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 오닐 "'브리티시 비올라'로 음악적인 여정 함께 했으면"

입력 : 2016.12.19 16:20
"공연 다니면서 기쁜 건, 아이들이 다가와서 '용재 오닐 연주를 듣고 비올라를 배우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예요. 언제 들어도 기쁜 이야기죠."

'스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8)은 19일 오전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비올라는 감정적인 힘이 대단하고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 만에 유니버설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8집 정규 '브리티시 비올라(British Viola)'를 발매했다.

"비올라가 솔로 악기로서 조명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좀 더 비올라의 연주와 매력을 전하고픈 바람이 있어요." 비올라의 매력을 담아낸 '브리티시 비올라' 앨범은 지난 2013년 앤드루 데이비스 경이 지휘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황 녹음이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윌리엄 월튼(1902~1983)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눈길을 끈다. 월튼의 협주곡은 용재 오닐이 최초로 들은 비올라 곡이자 워싱턴 시골 마을에 살던 꼬마인 그를 비올라 세계로 이끈 곡이기도 하다.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지역 오케스트라가 있었어요. 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했는데 열세살 때까지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죠. 그러던 중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할 기회가 생겼어요. 당시 선생님이 이 음반을 반복해야 들어야 한다고 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렸다고 했다. 어둡기도 하고 우울하고 부조화가 있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한 때 영국 음악계 이단아로 통했던 월튼이 1929년 완성한 비올라 협주곡은 연인 크리스타벌에게 헌정한 것이다. 슬픔과 우울함이 깃든 두 사람과 관계가 닮아 있다.

특히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음들은 월튼의 감정을 표현했는데, 당시 영국의 전설적인 비올리니스트 라이오넬 터티스는 '음악적인 면으로 봐 무리할 정도로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이 곡을 거절하기도 했다. 용재 오닐은 하지만 "들을수록 놀라움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용재 오닐과 '앙상블 디토'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이 참여한 이번 앨범에는 또 영국 작곡가 프랑크 브리지, 요크 보웬, 벤자민 브리튼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곡들도 포함됐다.

"영국에서 작곡된 곡들 중 비올라를 위한 곡들이 많아요. 비올라의 솔로, 소리에 작곡가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아요. 영국은 캘리포니아도 아니고 하와이도 아니죠. 안개, 비가 많고 겨울은 축축하고 시골은 아름답지 않지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고. 그래서 비올라의 정신을 잘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용재 오닐은 이후 연주 일정이 빠듯하다. 이날 저녁 서울 강남구 클럽 옥타곤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 파티 '옐로 라운지 서울'의 열두 번째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내년 2월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비롯한 전국 투어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함께 하는 리사이틀 '브리티시 & 로맨틱'도 예정됐다.

특히 자신이 중심이 된 실내악 프로젝트 앙상블 디토, 이 팀이 주축인 된 클래식음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이 내년 10년을 맞는다. 이 축제는 젊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클래식음악 대중화에 힘을 보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한(클라리네티스트), 함경(오보이스트) 등 이 축제를 통해 젊은 아티스트들이 성장을 해주고 좋은 성과를 내서 기쁘죠.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경험한 것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존 연주자와 젊은 연주자를 전부 아우를 수 있는 축제로 만들려 합니다."

용재 오닐은 나눔 활동에도 열심인 것으로 유명하다. MBC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만들어진 악단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안녕?!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기도 했다.

"저도 곧 마흔살이네요. 30대 때처럼 자선 마라톤을 뛰기는 힘들죠. 그럼에도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죠. 세상은 어느 때보다 고통과 비관이 난무하고 있죠.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돌아봐야해요. 음악을 통해 나누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재 오닐이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 음반을 듣고 이 세계에 빠졌듯, 용재 오닐의 비올라 음반을 듣고 이 세계에 빠지는 어린 친구들도 있다.

"음반은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쉽게 다가가는 방법이죠. 음악세계를 나의 세계로 가지고 올 수 있는 손쉽고 멋진 방법이에요. 매번 라이브 연주를 듣는 것이 힘드니, 다양한 레코딩을 들어서 음악 세계를 넓히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저 역시 어릴 때 들었던 음반 덕분에 오늘날까지 감동과 울림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번 '브리티시 비올라'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계속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기를 바랐다. "저뿐 아니라 모든 음악가가 원하는 것일 겁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으시면서 음악적인 여정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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