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주 "음악이 무너진 자존감 일으켜"

입력 : 2017.04.05 03:03   |   수정 : 2017.04.05 08:24

국내 첫 女소년원 합창단 공연
오디션부터 노래 교습까지 도와

4일 오전 경기도 안양에 있는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 소년원) 대강당에서 가수 인순이의 곡 '아버지'가 소녀 24명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국내 유일의 여자 소년원 합창단인 '정심합창단'의 첫 공연이었다. 노래를 부르던 합창단원들이 갑자기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으로 향했다. 관객들에게 카네이션을 건네자 곳곳이 울음바다가 됐다. 이날 관객은 첫 공연을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이었다.

4일 창단한 여자 소년원 합창단‘정심합창단’이 가진 첫 무대에서 윤형주 단장이 소녀들과 함께 노래‘우리들의 이야기’를 부르고 있다. /김지호 기자
4일 창단한 여자 소년원 합창단‘정심합창단’이 가진 첫 무대에서 윤형주 단장이 소녀들과 함께 노래‘우리들의 이야기’를 부르고 있다. /김지호 기자
한국범죄방지재단(이사장 김경한) 후원으로 창단한 정심합창단은 단원 오디션부터 첫 무대에 오르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포크송 그룹 '세시봉'으로 유명한 가수 윤형주(70)씨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둘째 사위인 바리톤 전병곤(44·단국대) 교수와 함께 매주 화요일 소년원 음악실을 방문해 화음을 가르쳤다. 윤씨는 "대부분 노래를 배워본 적 없는 친구들이라 악보로 노래를 가르치기보단 노래로 악보를 가르쳤다"면서 "이 친구들과 함께 앞으로 일반 대중 앞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윤씨는 1998년에도 18명으로 구성된 청주교도소 여자합창단을 세종문화회관에 세운 적 있다. 당시 공연이 끝나고 눈물을 흘리며 어린 아들과 포옹하는 단원을 본 윤씨는 "재소자 교화(敎化)란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킬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공연 순간만큼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어머니, 언니가 되더라"고 술회했다.

그가 교정 시설에 가진 감정은 남다르다. 연예인 54명이 연루되고 20명이 구속된 1975년 연예계 '대마초 파동' 사건에서 1호로 구속된 인물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당시 서대문 구치소(현재 경기 의왕시로 이전한 서울구치소)에서 4개월 수감 생활을 했던 윤씨는 "의대생 출신 유명 가수로 인기를 얻다가 수감자로 전락하자 모든 걸 잃은 기분이었다"며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이 정말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때 깨달았어요. 나만 보고 살던 삶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삶으로 다시 태어난 겁니다." 그는 수감 생활 후 35년간 교정 시설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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