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22 01:22
[뮤지컬 리뷰] 보디가드
2016년은 한국 뮤지컬계에서 흉년과도 같은 한 해였다. 대형 라이선스 신작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마타하리' '페스트' '도리안 그레이' 등 대형 창작 신작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보디가드'(알렉산더 디넬라리스 극본, 테아 샤록 연출)의 존재는 각별했다. CJ E&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작품의 아시아 초연이고, 아직도 많은 관객의 기억에 생생한 휘트니 휴스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1992년 동명 영화가 원작이기 때문이었다.

관건은 휴스턴의 탁월한 가창력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의 섭외였다. 가수인 이은진(양파)·손승연과 기존 배우 중 '가창력 A급'인 정선아가 여주인공 레이첼 역에 투입됐고, 이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20일 공연에서 손승연은 쭉 뻗은 빨랫줄처럼 탄탄한 성량과 안정적인 고음 속에서 자유자재로 기교를 구사하며 노래마다 객석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원작 영화와는 다르게 곳곳에서 앙상블(합창과 군무를 맡는 단역 배우)을 동원한 다채로운 장면을 넣은 것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원작의 맥 빠지는 스토리라인은 뮤지컬에서도 그대로였다. 별다른 반전 없이 많은 대사가 연극처럼 이어지는 2막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남주인공 프랭크에 대한 감정이 혐오에서 애정으로 급변하는 여주인공의 연기는 설득력이 없었고, 프랭크가 몸을 던져 레이첼을 구하는 마지막 장면은 대형 뮤지컬이란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싱거웠다. 노래가 여주인공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이야기 형식으로 꾸민 콘서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안무와 의상은 곳곳에서 '시카고' 같은 기존 뮤지컬을 연상케 했고, 불을 뿜는 무대 장치나 총성으로 놀라게 하는 효과음은 식상했다.
결국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뮤지컬이 연말 송년회 특수와 중장년 관객의 향수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는 셈이지만, 이걸 보려고 연초부터 기다려 왔나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뮤지컬 관객층을 확대할 방법이 복고 코드 말고는 없는 것일까?
▷3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