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02 03:01
| 수정 : 2017.02.02 07:27
- 꽃의 비밀·어쩌면 해피엔딩·팬텀… 공연 비수기에도 대박난 작품 비결
배종옥·소유진 등 출연에 관심… 4060세대 관객들 공연장 찾아
詩 인용으로 풍성해진 내용에 남자도 펑펑 울게 하는 감동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지하 공연장은 매일 밤 눈물바다다. 한쪽에선 가슴 저미며 울고(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다른 편에선 배 잡고 웃다 눈물 흘린다(연극 '꽃의 비밀'). 설 연휴 현장을 찾아보니 딸 손 잡고 온 주부, 시어머니 모시고 온 며느리, 가족들 잔소리 피해 왔다는 싱글 여성들, 연휴 마지막을 즐기는 중년 부부 등 연령대도 다양했다.
공연 비수기로 꼽히는 1~2월이지만 연일 '매진'으로 객석을 달구는 작품들이 있다. 지난 18일 막 올린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첫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만석을 기록하며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했다. 박효신·박은태 등이 열연한 뮤지컬 '팬텀'은 설 연휴 99%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암표까지 등장해 제작사에선 시야 제한석까지 풀었다. 겨울을 달구는 '대박' 작품의 비결을 살폈다.
◇소극장으로 간 배우, 4060을 움직이다
장진 감독 특유의 '쫄깃한' 유머가 담긴 연극 '꽃의 비밀'은 지난 2015년 초연 이후 배우들이 서로 출연하겠다며 자청해 무대에 다시 올린 작품이다. 4명의 이탈리아 주부가 남편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거짓 흉내를 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다리 사이를 벅벅 긁고 침을 탁 뱉으며 축구에 빠져 건들거리는 남자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배종옥·소유진·이청아 등이 출연하며 관심을 높였다. 제작사 수현재컴퍼니 김수진 PD는 "익숙한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이 환호한다"며 "공연장에 잘 오지 않던 4060세대들이 대거 찾고 있다"고 밝혔다. 29일 기준 객석 점유율은 91%.
공연 비수기로 꼽히는 1~2월이지만 연일 '매진'으로 객석을 달구는 작품들이 있다. 지난 18일 막 올린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첫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만석을 기록하며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했다. 박효신·박은태 등이 열연한 뮤지컬 '팬텀'은 설 연휴 99%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암표까지 등장해 제작사에선 시야 제한석까지 풀었다. 겨울을 달구는 '대박' 작품의 비결을 살폈다.
◇소극장으로 간 배우, 4060을 움직이다
장진 감독 특유의 '쫄깃한' 유머가 담긴 연극 '꽃의 비밀'은 지난 2015년 초연 이후 배우들이 서로 출연하겠다며 자청해 무대에 다시 올린 작품이다. 4명의 이탈리아 주부가 남편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거짓 흉내를 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다리 사이를 벅벅 긁고 침을 탁 뱉으며 축구에 빠져 건들거리는 남자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배종옥·소유진·이청아 등이 출연하며 관심을 높였다. 제작사 수현재컴퍼니 김수진 PD는 "익숙한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이 환호한다"며 "공연장에 잘 오지 않던 4060세대들이 대거 찾고 있다"고 밝혔다. 29일 기준 객석 점유율은 91%.
◇신의 한 수, 시(詩) 한 수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일대기를 그린 '나나흰'의 한 장면. 백석의 시를 바탕으로 완성된 소극장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나나흰'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2일 막을 내릴 때까지 1월 내내 전석 매진. 아이돌 가수에서 이젠 연극배우로 이름이 더 알려진 오종혁 등이 출연해 백석을 연기했다. 1만원인 '나나흰'의 프로그램북은 중고 시장에서 3만원 이상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미국 토니상 수상자인 모리 예스톤과 아서 코핏이 만든 뮤지컬 '팬텀'은 주인공 에릭의 태생과 심리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자식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이 사랑과 이해로 바뀌는 장면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작은 흑인 소년(The Little Black Boy)'이 등장한다. '나는 검지만 영혼은 하얗다네.… 나의 사랑, 나의 근심, 숲으로부터 나오거라'는 내용의 이 시는 가면에 영혼을 숨긴 팬텀이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으로 가면을 벗고 영혼의 해방을 꿈꾸는 내용을 암시한다.
◇'손수건 필참' '인터미션 주의보'
안중근 의사를 그린 뮤지컬 '영웅'에서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로 설정된 설희는 "눈물이 없으면 영혼도 없다"며 자결을 택한다. 이번 겨울 '대박' 작품의 공통점에는 '눈물'이 있다. 뮤지컬 '영웅'과 함께 '남자를 울리는 남자 연극'이란 별칭이 붙은 연극 '조씨고아'를 본 팬들 사이에선 중간 휴식 시간인 '인터미션 주의보'도 생겼다. 눈물 범벅된 얼굴에 조명이 비출 때 서로 민망하다는 얘기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사일을 돕는 로봇 헬퍼봇이 주인공. 미래가 배경이지만 지직지직 거리는 재즈 음반, 직접 치는 피아노 연주, 실과 종이컵으로 만든 실 전화기 같은 아날로그 소재들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로 관객을 이끈다. '뻔한 전개'라고 마음 놓고 있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다.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고희경 교수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설레고 아련했던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들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선 역설적으로 '판타지'로 느껴지며 위안을 준다"고 했다.
'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일대기를 그린 '나나흰'의 한 장면. 백석의 시를 바탕으로 완성된 소극장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나나흰'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22일 막을 내릴 때까지 1월 내내 전석 매진. 아이돌 가수에서 이젠 연극배우로 이름이 더 알려진 오종혁 등이 출연해 백석을 연기했다. 1만원인 '나나흰'의 프로그램북은 중고 시장에서 3만원 이상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미국 토니상 수상자인 모리 예스톤과 아서 코핏이 만든 뮤지컬 '팬텀'은 주인공 에릭의 태생과 심리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자식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이 사랑과 이해로 바뀌는 장면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작은 흑인 소년(The Little Black Boy)'이 등장한다. '나는 검지만 영혼은 하얗다네.… 나의 사랑, 나의 근심, 숲으로부터 나오거라'는 내용의 이 시는 가면에 영혼을 숨긴 팬텀이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으로 가면을 벗고 영혼의 해방을 꿈꾸는 내용을 암시한다.
◇'손수건 필참' '인터미션 주의보'
안중근 의사를 그린 뮤지컬 '영웅'에서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로 설정된 설희는 "눈물이 없으면 영혼도 없다"며 자결을 택한다. 이번 겨울 '대박' 작품의 공통점에는 '눈물'이 있다. 뮤지컬 '영웅'과 함께 '남자를 울리는 남자 연극'이란 별칭이 붙은 연극 '조씨고아'를 본 팬들 사이에선 중간 휴식 시간인 '인터미션 주의보'도 생겼다. 눈물 범벅된 얼굴에 조명이 비출 때 서로 민망하다는 얘기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사일을 돕는 로봇 헬퍼봇이 주인공. 미래가 배경이지만 지직지직 거리는 재즈 음반, 직접 치는 피아노 연주, 실과 종이컵으로 만든 실 전화기 같은 아날로그 소재들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로 관객을 이끈다. '뻔한 전개'라고 마음 놓고 있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다.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고희경 교수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설레고 아련했던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들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선 역설적으로 '판타지'로 느껴지며 위안을 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