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책 읽고, 전시도 보고… 연기랑 또 다른 체력이 필요하더라"

입력 : 2017.02.09 00:57

[연극배우에서 연출가로…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

연출작 '갈매기' 재연도 매진
"연출이란 총체적 예술… 이윤택 선생님 제안에 도전"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턱도 없어요. 자는 시간도 쪼개고, 길거리 가면서도 읽고 있어요. 안 보던 미술 작품도 일부러 찾아 관람하고요. 음악도 작품에 어울릴 걸 찾다 보니 종일 듣게 되죠. 배우 할 때는 몸 관리에 최고로 신경 썼는데, 연출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체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연극 '갈매기'를 연출한 김소희(47·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타인에 대한 구체적인 애정이 지성(知性)으로 변하는 것이 연기라면 연출은 타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이 동반돼야 하는 총체적인 예술"이라고 말했다.

1994년 이윤택 연출가의 우리극연구소 1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뒤 '대한민국 연극상' '김동훈 연극상' '아름다운 예술인상' 등 각종 상을 휩쓴 배우 김소희지만 이젠 '연출가 김소희'로 무르익고 있다. 2015년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연출에 데뷔한 뒤 7주 연속 전석 매진이란 기록을 세우더니 올해 재연에서도 전석 매진으로 앙코르 공연까지 들어갔다. 2015년 안톤 체호프 단편선 '적'으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다듬었고, 윤대성 희곡상 수상작인 '두 개의 달'을 지난해 우리극연구소 연구실험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며 본격적인 '연출가'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배우이자 연출가 김소희는 “연출을 해보면서 여전히 모르는 세상이 많다는 걸 느꼈다”면서 “삶에 대해 더 진득하게 관찰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배우이자 연출가 김소희는 “연출을 해보면서 여전히 모르는 세상이 많다는 걸 느꼈다”면서 “삶에 대해 더 진득하게 관찰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그의 연출작은 "배우를 위한 연극"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배우에 대한 캐릭터 해석이 촘촘한 게 특징이다. "이윤택 선생님의 '연출 한번 해볼래?'라는 한마디에 무모하게 도전했어요. 될까 싶었는데,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새로운 캐릭터로 읽어내니 '이런 작품이었어?'라며 재밌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갈매기' 역시 배우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꿈틀대는 작품이다. '짝사랑'으로 표현되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모든 배우에 녹아 있다. 나의 이야기일 수도,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지금 주위에서 어디서든 '있음 직한' 캐릭터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이윤택 연출가는 여전히 그의 교과서다. "배우들에게 해석의 자율성을 주면서도 극 전체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방향성을 제대로 짚어줘야 한다고 가르치셨죠. 작품에 조금이라도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바로 막을 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도 하셨지요."

연출가로서 그의 신념은 "배우란 객석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소엔 큰언니, 누나처럼 온화하다가도 어린 배우들이 이 사실을 잊었다 싶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고전을 연기해도 현재를 사는 우리 이야기처럼 관객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하니까요. 같은 작품이라도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삶에 대한 여러 질문과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연출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게릴라 극장.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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