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안성수 예술감독 "억울한 영혼 잘보내드리고 싶다"

입력 : 2017.03.24 09:37
국립현대무용단 '혼합'
국립현대무용단 '혼합'
■국립현대무용단 올 첫 공연 화제
24~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한국무용을 한다는 것이 어렵더라고요."(현대무용수 장경민) "현대무용을 같이 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으로서 2년 전에 처음 현대무용을 봤거든요."(한국무용수 김지연)

현대무용수는 한국무용이 어렵다고 하고, 한국무용수는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한다.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예술감독의 안무작 '혼합'은 동서양의 무용과 음악을 말 그대로 혼합해 두 영역을 이질감 없이 하나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울림이 길고 여운이 있는 장단을 가진 한국 전통음악과 울림이 짧고 명료하면서도 선율이 강한 서양음악, 곡선이 아름답고 내면의 호흡으로부터 시작되는 움직임이 매력적인 한국 전통무용과 그에 비해 직선적으로 움직이면서 외향적으로 표현되는 움직임이 특징인 서양무용을 결합시켰다. 안성수 예술감독은 23일 오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혼합' 프레스콜에서 "한국무용의 미(美)는 한국 무용수들"이라면서 "제가 서양 무용을 배운 사람인데 한국인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무용이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일 임기를 시작한 안 예술감독은 미국 뉴욕 줄리아드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한예종 무용원 교수로 재직, 신진 무용수의 배출과 안무가의 육성에 힘쓰고 있다. 또 1992년에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을 결성, 현재까지 운영해 왔다.

지난 2013년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과 함께 손잡고 한국무용 기반의 '단(壇)'를 선보이는 등 최근 한국무용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쏟아왔다. "지난 몇년간 한국무용을 하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팔사위, 호흡, 마음가짐들이 유일한 한국의 미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혼합'은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작업해 온 작품으로,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사업 중 파리 국립샤요극장의 '포커스 코레'에서 초연을 성료했다.

총 10개의 파트로 구성됐고, 장면마다 다른 동서양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소리 위에서 현대적인 움직임과 전통춤을 엮어 펼쳐 보여준다.

작품의 시작은 온 나라 전통춤경연대회 대통령상(2008)을 받은 재원으로 경기도립무용단에서 활동한 김지연이 추는 '춘앵전(春鶯囀)'이다.

조선조 순조 때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숙황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지었다. 이른 봄날 아침에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화 한 춤이다. 김지연의 바람을 타는 듯한 몸사위가 인상적이다.

"한불 수교 작품인지라 도입부에 부러 춘앵전을 넣었어요. 발레가 프랑스에서 루이 14세 때 나왔잖아요. 우리나라도 왕족들이 만든 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당패의 남도 민요인 보렴을 비롯해 거문고와 가야금 산조, 슈만의 피아노 4중주와 아프리카 타악 연주, 전통 남창 가곡과 팝 음악 등 동서양을 망라한다. 그 위에서 무용수 5인이 수려한 몸짓을 펼쳐낸다.

그루브 넘치는 원시 타악의 리듬인 흥건히 스며든 분야민 올군칸(Bunyamin Olguncan)의 '신제넴(cingenem)'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헤드폰에서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강렬한 몸짓을 선보이는 장경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경민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움직임, 즉 방송 무용과 스트리트댄스를 통해 음악을 리드미컬하게 타려고 했다"며 "애드리브와 깐죽을 담당하고 있다. (힙합댄스의 갈래인) 크램핑을 현대무용으로 해석한 부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혼합'의 처음을 알린 김지연이 마지막 장면도 마무리된다. 그녀의 목소리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의 '창사'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한국의 소리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김지연은 "구음을 낼 때는 정말 떨린다"며 "신이 끝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소리 전공도 아닌데 무대 위에서 몸이 아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한국무용 전공자로서 현대무용의 움직임 역시 어렵다고 했다. "이전에는 활동적인 움직임을 해본 적이 없어 제 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몸의 한계 역시 몰라서 힘들었는데 안성수 감독님을 만나서 잘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용수들이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던 '혼합'은 전개가 진행될수록 국악기 중 무율타악기의 하나인 박(拍)을 타면서 춤을 추는 등 제의적인 성격이 강한 안무들이 나온다.

안 예술감독은 "우리나라는 차치하더라도 테러 등 세계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며 "그간 억울한 영혼들을 잘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장경민 외에 김지연을 비롯해 연습감독이기도 한 이주희, 안성수 픽업그룹에 속했던 김현, '혼합'의 이번 포스터에 등장한 미모의 무용수 김민지 등은 모두 한국무용에 기반한 이들로 걸출한 춤 솜씨를 뽐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첫 작품으로 안 예술감독과 이들의 명성으로 인해 오는 24~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세 차례 공연은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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