라졌다. 이번에 연습 장면을 본 2013년 공연 당시 극장 스태프들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했다.

이진성은 "예전에는 윌리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부자간의 갈등을 그리는데 접근을 했었다면 이번에는 세대의 문제를 다룬다"며 "최근 태극기, 촛불로 나뉜 한국의 세대 갈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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