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4 14:05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의 차세대 주역 송지영(32)은 외유내강의 무용수다.
단아한 외모와 고운 선 그리고 큰 키(173㎝)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아함 속에 똬리를 튼 뜨거움. 그녀의 춤을 보고 있는 관객이 자신도 모르게 열이 차오르는 이유다.
약 1년5개월 만에 돌아오는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회오리(VORTEX)'의 세 번째 시즌이 송지영으로 인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1장 '조류'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주도하며 작품 전체를 이끄는 여자 블랙 역에 새로 캐스팅됐다.
처음에는 잔잔하지만 전개될수록 춤뿐만 아니라 무대·조명·의상·음악 등의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강렬한 회오리의 이미지를 그리는 이 작품에 덧없이 어울린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송지영은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새 블랙 역으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2014년 초연부터 여자 블랙을 맡아온 수석무용수이자 '회오리'의 조안무이기도 한 김미애의 존재감은 이미 상당하다. 송지영은 이번에 김미애와 이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하지만 김미애와 전혀 다른 결이 오히려 기대감을 부추긴다.
"재공연에 새로 주역으로 들어간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커요. 게다가 이미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분이 함께 하시니까요. 하지만 안무자도 응원을 해주시고 제 것에 대한 인정을 해주셔서 부담감은 사라지고,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2011년 입단 이후 '그대 논개여'의 논개 역을 비롯해 '단' '묵향' '칼 위에서' '시간의 나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을 감당한 송지영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우나 마음속은 꿋꿋하고 굳세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이번 '회오리'의 여자 블랙 역시 마찬가지다.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좀 더 묵직한 해석을 가하고 있다. "여자 블랙은 인간을 초월한 사람이에요. 막강한 힘을 가진 자죠. 하지만 그런 힘을 그대로 이용하기 보다는 눌러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천천히 팔을 휘두르는데, 흰 화선지에 검은 먹이 서서히 스며드는 듯했다. 느리지만 뚜렷하게 존재 가치를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을 세 번 휘두를 것을 한번만 휘둘러요. 움직임 없이 표현하는 것이 더 그 캐릭터의 무게감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본 거죠."
'회오리'는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양적인 춤과 사상에 정통한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춤의 원형에서 파생된 이국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움직임에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15년 10월 국내 재공연과 11월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공연을 거치며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움직임과 끊임없는 활동량으로 국립무용단 작품 중 무용수들이 가장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음악감독 장영규가 이끄는 '비빙'의 라이브 음악은 변칙적이고 생동감이 커 역시 무용수들에게 힘든 호흡이다.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그만큼 기쁨과 카타르시스가 크죠. 그런 감정을 느낄 만한 작품이 있다는 건 무용수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초연 때 이 작품에서 군무와 함께 여자 화이트 역의 언더스터디(메인 무용수의 대체 무용수) 역을 맡았던 송지영은 이후 다른 공연의 연습 도중 발목에 금이 가 처음으로 공백기를 보냈다.
체력과 근력이 중요한 '회오리'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겁이 났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오히려 이 작품을 거치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칸 댄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주역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2013년 현대무용 안무가인 안성수(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단' 이후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됐지만 고운 선을 생각하지 않는 건 물론 종종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난도 '회오리' 안무는 낯설었다.
"아침부터 발가락 사이를 계속 벌려야 했고, 마디 마디를 계속 움직여서 펴줘야 했죠.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마음을 여니 몸이 받아들이더라고요."
송지영의 이런 마음가짐은 뿌리는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국립무용단의 '컨템포러리'와 맥이 닿는다. "'향연' '묵향'처럼 전통적인 춤은 제대로 지켜야 해요. 거기서 변형되는 춤도 역시 존중합니다. '회오리'는 다른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협업은 현대적인 움직임과 호흡을 익힐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그런 걸 알고 있을 때의 시너지가 있어요. 이런 좋은 흐름이 유지된다면 저나 무용단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송지영은 또래보다 뒤늦게 춤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무용을 시작했고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한국무용을 접했다. 하지만 실력 하나는 타고 났다. 전주에 살던 그녀는 중 3 하반기 때 서울로 올라와 불과 4개월가량 한국무용을 배우고 명문인 국립국악고등학교 한국무용과에 입학했다.
내성적이라 단체 연습에서 맨 끝줄에 서서 조용히 춤만 따라 하던 그녀는 점차 자신의 안에 뜨거운 무엇을 발견했고, 그것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예전에 알던 이들을 최근 만나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 이유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이 중요했어요. 제 모습이 볼 만한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지금은 제 몸이 너무 힘들고 숨을 거칠게 내쉴 때 희열을 느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숨김없이 드러냈을 때 거기서 얻는 자신감, 자존감이 크죠. 이제 표출을 못하면 쉽게 병 날 거 같아요." '회오리'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해오름극장.
단아한 외모와 고운 선 그리고 큰 키(173㎝)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아함 속에 똬리를 튼 뜨거움. 그녀의 춤을 보고 있는 관객이 자신도 모르게 열이 차오르는 이유다.
약 1년5개월 만에 돌아오는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회오리(VORTEX)'의 세 번째 시즌이 송지영으로 인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1장 '조류'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주도하며 작품 전체를 이끄는 여자 블랙 역에 새로 캐스팅됐다.
처음에는 잔잔하지만 전개될수록 춤뿐만 아니라 무대·조명·의상·음악 등의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강렬한 회오리의 이미지를 그리는 이 작품에 덧없이 어울린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송지영은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새 블랙 역으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2014년 초연부터 여자 블랙을 맡아온 수석무용수이자 '회오리'의 조안무이기도 한 김미애의 존재감은 이미 상당하다. 송지영은 이번에 김미애와 이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하지만 김미애와 전혀 다른 결이 오히려 기대감을 부추긴다.
"재공연에 새로 주역으로 들어간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커요. 게다가 이미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분이 함께 하시니까요. 하지만 안무자도 응원을 해주시고 제 것에 대한 인정을 해주셔서 부담감은 사라지고,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2011년 입단 이후 '그대 논개여'의 논개 역을 비롯해 '단' '묵향' '칼 위에서' '시간의 나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을 감당한 송지영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러우나 마음속은 꿋꿋하고 굳세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이번 '회오리'의 여자 블랙 역시 마찬가지다.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좀 더 묵직한 해석을 가하고 있다. "여자 블랙은 인간을 초월한 사람이에요. 막강한 힘을 가진 자죠. 하지만 그런 힘을 그대로 이용하기 보다는 눌러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천천히 팔을 휘두르는데, 흰 화선지에 검은 먹이 서서히 스며드는 듯했다. 느리지만 뚜렷하게 존재 가치를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을 세 번 휘두를 것을 한번만 휘둘러요. 움직임 없이 표현하는 것이 더 그 캐릭터의 무게감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본 거죠."
'회오리'는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양적인 춤과 사상에 정통한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춤의 원형에서 파생된 이국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움직임에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15년 10월 국내 재공연과 11월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공연을 거치며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움직임과 끊임없는 활동량으로 국립무용단 작품 중 무용수들이 가장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음악감독 장영규가 이끄는 '비빙'의 라이브 음악은 변칙적이고 생동감이 커 역시 무용수들에게 힘든 호흡이다.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그만큼 기쁨과 카타르시스가 크죠. 그런 감정을 느낄 만한 작품이 있다는 건 무용수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초연 때 이 작품에서 군무와 함께 여자 화이트 역의 언더스터디(메인 무용수의 대체 무용수) 역을 맡았던 송지영은 이후 다른 공연의 연습 도중 발목에 금이 가 처음으로 공백기를 보냈다.
체력과 근력이 중요한 '회오리'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겁이 났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오히려 이 작품을 거치면서 체력이 좋아졌고, 칸 댄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주역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2013년 현대무용 안무가인 안성수(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단' 이후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됐지만 고운 선을 생각하지 않는 건 물론 종종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난도 '회오리' 안무는 낯설었다.
"아침부터 발가락 사이를 계속 벌려야 했고, 마디 마디를 계속 움직여서 펴줘야 했죠.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마음을 여니 몸이 받아들이더라고요."
송지영의 이런 마음가짐은 뿌리는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국립무용단의 '컨템포러리'와 맥이 닿는다. "'향연' '묵향'처럼 전통적인 춤은 제대로 지켜야 해요. 거기서 변형되는 춤도 역시 존중합니다. '회오리'는 다른 장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협업은 현대적인 움직임과 호흡을 익힐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그런 걸 알고 있을 때의 시너지가 있어요. 이런 좋은 흐름이 유지된다면 저나 무용단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송지영은 또래보다 뒤늦게 춤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무용을 시작했고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한국무용을 접했다. 하지만 실력 하나는 타고 났다. 전주에 살던 그녀는 중 3 하반기 때 서울로 올라와 불과 4개월가량 한국무용을 배우고 명문인 국립국악고등학교 한국무용과에 입학했다.
내성적이라 단체 연습에서 맨 끝줄에 서서 조용히 춤만 따라 하던 그녀는 점차 자신의 안에 뜨거운 무엇을 발견했고, 그것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예전에 알던 이들을 최근 만나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 이유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이 중요했어요. 제 모습이 볼 만한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지금은 제 몸이 너무 힘들고 숨을 거칠게 내쉴 때 희열을 느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숨김없이 드러냈을 때 거기서 얻는 자신감, 자존감이 크죠. 이제 표출을 못하면 쉽게 병 날 거 같아요." '회오리'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해오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