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싶은, 봄

입력 : 2017.04.06 00:43

[발레·현대무용·영화… 무대서도, 스크린서도 활짝 피어나는 '춤꽃']

국립발레단 신작 '허난설헌…', 현대무용 '아토모스' 5월 공연
다큐 영화 '댄서'는 내주 개봉

꽃의 계절, 무대 위에서도 화려한 '춤꽃'이 피어난다. 영화와 발레, 현대무용을 넘나드는 봄날의 향연이다.

열아홉 살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로 발탁된 우크라이나 출신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28)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댄서'에서다. 카메라는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톱스타 발레리노 폴루닌이 스물둘의 나이에 돌연 로열 발레단을 탈퇴한 뒤 왜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약물, 파티에 취하면서 '발레계의 악동'을 자처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낱낱이 살핀다. 자신만의 춤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세계적 사진가 데이비드 라샤펠과 손잡고 찍은 뮤직비디오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는 2015년 유튜브에 공개된 뒤 열광적인 찬사를 받으며 1900만 클릭 수를 기록했다.

오는 5월 무대에 오를 국립발레단의 신작 '허난설헌'의 주역을 맡은 수석 무용수 박슬기. 조선 중기 허난설헌의 작품‘감우(感遇)’‘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두 편을 발레로 구성했다. /국립발레단
오는 5월 무대에 오를 국립발레단의 신작 '허난설헌'의 주역을 맡은 수석 무용수 박슬기. 조선 중기 허난설헌의 작품‘감우(感遇)’‘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두 편을 발레로 구성했다. /국립발레단
4월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하루 만에 좌석 70%가 팔린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5월 5~7일)는 차세대 안무가 강효형의 창작 신작이다. 조선 중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작품을 가야금 명인 황병기 음악에 맞춰 발레로 그려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신지아 등 클래식 무대 의상을 주로 만들어온 드레스 디자이너 정윤민의 의상까지 곁들여져 볼거리를 더한다. LG아트센터에서 오는 5월 26~27일 공연할 영국 로열 발레단 상주 안무가 출신 웨인 맥그리거의 현대무용 작품 '아토모스' 역시 좌석의 60%가 팔렸다. 무대에 영상·테크놀로지 기술을 대거 활용해 젊은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공연은 3D 안경을 쓰고 본다는 게 독특하다. 영국의 테크놀로지 회사 '스튜디오 XO'가 무용수들의 생체 정보를 반영해 의상을 디자인했다.

창작무용·현대무용은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선 연일 '매진' 열풍이다. 이지현 춤 비평가는 "2000년대 독일의 피나 바우슈, 영국의 아크람 칸, 프랑스를 대표하는 카롤린 칼송 등 세계적으로 검증된 안무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면서 이를 향유하는 관객층이 형성됐다"며 "스타 무용가들이 영화·책으로 소개되며 대중적 인지도도 얻었다"고 말했다.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댄서’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댄서’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2~3년 전부터 성인 발레가 체형 교정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끈 것도 무용 대중화에 한몫했다는 평이다. 일본 베테랑 요가 강사 에이코가 펴낸 '다리 일자 벌리기' 책은 인터파크 기준 베스트셀러 4위(3월27일~4월 2일)에 오르기도 했다. 이종호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은 "직접 춤을 즐기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춤을 쉽게 받아들이려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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